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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l 26. 2020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디자이너의 흥미로운 이력

아빠 신발의 대부 혹은 조부, 미국의 신발 디자이너 '스티븐 스미스'




살벌했던 그때 그 버튼


한때 '리복' 의 인스타펌프 퓨리라는 신발이 대유행을 했었죠. 다채로운 색 조합에 쉽게 이해하기도 소화하기도 어려운 디자인을 뽐내던 신발이었는데, 길거리를 지나가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발등에 지구 종말 버튼 같이 생긴 혹을 하나씩 달고 다녔어요. 달려가서 꼭 한번 꾹 눌러보고 싶었는데, 초면에 다짜고짜 발등을 만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주 죽겠더군요.



Sneakers-actus



리복 인스타펌프 퓨리는 1994년도에 미국에서 출시된 신발인데요,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20여 년이 지난 아시아 국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 한가운데 물론 대한민국이 있었죠. 아무튼 대단히 인상적인 신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대한민국을 살벌하게 장악했던 리복 인스타펌프 퓨리를 디자인한 장본인이 제가 사랑하는 래퍼 '카니예 웨스트' 선생님의 아디다스 이지YEEZY 700, 451을 몸소 디자인한 YEEZY의 리드 디자이너 스티븐 스미스 선생님이셨다는 글을 우연히 읽고는 놀라 그대로 뒤로 자빠져 버렸습니다. 아무튼 겨우 다시 일어나 디자이너 ‘Steven Smith스티븐 스미스’ 선생님에 대해 깊이 탐구해보기로 홀로 마음먹었는데요, 그리곤 구글링 검색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몰입을 시작했습니다.



흡사 생물을 전공한 교감 선생님처럼 보이는 스티븐 스미스, 비치 보이스 원년 멤버의 80년대 중반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이미지 출처: daman.co.id)



YEEZY 700 스태틱을 신은 그의 구세주 카니예 웨스트, 감히 형언할 수 없는 그의 색/소재 조합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미지 출처: 36. Paralel)



YEEZY 451을 신고 마이바흐에서 내리는 카니예 웨스트의 모습, 쏟아지는 비와 젖은 바닥까지도 의도된 설정이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36. Paralel)



실로 놀라운 컨셉으로 옷과 신발 등을 리뷰하는 유명 유튜버 Brad Hall브래드 홀과 YEEZY 700 시리즈.




Steven Smith


‘스티븐 스미스’는 ‘신발 디자이너’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하던 1986년에 대학(매사추세츠 칼리지 오브 아트 앤드 디자인)을 졸업하자마자 ‘뉴발란스’에 입사해 아디다스, 리복, 필라, 나이키 등의 주요 브랜드를 차례로 거쳐 현재는 래퍼 카니예 웨스트가 이끄는 럭셔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YEEZY에서 리드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데요,


그가 지난 35년간 디자인한 신발의 카탈로그는 아주 기가 막힙니다. 앞서 언급한 리복 인스타펌프 퓨리부터 뉴발란스 675, 676, 574, 995, 996, 997, 1500, 나이키 에어 스트렉 스펙트럼 플러스, 에어 맥스 2009, 아디다스 Artillery, 이지 부스트 700, 이지 451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습니다. 달리 말해 패션에 관심이 있는 대한민국 2040 세대의 두 발을 한번씩은 다 주무른 셈이 됩니다.






스티븐 스미스 커리어의 첫 작품, 1986년작 뉴발란스 995 (이미지 출처: Pinterest)



뉴발란스 574 / 뉴발란스 676 (이미지 출처: Journeys / Snupps)


클래식 뉴발란스의 상징적인 컬러인 그레이/네이비와 함께한 996과 997 (이미지 출처: JustFreshKicks / )



뉴발란스 1500 (이미지 출처: Hypebeast)


지구에서 가장 진지한 스니커즈 리뷰어 브래드 홀Brad Hall이 신은 나이키X슈프림 협업 제품의 원판은 스티븐 스미스의 작품이다.





디자이너 ‘스티븐 스미스’의 닉네임은 ‘The Godfather of Dad Shoes’입니다. 아빠 신발의 대부라는 거죠. 두툼하고 투박하며 언뜻 멍청하고 무식해 보이는 ‘아빠 운동화’, 다들 아시죠?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이지부스트 또한 카니예 웨스트와 스티븐 스미스가 합심하여 ‘아빠 신발’을 시대에 맞게 재정의한 것이고요. '아빠 신발의 대부'로서 그가 요즘 시대의 '아빠 신발'을 바라보는 다음과 같은 시각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아, 그렇군요.




뉴발란스 제품들과
올드 머니, 자산이라는 개념은
늘 얽혀왔었죠.

그러니까 '아빠 신발'에서
 '아빠'라는 개념은
경제적인 안정이라는 아우라가
브랜드에 어느 정도 더해지는 겁니다.





Gramparents




스티븐 스미스는 본인 입으로 ‘엔지니어’와 ‘아티스트’의 감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신발의 기능과 디자인적 가치를 함께 만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죠. 더구나 자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중간에 일어나 스케치를 할 정도로 대단한 하드워커인지라 그의 아이패드에는 신발 디자인 스케치가 이천여 개 가까이 저장되어 있다고 하네요. 또한 종이 위에 드로잉만 보고도 실제로 신발이 제작되었을 때의 물리적인 감각을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는 걸 보면, 스티븐 스미스는 ‘아빠 신발의 대부’가 아니라 그냥 ‘신발의 대부’인 듯합니다.



아재 냄새가 물씬 난다.


그의 디자인 커리어는 더 나은 신발, 더 좋은 신발, 이전과는 다른 신발을 만들어내기 위한 개인적 혁신과도 같은데요, 그는 신발을 디자인할 때 3F 또는 4F에 포커스를 맞춘답니다. Fit(핏), Form(형태), Function(기능) 그리고 Fashion or Feel(스타일 or 간지)를 염두에 두고 30여 년을 달려왔다는 겁니다. 그것들이 작업의 '기준점'으로 자연스럽게 작동해왔다고 하고요. 그래서 같은 디자인은 죽어도 두 번 반복을 안 하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기도 하고, 신발을 하나의 'Machine머신'으로 간주해 그 본래의 기능(러닝용, 농구용 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해요.

어느 순간부터 그저 신발의 '디자인'에 집착해 패션 상관성만을 고려했던 제게 '본래 신발이란 목적성에 부합해야 하며, 퍼포먼스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새롭게 불어넣어주었습니다.




스티븐 스미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공개한 "요즘 돌려가며 신는 신발" 모음






스티븐 스미스x카니예 웨스트


스티븐 스미스의 30여 년 스니커즈 디자인 커리어의 전환점은 역시 래퍼 ‘카니예 웨스트’와의 만남일 겁니다. 스티븐 스미스가 업무적 마찰로 'KEEN'이라는 슈즈 브랜드로부터 나와서 고통의 시간을 겪고 있던 2016년에 뉴욕으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고 하는데요, 네, 미스터 웨스트 선생님이었습니다. 그의 연락이 한 줄기 빛과도 같았다는군요.



“형아가 디자인한
모든 신발들은

내가 어렸을 때
졸라게
신고 싶던 것들이라구요!”

-고백좌 수줍 칸예-




마침 둘은 규율이나 관습에 얽매이는  극도로 경멸하던 사람들이었고,   혁신가의 운명적 만남은 젊은이들(무한도전 박명수 식으로 표현하자면 '반갑다! X세대 여러분!') 열광하는 '이지부스트' 탄생의 필연이었던 셈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래퍼 카니예 웨스트는 당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디자인 작업에 임해달라며 스티븐 스미스에게 창의롭게 작업할 자유를 허하여, 둘은 쓸데없는 보고나 규칙 따위 신경쓰지 않고 그저 자유롭게 토론하고 디자인하며 혁신적인 작업물을 만들어낼  있었다고 하네요. 특히 카니예 웨스트의 '영감 불어넣기'도 한몫을 했다는데, 회의 도중에 랩이라도   꽂아준 걸까요?




저는 카니예 웨스트의 꿈이
현실이 되도록 그를 도와주는 겁니다.
저는 그의 조력자예요.
전 그렇게 임하고 있어요.

-날개좌 스티븐 스미스-




스티븐 스미스가 YEEZY 직전에 '이노베이션 디렉터'  담았던 'KEEN'에서 그는 '이노베이션' 부재와 기업의 디자인 간섭으로 인해 뛰쳐나왔고, 래퍼 카니예 웨스트 또한 본래 나이키와 비즈니스 파트너였었지만 나이키의 로열티 문제와 규제 및 제한 등으로 대립하다가는 아디다스와 손을 잡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의 아픔을 공유하며 창의 활동에 목마른  사람의 운명적 만남의 결과는 멋지게 폭발할  밖에요. 정말 멋집니다. 다른 포스트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이야기한  있으나 필자 스눕피의 신념인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이와 평생을 함께한다' 이렇게  1승을 거두네요. '평생' 일단 빼야겠습니다만...




YEEZY 700이 발매되었을 때,
6시간 30분 만에 다 팔렸어요.

끝내줬죠.

그러니까 제 말은
누군들 그 마법과도 같은 순간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겠느냐는 거죠!

-매직좌 스티븐 스미스-





신발이 뭐길래?


얼마 전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V2 ZYON이 발매되어 ‘래플’이 열렸죠. 필자 스눕피 또한 신발 당첨 한번 되어보겠다고 발악하며 ‘무신사’ 앱에 접속하였는데, 응모 인원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제가 접속했던 순간의 신청 인원이 14만 명을 훌쩍 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게 지금 총선도 아니고 뭐 하는 겁니까? 작작 좀 응모하세요. 저도 좀 됩시다! 아, 저는 떨어졌다는 말입니다. 아무튼 뭐든지 붙는 걸 참 못해요.



이지부스트 350 V2 Zyon (이미지 출처: KicksOnFire)


또 어제는 제가 좋아하는 캐나다 몬트리올 브랜드 JJJJound자운드에서 '뉴발란스 992' 협업 제품을 내놓아서 아침부터 종일 쇼핑몰 페이지를 '새로고침'하며 한심한 하루를 보냈는데요, 새벽 2시경이었나요, 드디어 구매창이 열리더라고요. 그래서 잽싸게 사이즈를 선택해 다음 창으로 넘어갔더니 1분도 안 되어서 전 사이즈가 품절이 된 모양인지 'Out of Stock'이라는 빨간 메시지가 뜨더군요. 화도 좀 났지만, 제 인생의 실패가 뭐 한 두 번도 아니라서요. 적응됩니다. 아무튼 뭐든지 성공을 잘 못해요. 성공 좀 합시다!



JJJJound x New Balance 992



'신발'이 뭐길래 이리도 많은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소위 말해 '스니커 헤드'가 아니기에 신발에 미친 선생님들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진 못하지만, 기능이 아주 훌륭하거나 디자인이 매우 우수한 신발을 신는 행위는 일종의 영적인(정신적이고 영감적인) 체험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은 종종 해왔습니다. 새 신발을 신고 단단한 아스팔트 바닥을 밟고 앞으로 사뿐히 걸어 나아갈 때의 그 묘하게 뿌듯하고 고양되는 기분은 새 옷을 입고 바깥에 나갔을 때의 유쾌한 기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만족을 준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느끼시지 않나요?


오늘은 신발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개념조차 희미하던 시절부터 한 길만을 정면 돌파하며 시장을 개척하고 크리에이티브를 축적해 온 미국의 '스티븐 스미스' 선생님에 대해 탐구해보았습니다.


진득하게 한 자리를 잡고 앉아 자기를 혁신하며 긴 세월을 견뎌대는 사람을 당해낼 자는 없다.


오늘의 최종 교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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