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지 'Smile', 어머니는 위대하다. 여러분, 효도합시다!
어둠 속에서 산다는 것,
그게 어떤 삶인지 상상할 수 있겠니?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은
너를 행복하고 자유롭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그것이
그들이 보고 싶은 모습이기 때문이지.
행복하지만 자유롭진 않았던 두 삶,
누군가 네가 사랑하는 가족이나 사람을
괴롭힐까 봐 두려워하며 어둠 속을 살았지.
세상은 변하고 있고
사람들은 이제 자유로워질 시간이라고 말해.
그런데 너는 단지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살아.
어둠 속에 산다는 건
살기 안전한 곳처럼 느껴져.
그들에게나 나에게나
피해를 안 주거든.
하지만 인생은 짧아,
그리고 이젠 자유로워질 시간이야.
네가 사랑하는 걸 사랑하렴.
왜냐하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니까.
-글로리아 카터-
시공사에서 펴낸 <생텍쥐페리, 내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2011)는 제가 군 시절에 구매해 지금까지도 틈나는 대로 펼쳐보며 마음을 덥히는 책 중 하나입니다. 요즘 같이 더울 때에는 굳이 마음을 덥힐 필요가 없어서 잘 안 읽게 되지만, 마음이 휑해지는 가을이나 겨울에는 꼭 한 번씩 들춰봅니다.
책은 제목 그대로 '생' 선생님이(꼭 초밥이나 생강이 떠오르네요) 중학 시절부터 2차 대전에서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어머니께 보낸 편지를 엮어 낸 것인데요, 효성 지극한 '생' 선생님께서 구구절절 자기의 일상다반사를 늘어놓고, 단상을 적고, 철학을 이야기하다가는 내친김에 '마음으로 키스를 보내며' 마무리 짓는 편지를 읽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포근함과 애틋함 그리고 슬픔이 동시다발적으로 전해집니다. 요즘엔 날씨가 무지하게 더운데도 불구하고 오늘의 추천 힙합 음악과 잘 어울리는 주제가 아닌가 싶어 책을 오랜만에 열어보았습니다. '역시나'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 좋더군요. 여러분도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랄게요.
오늘의 글을 열며 '글로리아 카터' 선생님의 문장을 인용해봤어요. '글로리아 카터'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시죠? 네, 처음 들어보시는 게 당연해요. 만약 알고 계셨다면 선생님께서는 보통 힙찔이는 아닐 거로 사료돼요. '글로리아 카터' 선생님은 미국의 래퍼 '제이지JAY-Z 선생님의 어머니거든요. 저도 일면식은 없고 이름이랑 얼굴만 알아요.
가장 최근 <스눕피의 힙합 매거진> 포스팅의 추천 음악도 '제이지'의 노래였는데요, 당시 추천곡은 정규 13집의 수록곡 'Legacy'였고, 제이지가 그의 딸 '블루 아이비 카터'에게 던지는 의미 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습니다. 아직 안 읽어보신 분들은 지금 빨리 가서 읽고 오세요. 지금 여기서 뭐하십니까?
오늘의 '스눕피의 힙합 음악 추천'은 죄송하지만 같은 앨범의 다른 수록곡이에요. 사실 지난번에 이 곡도 함께 추천하려고 했었는데 노래 'Legacy'에 대한 소개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글이 너무 길면 읽는 사람도 짜증 나잖아요. 아무쪼록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오늘의 추천곡은 제이지의 정규 13집 속에 담긴 'Smile'이라는 노래인데요, 제이지가 이번에는 그의 '어머니'를 향해 따뜻한 메시지를 담아 던집니다. 이 곡은 'Stevie Wonder스티비 원더' 선생님의 'Love's In Need Of Love Today'를 샘플링한 곡입니다. 원곡이 참으로 아름답고 죽여주는데, 이 곡도 뭐 아름다우며 죽여줄 수밖에요. 아, 저 맨 앞에 쓴 제이지 어머니의 문장은 사실 이 곡의 아웃트로입니다. 먼저 노래 속의 어떤 가사를 한번 보실까요.
고통을 뚫어야 우린 새로운 삶을 볼 수 있지.
아이를 가진 모든 여성들, 저 희생을 봐.
우리 엄마는 아이 넷을 낳았지만,
사실 그녀는 레즈비언이었어.
나는 오랫동안 모른 척해야 했지,
엄마는 연기자였어.
엄마가 약을 먹을 땐(or 대마를 피울 땐),
난 옷장 속에 숨어야만 했어.
사회적 수모와 고통은
견디기 너무 어려웠지.
엄마가 사랑에 빠졌을 때,
난 기쁨의 눈물을 흘렸어.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내겐 중요하지도 않았어.
모두가 미워했지만 나는 그저
당신이 웃는 걸 보고 싶었을 뿐이야.
-효좌 제이지-
네, 제이지의 어머니는 '아이 넷'을 낳아 길렀지만, 그녀의 성 정체성은 사실 '레즈비언'이었습니다. 제이지는 어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어머니가 '성 정체성'에 대하여 처음으로 그에게 털어놓은 바로 다음 날, 이 곡을 작업하게 되었다고 밝혔어요. 'Smile'은 정말이지 계기가 확실한 창작물인 셈인 거죠. 그러니 심혈을 기울였을 겁니다. 그러니 듣기 좋을 수밖에요.
사실 제이지는 이 곡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만을 늘어놓고 있진 않아요. 과거와 현재의 자신의 위치를 비교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놓고, 미국 힙합씬의 대부호답게 허세도 적절히 섞어 보여주고 있죠.
힘들었던 시간도 좋은 기억이 되지,
그러니 웃자고!
내가 떠나더라도 넌 날 기억할 거야,
웃자!
좋은 시간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스마일!
오늘 내가 너와 함께 할 수 없더라도,
웃어줘!
-식상한 제이지-
그리고 노래의 '코러스'에서 이렇게 그가 진짜로 전달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가 나오는데요, 사실 이전에 추천한 'Legacy'라는 곡 속에서 그의 딸에게 보낸 메시지와 유사한 맥락입니다. 또 지루한 '클리셰'처럼 느껴지기도 하죠(구한말 지오디 선생님들의 노래 가사 같죠, 박진영 선생님의 고릴라 같은 얼굴이 막 떠오르고 그러네요).
하지만 사실 저는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정말 미친 듯이 좋던 차에, 해당 뮤직비디오의 아름다운 영상을 뚫고 나와 저 뻔한 메시지가 제 귀에 새롭게 꽂혀 버리는 순간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물론 진짜 돌진 않았구요). 그리고 저토록 뻔한 이야기가 때로 얼마큼이나 강력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게 영상의 힘일까요. 아무튼 여러분 뮤직비디오도 꼭 한번 챙겨보세요! 정말 좋습니다. 이건 뭐랄까, 8분짜리 영화에 가까워요. 무려 공짜이구요.
엄마가 계신 집에 오면 안도감을 느꼈고,
엄마가 계신 집에서는 안전했으며,
전 오로지 엄마만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때가 좋았습니다.
사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저의 피난처는 엄마이며,
모든 것을 알고 계시고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해 주시는 것도
엄마니까요.
그래서 전, 좋든 싫든 제 자신이
아주 어린 소년이 되어 있는 걸 느낍니다.
-22살의 생 텍쥐페리-
이 세상엔 정말로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렇게 저마다의 기쁨을 누리고 저마다의 슬픔을 감내하며 어떻게든 자기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당연한 소리죠.
그런데 여기에 '엄마'라는 단어가 개입하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지는 듯해요. 그토록 다양하게 저마다의 삶을 개성 있게 살아가던 개개인들도 '엄마의 아들', '엄마의 딸'이 되어버리면 모두가 엄마를 향해 절절하게 품는 그 애틋한 사랑 아래에서 하나로 뭉쳐 보인 달까요. 제이지가 노랫속에서 말합니다. 엄마가 사랑에 빠졌을 때, 난 그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요. 그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그런 건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고요. 전 그 부분이 너무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또 '감히' 공감도 해보았습니다. 우리들에게 엄마는 그저 엄마일 뿐이 아닐 거냐면서요.
노래 설명은 제대로 안 하고 별 이상한 소리만 늘어놓다가 끝내는 <스눕피의 힙합 음악 추천>,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자주 업로드하도록 노력할게요. 약속을 자꾸 못 지키네요. 더불어 조만간 힙합 아티스트 한 사람의 업적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연재물을 하나 기획하려고 하는데요, 제가 여러 포스트를 통해 참 많이도 언급한 래퍼입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선생님들~
오늘의 추천곡
JAY-Z <Smile>
샘플링 원곡
Stevie Wonder <Love's In Need Of Love Today>
보너스 추천곡
국민 손자 정동원 <효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