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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r 15. 2020

총기 사고, 사랑, 포용을 함께 이야기하는 토론토 시인

노래도 하고 패션쇼도 기획하는 토론토 시인 Mustafa The Poet


[본문 속에 소개되는 노래 일러두기]

1) Mustafa 'Stay Alive'
2) The Weeknd 'Attention'
3) Drake 'Marvins Room'



Mustafa Ahmed(Mustafa The Poet)

Mustafa The Poet은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시인이자 가수이자 작사가이다. 서로 다른 3개의 직업을 자기 이름 옆에 나란히 병치한다는 것은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그의 인생은 적어도 지루할 틈은 없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Paquin Artists Agency)

 

그의 직업 중 하나인 ‘시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 이야기하자면 그는 Spoken Word Poetry스포큰 워드 포이트리를 하는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 스포큰 워드 포이트리 시인이란 종이 위에 글자로 시를 써 독자와 소통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기 속에 목소리를 녹여내 청중과 교감하는 사람이다. 때로 음악이나 몸짓을 활용하기도 하며 청중의 반응에 대응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기도 한다.



(이미지 출처: Aesthetic Magazine)



이미 10대 초반부터 그는 ‘토론토의 꼬마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마치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속의 정동원 선생님처럼 말이다. 어린 나이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은 사람, 자기가 잘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부러운 이들인가. 그들의 인생은 적어도 말할 거리가 부족할 틈은 없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Mustafa (이미지 출처: Toronto Star)


 

지난 3월 11일, Mustafa The Poet은 그의 최초 싱글곡 ‘Stay Alive’를 발표했다. 목소리 속에 자기의 진실한 감정을 응집해 담아 ‘스포큰 워드 포이트리’를 훌륭히 전달해 온 이력 때문인지 감성적인 어쿠스틱 멜로디 위에서 그는 미국 가수 Sam Smith삼 스미스나 한국 가수 Crush크라쉬의 감정 표현력을 감히 능가할 듯 재주를 부린다. 눈을 감고 그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이 몽글몽글하게 손에 잡힐 듯 깜깜한 눈 앞에 둥둥 떠오를 것이라 확신한다.

노래 ‘Stay Alive’는 그가 나고 자란 토론토 최초이자 최대의 공동 주택 단지인 Regent Park 속에서 자주 벌어지는 총기 사고로부터 자극받아 그가 내보이는 총기 소지 반대 운동의 일환이자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그의 지역 동료들을 위한 헌정곡이다. 스포큰 워드 아티스트가 부르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노래, 그야말로 강추한다. 조용히 듣고 있으니 눈물이 다 난다. 주르륵 또는 주룩주룩.





시인의 양다리, 대화를 통해 빚어낸 던질만한 메시지

Mustafa The Poet은 2016년 11월에 공개된 팝스타 The Weeknd위켄드의 세 번째 정규 앨범 <Starboy>의 'Attention'이라는 트랙에 수상한 목소리 역할로(?) 참여해 위켄드의 2018 그래미 어워드 수상에 밥 숟가락을 한 차례 올린 바 있다.


(이미지 출처: JB Hi-Fi)


또한 자신의 고향 'Regent Park'에서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들을 위한 헌정 영상이자 커뮤니티의 어린 친구들을 위해 총기 사고 관련 인식을 개선하고자 제작한 짧은 단편 인터뷰 영화 <Remember Me, Toronto>(2019)를 통해 랩스타 Drake드레이크 그리고 그의 영혼의 단짝 프로듀서 Noah '40' Shebib과 함께 의미 있는 작업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프로듀서 Noah '40' Shebib의 천상계 무드 설정 능력은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나는 멜랑꼴리를 자극하는 그의 비트가 좋다. 분위기 있게 우울하지만 적어도 비극적이진 않으니까. 내친김에 드레이크의 Marvins Room 들으러 가야겠다.


Drake의 수염은 백 만불짜리다. (이미지 출처: Youtube)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Valentino발렌티노의 F/W 2019-20에 '아티스틱 콜라보레이션'으로 참여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Pier Paolo Piccioli피에르 파올로 피춀리와 합을 맞추기도 했다. 주제는 현대 사회의 사랑과 로맨스였다. 이름하여 'Valentino ON LOVE', 그가 쓴 시의 일부가 명품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 의상 안팎에 새겨진 것이다.



발렌티노의 F/W 2019-20, 4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이미지 출처: Vogue)


(이미지 출처: Vogue)



(이미지 출처: Mustafa's Official Twitter)



위에 열거한 거물들과의 콜라보레이션, 그는 '대화'를 통해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갔다고 말했다.

드레이크와는 도시 범죄에 대해서,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은 친구들에 대해서 대화를 하다가 '단편 인터뷰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고, 발렌티노의 피에르 파올로 피춀리와는 '사랑'에 대해서, '시'에 대해서 진지하게 몇 번이나 대화를 나누며 발렌티노의 '아티스틱 콜라보레이션'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Valentino로부터 처음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았을 때에는 Valentino가 무슨 브랜드 인지도 몰랐고 그저 팔로워가 많은 걸 보고 뭔가 유명한 브랜드라는 걸 직감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패션 문외한과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의 파격적인 만남, 하지만 '대화'가 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는 것이다. 모든 예술은 '통'하는 법이니까.



대화와 포용


오늘 저는 '포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두려움 없는 포용, 의도적인 포용에 대해서요. 뭘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당신의 속을 뒤집는 이야기죠. 하지만 꼭 필요한 대화란 건 다들 알고 있죠.

하루는 제가 캐나다에서 가장 혼잡한 교차로 중 한 곳에서 걷고 있었는데, 빨간 불이 켜지고 차들이 멈춰 섰어요. 그때 어떤 트럭에서 한 남자가 창문을 내리고 ‘니캅’을 뒤집어쓴 여인을 쳐다봤어요. ‘니캅’은 무슬림 여자들이 머리와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베일인데, 강제적인 건 아니고 많은 여자들이 좋은 뜻에서 쓰는 거예요.

그런데 그 남자가 그녀를 보더니 “저기 저 테러리스트 좀 봐요! 저기 저 테러리스트 좀 보라니까! 누가 저 테러리스트 좀 말려봐!” 그러더니 웃더군요. 수염 난 뚱뚱한 백인 아재였는데, 그 여자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그때 전 17살이었는데, 충격이었어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저는 멈춰 서서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저를 추슬렀어요. 그 남자한테 다가가야 하는지 그 여자한테 다가가야 하는지 몰라 방황하고 있는데, 신호가 초록 불로 바뀌더니 남자는 저 멀리 가버렸어요.

저는 여인을 안심시키고 싶은 마음에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했어요. “괜찮아요? 좀 괜찮으신가요?” 그랬더니 그녀가 절 보았어요. 그때 저는 그녀의 눈에서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녀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테러리스트가 어디 있죠? 이 주변에 테러리스트가 있는 건가요? 어떤 남자가 테러리스트 어쩌고 얘기하던데요.”

그 순간 저는 깨달았어요. 우리는 모두 같은 두려움과 문제를 공유한다는 걸요. 만일 우리가 이러한 내면의 소리를 대화로 이끌어내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이런 내면의 소리는 어디에서나 있어요.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식당에서도요. 선입견 때문에, 또 내면의 목소리를 죽여서 그런 거지 내면의 소리는 분명 당신의 명치에 매달려 있다는 겁니다.

   




저는 캐나다의 최초이자 최대의 공동 주택 단지 리젠트 파크에 살아요. 위 사건이 일어난 캐나다에서 가장 붐비는 토론토 다운타운의 교차로로부터 5분 거리죠. 그런데 우리가 사는 곳은 ‘East Downtown’이라고 분류됩니다. 또 밴쿠버에 가보시면 밴쿠버의 도심 지역을 ‘East Downtown’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Central Downtown’과 ‘East Downtown’은 단지 한 블록 차이예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들을 구별 짓는 거죠. 분리하는 겁니다. 이건 커뮤니티에 해가 되는 거예요.

68퍼센트의 캐나다인들이 캐나다 이민자들과 캐나다에 새로 온 사람들이 캐나다의 주류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더 나은 직업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데요. 그런데 대체 ‘캐나다 주류 사회’라는 건 또 뭔 말이에요?

제 생각은 또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더 나은 캐나다를 만들기 위해 커뮤니티 사이의 차이를 메꾸자는 것이고 심지어 지리적 지역 차이도 없애자는 거예요.


Mustafa The Poet의 2017년 발표 <The Othering of Neighbourhoods> 내용 중 일부를 옮겨봤다. 이런 시국에 메이플 시럽으로 달달한 나라 캐나다 걱정을 하자는 쓸데없는 오지랖은 아니고 핵심 메시지가 좋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번역해 옮겨 본 것이다.


국가의 보건과 복지를 총괄하여 책임지는 우두머리로부터 '아집'이나 '배타심'만을 보고 배울 수 있을 뿐이라면 도대체 나 같은 소시민은 누굴 믿고 따라야 할지 도저히 감이 서지 않는다. 래퍼 스윙스의 표현 방식을 빌려와 이야기해보자면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사칙연산도 아니면서 자꾸만 나누고 빼느라 혈안인 것처럼 보인다.


Mustafa the Poet이 이야기한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나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두려워하는 내면의 소리', 사람들이 그것들을 자꾸만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털 사이트의 댓글창' 위에서만 죽어라 풀어놓으니까 인터넷이 무지하게 지저분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러한 찝찝한 얘기들, 적어도 [스눕피의 브런치]와는 결이 달라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 개인적으로 할 줄 아는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기도 하고.


하지만 2020년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건 Mustafa The Poet이 이야기한 '두려움 없는 포용', '의도적인 포용'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렇게 몇 줄의 글로 주둥이를 나불대는 것도 나의 짧은 피상적 판단에 머무르는 것이겠지만, 각자위심하여 각을 세우는 이 시대에 포용하고 대화하는 일, 그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스스로 생각해본다.


글의 요상한 마무리가 다소 생뚱맞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혹 여기까지 이 글을 다 읽어 내려오신 선생님들께 '의도적 포용'이나 우리가 살고 있는 '커뮤니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추천 영상]
* 위에서 언급한 비디오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 시간이 혹 남으시면 살펴봐주세요. 내용이 괜찮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E26_sjxbYY

Mustafa - Stay Alive


https://www.youtube.com/watch?v=D95brGKmQgw

The Othering of Neighbourhoods | Mustafa Ahmed | Walrus Talks


https://www.youtube.com/watch?v=B0Ybkw4Kq_Q&t=3s

Remember Me, Toro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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