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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Sep 24. 2019

20년 차 힙찔이의 화요 힙합 음악 추천

(9) 9/24(화), City Girls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명적인 여성 래퍼인 CL씨엘은 그녀의 어떤 노래를 통해 "엉덩이 빵빵빵, 남자들은 탐탐탐"이라고 연호하면서 "Hello Bit**es!"라고 소리친 바 있습니다. 이어 그녀는 또 다른 노래를 통해 "난 나쁜 기집애"라는 나쁜 말을 반복하다가 "싫으면 시집 가"라는 기막힌 Hook훅으로 마무리하며 뭇 착한 미혼 여성들에게 결혼을 권하기도 했습니다.


'치명적인'이라는 관형사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길은 래퍼 CL의 Vogue 인터뷰를 보는 것입니다. (출처: Vogue)


저는 센캐, 즉 센 캐릭터가 여자들에게 가 붙으면 그것의 매력이 폭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 센 척하는 남자는 너무도 많아 진부하거든요.


"그거 여성 차별적인 발언 아니야?!"


네, 그런 의도로 얘기한 것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힙합 씬에서 개인 브랜딩은 절실한 일입니다. 자기만의 스토리 없이, 분명한 캐릭터 설정 없이 힙합 게임 안으로 뛰어드는 건 돈을 벌 생각이 없다는 불필요한 의지의 표현이죠. 이제 힙합 씬은 코 묻은 돈이 아니라 노동 임금이 빠르게 돌고 돌다가 두둑이 쌓이는 곳이니까요. 요즘 프리랜서 시장(?)을 둘러보면(래퍼도 일종의 프리랜서잖아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또는 구축한 척하는 전문가 또는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죠. 언젠가 래퍼 빈지노는 힙합 방송 인터뷰를 통해 "왜 던밀스라는 래퍼를 앨범 수록곡 피처링에 참여시켰느냐"라는 MC의 질문에 래퍼 던밀스는 자기만의 색깔을 뚜렷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간명하게 얘기했습니다. 그렇고 그런 뻔한 컨셉의 래퍼들을 기용해봤자 본인에게 득 될 것이 없고, 만약 그리 한다면 곡에서 밍숭하고(?) 맹숭한(?) 맛이 날 것이 분명하기에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이겠지요.


자, 그러면 느닷없이 오늘의 추천 노래 두 곡을 한 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오늘은 두 아티스트가 아니라 한 아티스트의 서로 다른 두 곡을 추천드려볼까 하는데요, 마이애미 출신의 여성 랩 듀오 City Girls의 첫 번째 믹스테이프 <PERIOD>의 첫 싱글 ‘Where The Bag At’과 첫 번째 정규 앨범 <GIRL CODE>의 수록곡 'Give It A Try'입니다.


City Girls의 Yung Miami(좌)와 JT(우) (출처: Quality Control Music)


노래 ‘Where The Bag At’은 돈 있는 남자에 대한 열망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물질에 대한 집착을 조금의 숨김없이 드러내는 중독성 있는 훅이 매력적인 곡이고요, 'Give It A Try'는 공교롭게 지난주에 추천해드린 아티스트인 R&B 아티스트 Jacquees가 피처링에 참여한 곡으로 '미안하지만 우리는 사랑 같은 걸로 시간 낭비할 생각 없거든요. 남자들은 죄다 똑같고, 난 돈이나 벌어야 된다고요!'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부드러운 R&B풍의 랩송입니다.




https://youtu.be/YXUmJ9IxlGg

추천곡1_City Girls-Where The Bag At



https://www.youtube.com/watch?v=i8LuosHgJ5U

추천곡2_City Girls-Give It A Try (ft. Jacquees)




21savage의 'a&t', Drake의 'In My Feelings' 그리고 최근에 발표된 French Montana의 싱글 'Wiggle It', 힙합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언뜻 듣더라도 어깨가 들썩이고 목이 앞뒤로 움직이는 신나는 곡들입니다. 특히 Drake의 ‘In My Feelings’는 방탄소년단BTS의 제이홉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여러 유명인들이 'In My Feelings' 댄스 챌린지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대중적인 인기를 끈 곡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방금 나열한 세 곡은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여성 래퍼의 찰진 후킹 라인이 곡의 짜임새를 흥미롭게 완성한다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재미있는 점은 세 곡 모두 같은 여성 아티스트가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오늘의 추천 아티스트 마이애미 출신의 여성 랩 듀오 'City Girls'입니다.


‘Resha, do you love me? Are you riding?

JT, do you love me? Are you riding?


Drake의 ‘In My Feelings’ 속의 가사입니다. 노래 속에서 Kiki, KB와 함께 존재감을 드러내는 Resha와 JT는 사실 피처링에 참여한 City Girls의 두 멤버 Yung Miami와 JT에 대한 Drake의 샤라웃이었습니다. 모르셨죠? 혹 미리 알고 계셨다면 마치 몰랐던 것처럼 끄덕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앞서 오늘의 글을 열며 투애니원의 CL 이야기를 꺼냈었죠. 치명적인 나쁜 계집으로서의 CL이요. 그런데 미국의 City Girls라는 랩 듀오는 정말 나쁜 계집들입니다. CL은 캐릭터 표방이지만, City Girls는 혼모노입니다. 현재 신용 카드 부정 사용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멤버 JT와(곧 풀려날 예정이라나요?) 또 다른 멤버 Yung Miami는 각종 구설을 만들어 퍼뜨리거나 되받아치고, 나쁜 말과 행동을 자주 벌이며 관종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둘은 10대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모양인데요, 지역 스트립클럽에서 이름깨나 날렸던 걸로 보입니다. 이후 인스타그램에서 소위 '팔이 피플'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다가 2017년에 발표한 싱글곡(F**k Dat Ni**a) 하나가 대박을 터뜨리며(이들은 진지하게 래퍼로 활동할 생각 없이 단지 재미를 위해 랩을 시작했다고 하던데, 역시 '될놈될'은 만고불변의 진리인 듯합니다) 약 4개월 만에 Migos, Lil Yachty 등이 소속된 애틀랜타의 Quality Control Music과 공식 계약을 하게 되고, 이후 Drake의 넘버 원 히트곡 'In My Feelings'에 참여해 널리 이름을 알리게 됩니다. 이 모든 게 1년 안에 일어난 일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성공 철학서에서 떠들듯이 역시 성공이란 불현듯이 또 한 번에 몰아서 찾아오나 봅니다.

그녀들의 노랫말은 그야말로 '속물적'이고, City Girls라는 랩 듀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닳고 닳았지만 꽤 솔직한 속물'과 같습니다. 그나저나 그녀들의 가사를 한글로 옮겨 적으려니 민망함은 온통 제 몫이네요.


"나랑 하고 싶으면 밀리어네어여야 해.”


“이 X아, 그 남자 내 거야, 까불지 좀 마! 오, 네 남자라고? 하하, 이젠 내 남자네?” 엿 먹어! 질투하는 X”


“난 길고 두꺼운(?) 진짜 남자를 원해.”


네, 이쯤에서 그만하겠습니다.

가사들이 다 왜 이래...?

진짜 나쁜 계집애들이구나!


하여튼 여러분, 오늘의 추천 노래 두 곡 한 번 감상해보시죠. 화요일을 뜨겁게 마무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프런트 이미지 출처: Compl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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