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PD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영어는 이렇게 공부하세요>라는 정직한 제목의 영어회화 교재가 하나 있다. 영어 통번역 원로 강사가 저술한 교재인데, 보기 드물게 꾸밈이 없는 제목과 촌스러운 편집 디자인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영어 공부에 방도는 없다며 성실하게 문장을 외우고 반복 숙달하기를 바란다는 요지의 서문은 꽤 신선하기까지 하다. 서문에서 저자는 자신의 기억에 남는 제자 몇 명을 나열하고 있는데, 거기에 MBC의 김민식 PD가 있다. 그는 국내 독학만으로 영어를 완전히 정복하고, 통역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스타 PD다. 김 PD는 자신의 블로그, 책, 강연 등을 통해 줄곧 이 세상은 즐길 거리로 가득하며,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행복한 인생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본인의 직접 경험을 토대로 주장한다. 그는 허황한 이상만을 좇게 하는 가짜 자기 계발서보다 더욱 실전적이고 유익한 자기 계발의 노하우를 우리에게 공개하는 셈인데, 그의 영어 공부법은 그것의 정수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는 그런 그의 인생을 바꾼 영어 공부법을 아낌없이 공개하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두고 단순히 ‘영어 학습 도서’라고 부르면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기분이 든다. 한 분야를 깊이 통달한 사람에게는 단단한 인생철학이 깃드는 법이던가.
그는 말한다. 영어를 잘하는 비결은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간절함이고, 그 시작은 영어 문장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외우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오해하진 마시라. 그가 영어 공부에 인생까지 동원하는 이유는 영어가 선물하는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을 독자들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그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니까.
건국 이래 공개된 대한민국의 영어 공부법은 얼마나 될까. 각자만의 방법으로 영어 공부에 쏟아부은 한국인의 시간과 노력을 합치면 또 얼마나 될까. 솔직히 말해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만큼 영어는 한국인에게 오랫동안 정복의 대상이었다. 인생의 변환점마다 우리를 압박하는 각종 영어 시험의 공습은 언어를 배우고 익히고 즐기는 맛을 통째로 빼앗아버렸다. 김 PD는 책에서 삶이 가장 크게 바뀌는 순간은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뀔 때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영어를 정말 ‘잘’ 하고 싶다면 영어(공부)에 대한 잘못된 태도를 바꿔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기왕이면 김 PD의 조언을 따라보자. 가령 공부에는 때가 있다는 편견에 반기를 들고 틀린 문장이라도 자꾸 들이대며 벽에 부딪혀보거나, 외국 유학과 영어 학원 수강이라는 선택지를 멀리 제쳐두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기초 영어 회화 문장을 미친 듯이 암기해보는 거다. 이렇게 쌓이는 작은 실천과 성취의 경험이 우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지도 모르니까. 김 PD가 책을 통해 일관되게 주장하는 ‘돈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고, ‘인생을 바꾸는 것은 습관’이라는 인생철학은 곧 그의 영어 학습의 철학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책 한 권을 다 외우고 어쩌라는 거지? 김 PD는 그렇게 반문할 독자들을 위해 영어 정복 풀코스를 준비해놨다. 이제 영어를 완벽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미드, 팟캐스트, 테드, 팝송까지 우리 곁에는 영어로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니까.
김민식 PD의 영어 학습 철학 나아가 인생철학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아주 확실한 교훈 하나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것은 곧 인생을 너무 진지하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기본을 지키며 그저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 보자. 기왕이면 즐기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