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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Sep 08. 2019

즐겨 찾던 음식점이 없어져 슬피 울며 쓰는 글

영원한 건 없고, 예상대로 흘러가는 일도 없다. 엉엉.

아침 7시 25분 언저리,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 아파트 앞 버스정류장으로 터벅터벅 걸어간다. 저기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걸린다. 나는 별 관심 없다는 듯한 무심한 얼굴을 하고 그들을 삭 훑지만, 관찰충(?)인 내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지하철역으로 함께 이동하는 통근 동지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멤버 하나가 불참하면 허전한 기분마저 든다. '오늘은 안 나오셨구먼.'


버스를 타고 지하철에 도착해서 일터까지 가는 동안에도 나는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 속에서 새로운 동지들과 함께한다. 그리고 역시나 멤버 하나라도 불참하면 허전한 기분이 든다. '오늘은 안 나오셨구먼.


언제부터인가 내 눈에 익숙했던 것들이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경험 또는 과거 개인적인 관찰의 역사를 토대로 특정한 규칙에 맞추어 흘러갈 것이라 예상했던 것들이 엉클어지는 것과 같은 일들에 대해 자꾸만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내가 즐겨 찾던 음식점이 폐업을 하거나, 내가 즐겨 걷던 거리 위에 벤치가 사라지거나, 내가 즐겨 가던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이 바뀌거나, 내가 즐겨 보던 개인 블로그가 오래도록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생기를 잃어버리면 묘하게 안타까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배우 유아인에게 어떤 인간이 싸질렀던 막말(유아인은 우연히 냉장고 문을 열고 애호박이라도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으면 코를 찡긋하며 혼자라는 건 뭘까, 생각하며 쓸데없이 진지한 상황을 연출하는 부담스러운 사람일 것 같다는 어림짐작)이 어쩌면 도리어 나 같은 인간에게 더 어울리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뭐랄까, 존진남이라고나 할까. 존X 진지한 남자, 촤하하!


어른이 된다는 건 유한한 것에 대한 애정과 아쉬움의 감정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배웠다. 늘 그렇듯이 영원한 건 없고, 내 예상대로만 흘러가는 건 인생이 아닌 것이다. 아,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건 사실 내가 즐겨 찾던 음식점이 며칠 전에 문을 닫아서다. 나는 과연 2019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오늘만큼은 존슬남이 되어볼까 한다. 존X 슬퍼진 남자.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건 '상실'의 감정이다. '이별'이 슬픈 건 다만 상실감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 나는 지금 철면피 김성태 선생님처럼 눈물을 닦고 있다. 슥슥. 슥슥. 슥슥.


*프런트 이미지 출처: 매일경제('눈물 닦는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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