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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Aug 06. 2020

여름휴가, 차에서 듣기 좋은 미국 힙합 음악 추천해요.

미국의 균형 잡힌 래퍼 '에이 부기 윗 다 후디'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실로 오랜만에 돌아온 스눕피의 미국 힙합 이야기입니다. 날도 꿉꿉한 요즘인데, 잘 지내시는지요?


“아, 그래. 스눕피야, 잘 왔다. 뭐 하나만 묻자. 혹시 그런 노래 없냐? 여름휴가 시즌을 맞이하여 차에서 듣기 좋은 균형 잡힌 미국 힙합 음악 말이야.


기본적으로 미지의 미국 힙합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아주 좋겠는데, 그렇다고 너무 떽떽거리고 왈왈거려서 부담스러운 친구들은 싫더라. 약간 멜론 POP 차트 TOP 100 같은 간지 있잖냐.


빵빵하게 에어컨을 틀어놓은 시원하다 못해 몹시 추운 자동차 안에서 창문을 사정없이 내려치며 쏟아지는 빗소리를 뚫고 은근히(갓근히) 사람의 마음을 다 젖게 하는 감성적인 랩도 좋고,


마침내 비가 그치고 새빨간 태양이 먹구름을 제치며 자기의 존재감을 드러낼까 말까 고민할 때, 창문이란 창문은 다 내리고 볼륨이란 볼륨은 다 올려서 턴업할 수 있는 그런 곡도 좋은데 말이야."


"있어요."


래퍼 A Boogie Wit Da Hoodie에이 부기 윗 다 후디’의 음악을 들으시면 됩니다. 이름이 헷갈리세요? 오늘부터 일단 외우세요. 참고로 '어' 부기 윗 다 후디 아닙니다. '에이' 부기 윗 다 후디입니다. 조심해주세요.



HipHopDX


‘에이 부기 윗 다 후디’는 ‘미국 힙합’의 탄생지, 뉴욕 브롱스 출신의 1995년생 래퍼입니다(구체적으로는 Highbridge 출신인데,


래퍼 오프셋의 와이프이자 2019년도 그래미 수상으로 반전의 미학을 보여준 허벅다리 타투의 아이콘, 래퍼 Cardi B카디비와 동향이에요).



Billboard


‘에이 부기 윗 다 후디’는 스트리밍 시대에도 ‘싱글’보다는 탄탄한 ‘앨범’ 단위로 음악을 쏟아내며 빌보드의 꼭대기도 찍고 내려오는 등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타 래퍼이고요,


'사랑’ 이야기와 ‘길거리’ 이야기를 왔다 갔다 하며 대중에게 감동을 전달하는 ‘균형 잡힌’ 래퍼이자 마치 아이폰의 부지런한 자동 업데이트처럼 전작을 뛰어넘고자 하는 건강한 강박을 지니고 음악 활동에 몰입하는 ‘향상심’을 지닌 모범 래퍼이며,


너무 나대지 않고 침착하면서 적당한 수줍음을 간직한 채 미래를 위해 저금도 할 줄 아는 매우 인간적인 래퍼입니다.



후드에 살고 후드에 죽는, 후살후죽의 아이콘 (이미지 출처: Interview Magazine)



그는 2014년 12월, ’Temporary’라는 싱글곡을 통해 세상에 자신의 원숭이(?) 같은 외모와 래퍼로서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고, 2016년 믹스테이프 <Artist: The Mixtape>의 ‘Still Think About You’, ‘My Shit’ 등의 노래가 아주 제대로 터지면서 ‘랩스타’로의 진화에 성공합니다.


일찍이 선배 랩스타 드레이크 선생님은 그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2016년 자신의 <Summer Sixteen> 투어의 바람잡이 역할로 ‘에이 부기 윗 다 후디’를 세웠는데요, 이는 그의 성공적 랩 커리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Artist: The Mixtape>(2016)


2016년 데뷔 믹스테이프 <Artist: The Mixtape>부터 2020년의 최신작 정규 3집 앨범 <Artist 2.0>까지, 그의 앨범 타이틀엔 온통 ‘Artist’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의 본명이 ‘Artist’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예술하는 김예술, 예술하는 박예술과도 같은 건데요, 영화 <타짜>(2006)에서 ‘아귀’가 ‘평경장’을 두고 이렇게 말하죠. “그 양반 아주 갈 때도 예술로 가는구먼”


래퍼 에이 부기 윗 다 후디가 이 세상을 어떻게 살다 갈지 지켜보는 재미도 꽤 쏠쏠할 겁니다. 그나저나 이름 참 예술이네요.


대한민국의 힙합 아이돌(줄여서 힙합돌, 다시 한번 더 줄이면 힙돌) 그룹의 노래처럼 멜로딕한 랩송 위에서 ‘에이 부기 윗 다 후디’의 매력은 폭발합니다. 실제로 그런 노래들과 함께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도 했고요. 가사도 그래요. [사랑과 이별]이라는 진부한 테마는 그의 래퍼로서의 정체성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줍니다. 이 사람은 사랑 장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우스갯소리로 ‘에이 부기 윗 다 후디’를 두고 Heartbroken Rapp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건 뭐 The Weeknd위켄드도 아니고요. 그만 좀 사랑하고 이별하세요.


참고로 에이 부기 윗 다 후디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나아 키우고 있는 정직하고 건강한 유부남 래퍼입니다. 그나저나 정규 2집 앨범의 'Look Back at It' 같은 곡은 정말이지 대한민국 남자 아이돌 그룹 냄새가 심하게 나요. 비스트 또는 2PM이 떠오르는 당신은 무죄.



정규 데뷔 앨범 <The Bigger Artist)(2017)



래퍼 ‘에이 부기 윗 다 후디’와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두 가지 있는데요,


첫 번째 이야기는 그가 래퍼로서의 본인을 마치 이중인격자, 옛날 옛적 개그 콘서트의 다중이처럼 두 개의 자아로 나누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문 용어로 '컨셉질'이라고 하죠. 하나의 컨셉은 Artist, 다른 하나는 A Boogie인데요, Artist로서의 그는 감성적인 이야기(사랑과 이별)로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래퍼이고, A boogie로서의 그는 부와 명성 그리고 스트리트의 이야기를 던지며 트랩 뮤지션의 면모를 과시하는 래퍼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는 균형 잡힌 아티스트라니까요.


두 번째 이야기는 미국 힙합의 원산지인 뉴욕의 브롱스 출신답게 사춘기 시절에 그가 사고를 좀 친 모양인데요, 이 때문에 부모님이 정신 좀 차리라며 이 선생님을 플로리다주로 보내버렸답니다. 그런데 보호 관찰 2년에 자택 감금 1년이라는 가슴 아픈 처벌의 시간은 그가 래퍼로서의 커리어를 좇는 소중한 선물의 시간이 되어줍니다. 할 것도 없으니 음악이나 만들고 랩이나 하자던 비행 청소년 'Artist'의 발악은 훗날 힙합 음악으로 떼돈을 벌어 람보르기니를 끌고 다니게 만든 시발점이 된 것이죠. 아마 몇 년 후면 '코로나'로 인해 집에 처박혀서 건수를 찾던 한 어린 친구가 비트 메이킹과 랩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슈퍼 랩스타가 되었다는 기사가 화제가 될 거라 장담합니다!



두 번째 정규 앨범 <Hoodie SZN>(2018)



그의 랩 네임 'A Boogie Wit Da Hoodie'의 A는 그의 본명인 Artist를 뜻해요. Boogie는 그가 어린 시절 즐겨 봤다던 영화 <Paid in Full>의 주인공 Ace Boogie로부터 빌려온 이름인 동시에 '흑인'을 뜻하는 Boogie라는 슬랭을 의미하기도 합니다(춤을 추다, 성교하다, 가다, 이동하다 등의 뜻도 가지고 있어요). 'With Da Hoodie'는 늘 후드티를 입고 다니던 '에이 부기 윗 다 후디'를 두고 주변인들이 사용하던 표현이라네요. 그런데 이런 설명까지 필요하냐? 죄송합니다.



세 번째 정규 앨범 <Artist 2.0>(2020)



'에이 부기 윗 다 후디', 대한민국에는 아마도 얼마 전 출소한 양아치 갱스터 래퍼 6ix9ine식스나인과 함께한 히트곡 'Swervin'이나 미국 Z세대 힙합 씬의 범법의 아이콘 'Kodak Black코닥 블랙'과 함께한 'Drowning', 'The Box'라는 곡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Compton 출신의 신예 래퍼 'Roddy Rich'와 함께한 곡 'Numbers' 등으로 많이 알려져 있을 텐데요, 알고 보면 이 선생님의 전 앨범 속 웬만한 곡들이 꽤 듣기 괜찮아요.


비슷한 비트와 비슷한 목소리, 비슷한 훅, 비슷한 플로우 등으로 점철한 최신 미국 힙합 씬에 진저리를 내며 '차별화'를 꾀하는 스타 래퍼답게 확실히 자기만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거든요(나나나나나나~ 뜨르라 타타타타~ 김국환 선생님의 타타타 아니구요, 으하하하하하하 으하타타타타타).



Q102 Live Stream


에이 부기 윗 다 후디는 '앉아서 진득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듣는 앨범'이 흔치 않은 '싱글' 범벅의 스트리밍 시대에 '앉아서 진득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듣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고 해요. 기특한 요즘 시대 래퍼이죠.


또한 '몇 시간 동안 운전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앨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도 합니다. 스마트한 요즘 시대 래퍼이죠.


부기 선생님의 이러한 균형 잡힌 음악관, 꽤 괜찮은 뮤지션같지 않나요?



Genius X A Boogie Wit Da Hoodie


올해 초, 미국의 음악 플랫폼 'Genius'의 <오픈 마이크>를 통해 '에이 부기 윗 다 후디'가 라이브로 부른 정규 3집 앨범의 수록곡 'Me and My Guitar'의 영상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는데요, 먼저 해당 영상을 강력히 추천드리는 바이고요,


덤으로 아래에 제가 나름으로 추려 본 스눕피의 무의미한 추천곡 모음을 공개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어디 멀리 놀러 가시다가 자주 듣던 노래들이 지겨워지는 순간이 필연처럼 찾아오면 그때 챙겨서 들어봐 주시면 좋을 듯해요.


여러분,

자주 행복하시구요.

더위 조심하시구요.

몸 건강하시구요.


자주 뵙겠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 프런트 이미지 출처: NME.com






https://www.youtube.com/watch?v=AEmtYwnBuAM&list=RDAEmtYwnBuAM&start_radio=1



<스눕피가 엄선한 무의미한 추천곡>

Still Think About You
My Shit
Money over Everything
Ransom
Baecation
Drowning
Unhappy
Bad Girl
Way Too Fly
Nonchalant
Best Friend
Deja Vu
Swervin
Startender
Love Drugs and Sex
Come Closer
Look Back at It
Uptown / Bustdown
Billie Jean
Me and My Guitar
Might Not Give Up
Calm Down
Another Day Gone
Luv Is Art
Right Back

by. A Boogie Wit Da Ho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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