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눕피 Sep 17. 2019

20년 차 힙찔이의 화요 힙합 음악 추천

(8) 9/17(화), Dej Loaf 그리고 Jacquees

추석도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이젠 제법 선선한 기운이 감돕니다. 이렇게 여름이 지고 가을이 한껏 피어오르는 환절기가 되면 사람이 감상에 젖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나 영화 <만추>를 다시 돌려봐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고, 어디 조용한 공원 벤치에 팬티 바람으로 달려가 궁상떨고 앉아 눈물을 몇 바가지 쏟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한여름을 불태운 힙합 곡들을 스마트폰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워내고 F/W 시즌과 어울리는 곡들을 새로운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내는 일종의 일상 BGM 재정비를 의무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제게는 무엇보다 먼저입니다.


오늘의 추천곡은 저의 2019 가을 힙합 플레이리스트에 가장 먼저 담긴 앨범 속의 수록곡 두 곡입니다. Rich한 라이프스타일의 원조 래퍼 Bridman이 세운 Cash Money Records 소속인 애틀랜타 출신의 자칭 타칭 R&B KING 아티스트 Jacquees와 디트로이트 출신 여성 래퍼 Dej Loaf가 함께한 2017년 믹스테이프 <F*ck A Friend Zone>의 4번 트랙 'Hold This'와 11번 트랙 'You Belong To Somebody Else'입니다.


(출처: Genius)


4번 트랙 'Hold This'의 주제는 대충 이렇습니다.


"욕정, 너의 판타지를 말해 봐."


11번 트랙 'You Belong To Somebody Else'의 주제는 대충 이렇습니다.


"우리 이러지 말자. 우리 이러면 안 돼. 우리 둘 다... 아니야. 돼! 돼! 돼!"


Jacquees와 Dej Loaf (출처: The Rapfest)


Dej Loaf와 Jacquees, 둘이 작정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곡을 진행해나가는데, 정욕이 불타오르는 뜨거운 20대 남녀의 이글거리는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집니다. 저는 이렇게 머릿속에 한 장의 스냅샷처럼 그림이 잘 그려지는 노래가 정말 좋은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살펴보니 둘이 이 앨범을 녹음하며 서로의 바이브에 어지간히도 취해 상당히 만족했던 모양인데, 그런 만족감이 결과물에 여실히 반영되지 않았나 싶어요.


Dej Loaf는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이고요, 2015년 XXL 매거진의 Freshman으로 선정된 바 있는 실력 있는 여성 래퍼입니다. 목소리가 꽤 특이한데요, 예전에 친구에게 들려줬더니 어린 남자애 목소리인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Dej Loaf와 Jacquees의 조인트 믹스테이프인 <F*ck A Friend Zone>에 대한 힙합 세간의 평가를 쭉 읽어봤더니 이런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었어요. "썅, Dej Loaf만 빠졌으면 완벽했을 텐데, Dej Loaf가 앨범을 완전 버려놨어."


(출처: XXL Official Youtube)


그런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이 앨범에서 Dej Loaf는 꽤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해요. 음식 비유는 주가 반토막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전 대표가 케이팝스타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던 거라서 별로 활용하고 싶진 않은데요, 앨범 <F*ck A Friend Zone> 속에서 알앤비 아티스트 Jacquees의 노래가 뽀얗게 잘 우러난 곰탕 같은 존재라면 래퍼 Dej Loaf의 라인들은 잘 썰어진 신선한 대파와 후춧가루와 같은 존재 같습니다. 대파를 싫어하는 초딩 입맛(?)을 가진 사람들이나 곰탕 그 자체의 고유한 맛을 제대로 음미하고 싶은 순수 정통의 입맛을 지닌 사람들에게 대파와 후춧가루로서의 Dej Loaf는 굉장히 거슬리는 식재료겠죠. 하지만 곰탕은 모름지기 대파와 후춧가루가 함께할 때 완벽하게 완성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실제로 대파와 후춧가루를 좋아합니다. 곰탕은 대파와 후춧가루 맛으로 먹는 거 아닌가요? 정말 말도 안 되는 비유네요.


그건 그렇고 앨범 제목이 참으로 가열찹니다. 김건모의 옛 히트곡 '넌 친구 난 연인'이 떠오르는 건 나이 탓일까요, 고루한 취향 탓일까요? 저는 아직(?) 만 스물아홉인데 큰일입니다. 아무튼 앨범 제목 한번 적나라합니다. Friend Zone? 꺼지라는 거죠. 그딴 거 개나 주라는 겁니다.

죄송합니다만 잠깐만 딴 길로 샜다가 돌아올게요. 조금 다른 개념이긴 한데, 여사친, 남사친 이런 표현이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의 5060 세대마저도 이해하는 거국적인 공통어가 되었습니다. 이성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성별이 여자인 친구(여자 사람 친구), 성별이 남자인 친구(남자 사람 친구)라는 말이죠. 그런데 여자 사람 친구, 남자 사람 친구가 대체 뭡니까. 진짜 말도 안 되는 말이 세상을 지배하는 걸 보면 가끔 짜증 납니다. 하지만 여자, 남자, 사람, 친구, 이토록 큰 개념을 말도 안 되는 순서로 한 데로 뭉쳐서 앞 글자만 땄을 뿐인데 그걸로 인생사 소통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최초의 발화자가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듭니다. 저도 그 정도의 언어적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인물이 어서 되어야 할 것입니다. 갑자기 자기반성?


오늘의 추천 노래 두 곡 모두 멜로디가 듣기에 편해서 귀에 착 감기실 거라 감히 예상해봅니다. 더불어 화요 힙합 음악 추천을 읽어주시는 여러분 늘 감사합니다. 특히 구독자 분들께는 더욱더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노래 설명과는 무관한 쓸데없는 말의 나열은 저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을 예정이라서 고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다만 개똥 같은 제 글은 스킵하시더라도 추천곡은 꼭 한 번씩 들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매주 엄선하느라 나름 시간을 많이 쓰거든요.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지칠 때까지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추천 노래 2곡]


https://soundcloud.com/jacquees/hold-this-prod-by-irocksays


https://soundcloud.com/jacquees/you-belong-to-somebody-else





매거진의 이전글 20년 차 힙찔이의 화요 힙합 음악 추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