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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Oct 21. 2018

도끼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게 되었을까?

지금 당장 롤렉스 시계를 사라!

혼혈아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던 올블랙의 꼬마 멤버로 힙합 커리어를 시작해 2018년 현재 자신을 랩스타라 참칭 하며 다종 다양한 외제차와 금시계를 수집하는 도끼, 그는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벌게 되었을까.


 

2006년, 나는 당대 최고의 힙합 크루 The Movement의 콘서트에 갔다. 장소는 서울 장충체육관. 콘서트장에 들어가려는 데 저 멀리 도끼가 보였다. 그런데 그의 걸음걸이가 조금 이상했다. 저게 소위 rapper의 걸음걸이라는 건가! 그는 시종일관 쩔뚝거리며 뉴에라 모자를 만지작거렸다. 나는 그가 어딘가 몸이 많이 불편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라도 그는 주변의 이목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본인만의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지니고 있었다. 그가 뿜어내던 독특한 아우라는 동갑내기인 나의 머릿속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와 자신을 ‘힙합 문화에 완전히 젖은 대한민국의 최연소 rapper’라며 강력하게 주장하는 듯했다. 그의 떡잎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2011년, 도끼는 일리네어 레코즈를 설립했다. 일찍이 그의 단짝 rapper 더 콰이엇은 그의 어떤 노래를 통해 ‘탐탐(탐앤탐스)에서 도끼와 일리네어 레코즈 설립 제반에 대해 논했다고 말했다. 일리네어 레코즈의 일정 지분을 커피숍 탐앤탐스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자, 각설하고 그는 일리네어 레코즈의 설립과 함께 본격적으로 돈, 자동차, 여자 그리고 자신의 야망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 속 천편일률적인 가사는 자기 계발서의 단골 소재인 상상 하면 이루어진다거나 긍정적 생각이 부를 불러온다는 생각에 빚져 있는 듯 보였고, 이미 부자가 된 듯 행동하라는 법칙에 지배를 받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행사 수익의 전부를 보여주기 식 쇼핑에 쏟아붓는 모양이었는데, 마치 과자를 사듯이 벤츠와 롤스로이스, 벤틀리를 샀고 로렉스 시계와 에어 조던 농구화를 뽐냈다. 도대체 뭐하는 놈인데 이렇게 돈을 많이 벌어? 사람들은 그의 성공적 인생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려 애썼지만, 남몰래 이어폰으로 그의 음악을 들으며 돈의 원천을 찾기 시작했다.

도끼의 각종 구매 인증 게시물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고루 포진된 그의 자발적 홍보대사들의 친절하고 정성 가득한 공유 정신 덕분에 널리 퍼질 수 있었고, 그것은 스타로서의 가장 매력적인 가치 중 하나인 화제성을 높여주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그의 몸값을 올려 주었고, 덕분에 그는 좋은 집에서 좋은 것을 먹으며 더 나은 것을 자랑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든든한 물질적 기반 위에서 하루하루 랩 실력을 늘려갈 수 있었다.


한때 나는 그의 음악 세계에 완전히 심취했었다. 진부한 트랩 비트와 지루하게 반복되는 가사, 도가 지나쳐 보고 듣기에 거북한 유치한 자랑질 때문에 화딱지가 난 적도 물론 있었으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빅 토커로서 원대한 포부를 떠벌리며 하나하나 자신의 이상적인 그림을 그려나가는 어떤 신비롭고도 적극적인 삶의 방식(GO MODE; go get’em and turn up)은 언제나 내게 적지 않은 자극과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도끼는 자기 삶의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TV 출연 안 해도 유명하고 돈 잘 버는’, ‘내가 번 돈은 오로지 랩 머니’라는 식의 가사를 노래 속에서 자주 그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최근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출처는 알 수 없으나 늘 절감해 왔던 이런 라인이 하나 떠오른다. ‘강한 긍정은 강한 부정,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추가)

1) 사토 도미오라는 일본의 뇌 과학자가 쓴 <지금 당장 롤렉스 시계를 사라>라는 책을 읽어보면, 도끼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내 생각에, 도끼는, 이 책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


2) 그는 늘 자신을 두고 욕을 하지 않는 래퍼라고 주장하는데, 그는 F**KING 이나 SH*T은 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영어 욕도 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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