우리는 오늘도 부지런히 유행에 동참한다. 툴툴거리며.
인스타그램을 켠다. 같은 음식점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쇼핑몰에서 같은 물건을 사고, 같은 카페 앞에서 같은 옷을 입은 숱한 사람들과 만난다. 그들은 한결같이 사진 아래 ‘인생 맛집’, ’인생 템’ 또는 ‘인생 커피’ 따위의 키워드를 나열한다. 이 난세에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인생 맛집’의 금전출납기는 오늘도 쉴 틈이 없다.
몇 년 전의 나는 SNS를 통해 ‘혼네’라는 영국 가수의 어떤 노래가 자신의 ‘인생 노래’라고 밝힌 사람들의 게시물을 몇십 개 보았다. 나는 ‘혼네’의 음악을 어서 빨리 들어봐야만 할 것 같은 강박을 느꼈다. 말하자면 내가 뒤처지고 있나, 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나는 유행이란 것이 어쩌면 이렇게 순식간에, 관심도 없던 많은 사람의 마음과 지갑을 활짝 열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언제나 궁금했다. 인문학을 어디에 써먹느냐는 통념을 작살내며 인문학으로 돈을 벌고 그것을 거국적 화두로 제시하는 명민한 사람들, 힙합에 대한 고정관념을 박살 내고 외제 차와 금시계를 자랑하며 뭇 중학생의 장래 희망란에 랩 스타를 적어 넣게 하는 래퍼들, 그리고 그 뒤에서 이유 있는 유행의 기반을 닦아주는 팬들은 그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줬다. 그것은 바로 통념과 고정관념의 바로 뒷면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통일을 두고 대박이라 일컬은 것처럼) '대박'의 기회가 놓여있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내가 대학에서 광고를 공부해서 꺼내는 말은 아니지만, 성공하는 광고, 유행하는 광고라는 것도 기실 우리 안에서 당연했던, 밖에서 늘 그러했던 것들을 다르게 꺼내어 상기시키며 사람들의 공감을 산 것이 많다. 그리고 그것은 고정관념을 깼다는 전통적 수식과 함께 전설처럼 회자한다.
이제 우리는 사람들의 불평과 불만에 집중해야 하는 걸까. 통념과 고정관념이란 대개 불평과 불만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어쩌면 우리가 환장하는 ‘인생 맛집’의 어떤 메뉴도, 우리가 즐겨 듣는 ‘인생 가수’의 ‘인생 노래’도 우리가 부지런히 툴툴거리며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