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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Dec 12. 2019

첫인상을 품고 살아간다면

가끔 내가 겪어낸 모든 사건을 첫인상으로 바라보고 싶다.


스눕피 단상


사랑했던 사람과의 첫 만남이란 늘 확실한 기억은 없고 강렬한 인상만 분명히 남아서 남은 인생 전체를 강렬하게 휘감았다.


첫 등교일 오후에 흐뭇한 표정을 한 채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며 조용히 나를 부르고 돌아서는 담임 선생님의 뒷모습은 미치도록 사람을 설레게 했다.


말로만 듣고 동경하던 이름 난 대학교에 논술고사를 치르기 위해 들른 캠퍼스의 첫인상, 그 위용은 늘 압도적이었다.


면접을 치르기 위해 들른 이름 난 기업의 본사 로비는 늘 때깔이 고왔고 때마침 높은 층고는 사람을 짓눌렀다.


2년 간 시간을 죽일 군부대에 배치받은 첫날엔 지나가는 모든 군인이 위대해 보였고 날씨는 살인적이었다.


첫 출근 날에 우연히 엿들은 윗사람들의 태연자약한 통화 태도에는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싶었고, 점심시간에 꾸역꾸역 처먹은 음식은 맛은 더럽게 없지만 강렬했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서 바라보는 동일한 장면은 늘 별 볼 일 없고 시시하며 속된 말로 개뿔에 불과하다. 특정 시간과 공간이 늘 처음 모습 그대로 머물러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진부한 말씀은 '대범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의 숭고함을 깨닫게 하기도 하지만, 인생의 분위기를 확 깨는 '찬물'과도 같다.


가끔은 내가 겪어낸 모든 사건을 첫인상으로 바라보고 기억하고 싶다. 유치하고 철없는 바람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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