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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Feb 25. 2020

아이폰 이모지로 사랑을 이야기한 미국 힙합곡

퍼플 이모지, 나쁜 의도는 아니라니까!

미국 힙합 콘텐츠와 관련한 지난 포스팅을 돌아보니 사랑을 이야기한 힙합 음악은 거의 다루지 않았더군요. 비단 힙합 콘텐츠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저처럼 사랑에 서툰 인간이 사랑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건 시건방 떠는 일처럼 여겨지기에 사랑과 관련한 포스트는 이 브런치 위에 아예 작성하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참에 ‘사랑’을 주제로 한 힙합 음악을 하나 꺼내어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가뜩이나 흉흉한 시국에 돈 얘기, 총 얘기, 약 얘기를 꺼내는 것도 죄송한 일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요.


역변의 아이콘 저스틴 비버(저스틴 뜨또)의 신보가 너무 좋아서 요즘엔 그의 최신 앨범만 주야장천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친김에 해당 앨범의 수록곡을 하나 골라 소개해볼까, 하다가는 조금 더 힙하고 합한, 둘을 합하여 힙합한(?) 노래가 아무래도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오늘의 추천곡은 미국 힙합씬의 음색 장인이자 피처링 선수 Ty Dolla $ign과 미국 힙합 씬의 모범생이자 장학생 J Cole이 함께한 곡 ‘Purple Emoji’입니다. ‘Purple Emoji’는 2019년 5월 20일에 발매한 Ty Dolla $ign의 싱글곡이자 그의 3번째 정규앨범 수록 예정곡입니다. 오늘은 이 노래 딱 하나만 추천할 생각이라서 가사까지 싹 다 번역해봤어요.


따이 달라 싸인(좌) 그리고 제이콜(우) (이미지 출처: Mouv)


Ty Dolla $ign이 J Cole과 함께 'Purple Emoji'를 부르게 된 배경이 꽤 재미있습니다. 뉴욕의 한 스튜디오에서 곡 작업을 하고 있던 Ty Dolla $ign이 우연히 옆 작업실에 있던 J Cole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에게 이 곡을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J Cole이 단 5분 만에 자신의 벌스를 완성했다고 해요.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과장된 영웅담을 흘리는 건 반칙 아닌가요? 저는 안 믿을 겁니다.



헤이! 브로, 너한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하나 있는데, 들어보겠어? 우리 둘이 함께 작업하면 아주 작살날 것 같은데?

-즉흥좌 따이 달라 싸인-



Ty Dolla $ign과 J Cole이 함께한 곡, 'Purple Emoji' (이미지 출처: Hype Magazine)




비트 좋은데? 가사는 5분이면 돼.
조금만 기다려줘!

-신속좌 제이콜-




이 노래는 사실 뮤직비디오가 굉장히 아름다워요. 다양한 나이, 성별, 인종, 성 정체성 카테고리에 속한 인물들이 랜덤하게 튀어나와 그야말로 열심히 ‘사랑’하는 장면이 부드러운 색감의 영상 위에서 펼쳐지는데, 제가 트로트 가수 ‘유산슬’은 아니지만 지금 당장이고 ‘사랑의 재개발’을 시행하고 싶게 합니다. 불만족한 오늘을  다 갈아엎을 기세로 말이죠.

 


'Purple Emoji'의 뮤직비디오 (이미지 출처: Youtube)




자, 그럼 가장 중요한 노래의 가사를 한 번 살펴볼까요?

제가 봉준호 감독님의 반쪽 샤론 최 선생님은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번역해봤습니다. 조금 해석이 틀리거나 의미가 다른 부분이 있어도 부처님처럼 넓고 하나님처럼 깊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저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힙찔이거든요.



[Take 6의 'More Than Ever 샘플링]

I need you, more than ever

그 어느 때보다 네가 필요해.
More than ever

절실히 네가 필요해.
I need you, more than ever

이토록 네가 필요했던 적은 없어.
I know that I'm in trouble

정말 큰일이야.
I need you, more than ever

그 어느 때보다 네가 필요해.
More than ever

절실히 네가 필요해.
I need you, more than ever

이토록 네가 필요했던 적은 없어.
I know that I'm in trouble

진짜 힘든 상황이라구.
I know I need you

네가 필요해.


[Ty Dolla $ign]
You know I need you, baby

자기야, 내겐 당신이 필요하단 거 잘 알잖아.


So much on my mind, I ain't even really sleepin' lately

생각이 많아서 요샌 통 잠도 못 자.


I said some things I didn't mean, I know I did too much

괜한 말을 해서 상처를 줬어. 그땐 내가 너무 했어.


What's love if we can't get into it, turn around and make up?

근데 싸우고 또 화해하는 게 사랑이잖아?


You kept it solid from beginning, baby, you my day one
처음부터 내겐 네가 잘 맞았어, 넌 내 사랑이야.


You caught me in a lie, looked back up at you like I'm dumb
내 거짓말을 네가 알아챘을 때, 난 바보처럼 보였을 거야.


I had to make you my girl, you ain't afraid to speak up
너의 당찬 모습에 반해 난 널 내 거로 만들고 싶었어.


No matter where we are, who it is, you still gon' tee up
다른 애들도 여전히 널 매력적으로 생각해.


Go through withdrawals when we apart, get back together, re-up
떨어지면 생각나고 다시 만나면 충전이 돼.


You stayed ten toes down, now you can kick your feet up
넌 늘 내 곁에 있어 줬으니 이젠 좀 쉬어도 돼.


I had to boss you up, I had to level up myself

난 널 받들어야만 했어, 나 자신의 격도 높여야 했고


I did some growin' up, I'm doin' better for myself
나 철도 좀 들었어, 스스로에게 더 잘하려고 해.



[J Cole]
I got a laundry list of the sh** you done did for me
내게 너무 많은 걸 해준 너.


God, pulled out a rib for me
하나님이 나를 위해 갈비뼈를 빼냈듯이


She pushed out a kid for me
당신은 우리 아이를 낳아 줬지.


When I'm gone, you hold down the crib for me
내가 죽으면 당신은 우리 가정을 돌봐야 해.


You know you wouldn't last in no prison
당신은 감방에서 오래 견디지 못할 거야.


You told me straight up you ain't doin' no bid for me, uh
당신이 직접 말했잖아, 나 대신 감방 생활 안 할 거라며.


The Lord, He blessed you with common sense
하나님이 내려주신 현명한 여자여!


Too many good b****** behind the fence

쇠창살 뒤엔 괜찮은 여자들이 너무나 많지.


For lyin' to feds for n***** that climb in bed with thotties

바람피우다 걸린 새끼들(나쁜 짓한 새끼들)을 위해서 거짓 증언을 해주느라고 말이야.


If I ever catch me a body, I'll make you a promise, you won't know about it
내가 사람을 죽이더라도 너는 모르게 할 거야, 약속해.


I can't get you caught up in messes I made
내가 저지른 곤란한 일에 당신까지 끌어들일 순 없어.


Love you forever
자기야 사랑해 영원히


When we turn like 50, I'm still gonna have all of your messages saved
우리 나이가 오십 쯤 되어도 당신과 나눈 메시지는 전부 간직할 거야.


Purple emojis with horns on it
뿔 달린 보라색 이모티콘


Like the devil, but ain't nothin' devilish, babe
악마처럼 생겼지만, 그런 뜻은 없어.


In fact, it's a Heaven-sent thing
사실 그거 하나님이 보낸 거야.


Black angel with the regular name
평범한 이름을 한 검은 천사(J Cole의 와이프) 말이야.


F*** strangers, I could never contain my passion for you
다른 애들은 꺼지라고 해,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절대 못 막는다고.


I'm grabbin' on you in public, I know that you love it
사람 많은 곳에서도 널 껴안을 거야, 너도 좋아하잖아.


I'm tryna put one more lil' boy in your stomach
아이를 하나 더 가지고 싶어.


No frontin', I keep it one hunnit
괜한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If you was to leave me, I know I'm gon' plummet
당신이 나를 떠나면, 나는 무너질 거야.


I know I'm gon' plummet
나 진짜로 무너질 거야.


Ty Dolla $ign - Purple Emoji (Feat.J Cole)



'Purple Emoji’는 애플의 이모지 중에 ‘뿔 달린 보라돌이’를 의미합니다. 많이들 익숙하실 겁니다.





노래 속에서는 래퍼 J Cole이 그의 와이프에게 보내는 이모티콘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합니다. 와이프에게 ‘새로운 아이를 가지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담아 보내는 조금은 앙큼하지만 진실한 의도로부터 발로한 이모지인 거죠. 이런 가사도 요즘엔 조심스럽게 소개해야 한다는 걸 잘 압니다만(I'm tryna put one more lil' boy in your stomach), 출산이란 게 사실은 굉장히 신성한 일이고 이미 첫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기혼 래퍼(?) 제이콜의 사정을 고려하면 위의 표현이 그리 과격하게 비칠 일은 없을 듯합니다.

제이콜의 가사는 풍성한 비유와 다양한 레퍼런스의 활용이 늘 매력적입니다. 이 곡에서도 성경 속 ‘아담의 갈비뼈’ 이야기를 끌어왔고, 언뜻 응큼한 느낌이 드는 이모지인 ‘Purple Emoji’를 아이를 하나 더 가지고 싶은 제이콜의 와이프를 향한 메시지의 상징으로 담아냈습니다.

Ty Dolla $ign 또한 마약을 끊는 행위 또는 끊고 나서의 금단현상을 의미하는 'withdraw'라는 표현과 다 떨어진 약을 새로 사거나 채우는 're-up'이라는 표현을 대치시켜서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진 상황 그리고 재결합한 상황에 그대로 비유하고 있어요(Go through withdrawals when we apart, get back together, re-up).


훌륭한 프로 창작자들의 결과물을 학습하다 보면 '말할거리'가 부족한가 또는 충분한가, 라는 이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데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흔하디 흔한 소재를 활용하여 대중성을 확보하되 표현을 달리하여 그저 그런 아마추어 아티스트들과 선을 딱 그어버릴 수도 있는 거니까요. 유치한 표현도 그것이 매력적으로 다듬어지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처럼요.


CCM에 기반한 재즈 아카펠라 그룹 'Take 6'의 2006년 곡 'More Than Ever'를 샘플링한 곡, 소울풀한 감정이 매력적인 '편안하고 느릿한' 비트 위에서 따이 달라 싸인의 끈적하고 섹시한 목소리와 제이콜의 미쳐버린 강약 조절의 정공 래핑이 멋지게 화합하는 곡 'Purple Emoji'와 함께 섹시하고 끈적한, 섹끈한 한 주 되시길 바라며 스눕피의 화요 힙합 음악 추천을 마칩니다. 그나저나 이런 식의 추천곡은 되게 오랜만이네요.


감사합니다.




[번외 추천]

따이 달라 싸인의 끈적함에 입문하기에 대단히 좋은 영상 하나를 아래와 같이 추천합니다. 이 사람, 목소리가 참 미쳤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UO-NuEU9JE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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