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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Dec 09. 2020

단편 소설 같은 랩.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와 켄드릭 라마의 'His Pain'



from Denim Tears




내겐 지독한 불운에
휩싸인 친구가 하나 있다.

설상가상의 불행 콤보 공격에
정신이 혼미한 불쌍한 친구를 바라보면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너무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고개를 젓다가 뒤를 돌았는데,
그때 100달러 짜리 지폐가
한 장 내 눈에 들어왔다.

친구의 불운을 위로하기엔
실은 내 삶도 너무 팍팍하다.

대마를 사고팔고
때론 사람도 죽이는
개-막장 인생이거든.

엄마와도, 여자 친구와도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버렸다.

개-빡쳐서 집 밖으로 뛰쳐나가는데,
저기 저 코너에 검은색 혼다 어코드
차량 한 대가 서 있다.

호시탐탐 날 노리던 놈들.

나는 재빨리 몸을 피했고,
놈들은 나를 놓쳤다.

하지만 빗나간 그들의 총구는 엉뚱하게도
아무 죄 없는 어린 소년을 향했고,
뒤이어 그 소년이 총에 맞아 쓰러졌지.

제길.

나는 침대 위에 멍하니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눈을 감고 내 삶을 돌아보고
지난 사건들을 회상한다.

나한테만 왜 이렇게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우연일까, 신의 뜻일까,

내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고 다짐하고는
침대로부터 벌떡 일어나
바깥을 내다보는데,

지독하게 불운한 내 친구가
나 대신 총에 맞았던 그때 그
어린아이를 데리고 서있다.

이 상황은 대체 뭘까.

뭐야, 시팔.
난 진짜 몰랐단 말이야.

이건 진짜 내 잘못이 아니라고!
아, 내 인생! 이건 진짜 내 잘못이 아니야!








시카고 출신의 네오 소울/알앤비 아티스트 'BJ the Chicago Kid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의 정규 1집 앨범 <Pineapple Now-Laters>(2012)의 15번 트랙 'His Pain' 속 래퍼 Kendrick Lamar 켄드릭 라마의 문학적이고 감정적인 벌스를 의역해 풀어보았습니다.


'켄드릭 라마'가 쓴 단편 소설 같지 않나요? 그렇게 못 느끼셨다면 일단 죄송합니다. 저는 이 소설 같은 노래를 듣고는 마음이 심란해져 버렸습니다. 생각도 많아졌어요. 노래 하나에 꽂히면 1곡 반복 재생 버튼을 클릭하곤 정신줄을 놔 버립니다.


메모장에 가사를 옮겨 적고 몇 번이고 읽어봅니다. 안구건조 때문에 눈이 침침해져서 인공 눈물도 좀 넣어줍니다. 그리고 또 감탄합니다. 그러면 그때 흐르는 눈물이 인공 눈물인지 진짜 내 눈물인지 분간이 안 돼요. 복잡하죠.



BJ the Chicago Kid (이미지 출처: Sacramento Press)


<Pineapple Now-Laters>(2012) by. BJ the Chicago Kid



요 며칠 래퍼 Polo G 폴로 쥐와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가 함께한 곡 'Wishing For A Hero'를 즐겨 듣다가 피처링에 참여한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의 이전 앨범들을 전부 다시 찾아 듣기 시작했어요.


힙합 씬에서는 '디깅'이라고도 하죠. 샘플링할 만한 LP판을 찾아 먼지 쌓인 레코드판을 눈을 뒤집고 탐험하는 일이요. 이와 유사하게 한 아티스트의 앨범을 즐기다가 그들과 얽힌 신예 아티스트, 기억 속에서 잊힌 아티스트 등과 새롭게 교류하는 재미가 정말 쏠쏠합니다. 책 읽고 음악 듣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시겠죠. 이 게임은 정말이지 끝이 없어요. 인생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누가 인생이 지루하답니까.


이 곡은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의 곡인데, 사실상 래퍼 켄드릭 라마가 완벽히 접수해버렸어요. 그것도 아주 성공적으로요.


실로 살벌한 동네에서 나고 자라며 감옥을 집 안방 드나들듯이 한 터프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린 켄드릭 라마답게 그의 어두컴컴하고 구체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곡입니다.


더구나 켄드릭 라마의 가사는 언제나 문학적이죠. 의미도, 의식도 언제나 빵빵하고요. 가사 한 줄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어요. 이어폰을 끼고 이 노랠 들어보면요, 켄드릭 라마의 갈라지는 생-목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삑사리! 곡의 무드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열심히 빨고 또 피우면서 랩 했나 봐요. 켄드릭 라마의 리얼한 가사를 조금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듯 재즈 피아노/베이스의 사운드로 무장한 우울하고 딥한 멜로디 또한 아주 일품입니다. 물론 이 곡은 켄드릭 라마의 곡이 아니지만, 켄드릭 라마는 음악을 만들 때 '멜로디'를 무엇보다 우선한다고 어떤 인터뷰에선가 밝힌 바 있어요. 정확한 출처는 기억이 안 나네요. 정말 좋은 곡입니다.



형아, 귀여운데 은근히 잘생기기까지 하면 은근히 반칙 아니야?


현직 전 세계 최고의 래퍼로 칭송받는 래퍼 켄드릭 라마는 또래의 아픔에 공감하고, 주변의 힘든 삶을 대변하는 랩을 꾸준히 해왔는데 어쩌자고 초심마저 잃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는 실로 위대한 평가를 받아요. 아무나 퓰리처 상을 받겠습니까.


그런 그가 한 인터뷰를 통해(이것도 출처가 기억이 안 나요) 'Survivor's Guilt'를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돈도 좀 벌고 성공했다고 깝죽거리기엔 살벌한 고향 ‘Compton’에서 동고동락한 어린 시절 친구들을 잊을 수가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 관련하여 켄드릭 라마는 덧붙였어요. 돈 좀 벌었다고 이거 사고, 저거 사며 소위 FLEX를 하는 건 아직 힘들게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이라서 매우 조심스럽다고요. 자기는 그저 그들도 성공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의 모델이 되고 싶다고요.


저는 이 곡에서도 켄드릭 라마의 그런 따뜻한 마음을 은근히 읽을 수 있었어요. 슬프고 안타까운 상황에 몰입해 정말로 그것을 있는 그대로 슬퍼하고 안타까워할 줄 아는 감정적이고 처절한 삑싸리 목감기 래핑, 씥! 할리 씥!


지난주의 추천곡처럼 오늘의 추천곡도 좀 어둡네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밝고 신나며 행복한 추천곡은 아무래도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정말 힘든 시기입니다. 냉정하지 말고, 쓸데없이 들뜨지 말고, 모두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슬픔을 나눴으면 합니다. 이상한 마무리네요. 스눕피 스타일이죠. 아무튼 감사합니다.


아래에 비제이 더 시카고 키드의 'His Pain' 속 켄드릭 라마의 벌스를 의역하여 통으로 옮깁니다. 급하게 번역한 거라서 틀린 부분이 꽤 많을지도 모르겠어요. 너른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His Pain (Feat.Kendrick Lamar)
by. BJ the Chicago Kid

[Verse 1: Kendrick Lamar]
Yesterday my nigga had told me his brother died
어제 친구가 그러데, 형이 죽었다고.
A day before that his homeless uncle was cold outside
그제는 집 없는 삼촌이 밖에서 추위에 떨었고,
A week before he seen the cancer in his mother's eyes
지난주엔 친구 어머니의 눈에서 암이 발견됐대.
Two weeks before that, couldn't pay his rent cause he lost his job
또 2주 전엔 직장을 잃어서 집세를 못 냈고,
A month before that he lost the custody of his daughter
한 달 전엔 딸아이의 양육권을 뺏겼대.
Six months before that her mother said she won't see her father
반년 전엔 어머니가 아버지를 안 보겠다고 그러셨다나.
And this before he did a year when them charges brought up
그런데 그 친구는 또 1년을 살다 나온 놈이야.
I shook my head, turned around then found a $100
나는 고개를 젓곤 뒤돌았어. 그리곤 100달러를 발견했지.


[Hook: Kendrick Lamar (x2)]
I don't know why You keep blessing me
저한테 왜 자꾸 이러시나요?
I don't know why You keep blessing me
왜 자꾸요.
I don't know why You keep blessing me
저한테 왜 이러시나요?
I don't know why You keep blessing me
왜 자꾸요.
I don't know why, I don't know why, I don't know why
왜 이러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모르겠다구요.


[Verse 2: Kendrick Lamar]
Yesterday I invaded privacy of a home
어제 난 집 하날 털었어.
The day before that my partner had fronted me a zone
그제는 동업자가 나한테 대마를 건넸고,
A week before I had loaded bullets inside that chrome
지난주엔 권총 총알을 장전했지.
Two weeks before that I shot them bullets and he was gone
2주 전에 난 총을 쏴서 사람을 죽였어.
A month before that I cursed my mother then slammed the door
한 달 전엔 엄마한테 욕하고는 방문을 쾅 닫았지.
Six months before that I hit my woman, she hit the floor
반년 전엔 여자 친구를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어.
I stormed out then seen a black Honda Accord
나는 뛰쳐나갔지. 그리고 그때 검은색 혼다 어코드 한 대를 봤어.
Them hollow tips missed me then hit that little boy
그런데 그들의 권총은 날 놓쳤고 어린 소년을 맞췄어.


[Hook: Kendrick Lamar (x2)]


[Verse 3: Kendrick Lamar]
So today I laid in my bed, stared at the ceiling
오늘 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어.
Closed my eyes then asked myself how I was feeling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물었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말이야.
I analyzed on how a saint can play the villain
어떻게 천사가 악마 흉내를 낼 수 있는 건지 골똘히 생각했어.
Is my life coincidental or just God willing
내 삶은 우연인 걸까 신의 뜻인 걸까.
I came to grips, jumped up, and looked out the window
나는 상황을 받아들였어. 그리곤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지.
See my nigga had that same little boy that didn't know
그리고 그때 그 총 맞은 어린아이와 함께 있는 내 친구를 봤지.
Bullets is nameless, I guess this is meant for
총알은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야. 내 생각에 이건
Me to give them a $100 then trash my pistol
그들에게 100달러를 건네주고 총을 버리라는 뜻인 것 같더라.


[Hook: Kendrick Lamar (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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