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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Sep 03. 2020

어셔 Usher의 카세트테이프

한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준 우연 같은 사람




2004년, 나는 인천 옥련동의 한 종합 보습 학원에 다녔다. 당시 노란 학원차를 몰고 늘 같은 시간에 나를 데리러 오시는 기사 아저씨가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은 차에서 늘 Usher의 앨범 <8701>의 테이프를 틀곤 하셨다.



차에 올라타면서 나는 미리 듣고 있던 MP3 이어폰을 빼서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는데, 노란 차 문이 옆으로 드르륵 열리고 소리바다에서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미국 힙합 음악이 내 귀로부터 멀어지면 동시에 차에서 흘러나오는 어셔의 음악이 내 귀로 새롭게 연결되듯 밀려들어왔다. 솔직히 나는 그때 입은 옷의 감촉이며 머리에 바른 왁스 냄새, 방과 후 노곤함의 기운까지 정확히 기억하는데, 그것들을 궁금해할 사람도, 궁금해할 이유도, 증명할 방법도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누구나 자기만의 기억은 애틋한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한 시절의 추억을 만들어 준 우연 같은 사람으로나마 이따금씩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값진 일일까.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2004년의 몇 개월, 제시간에 나를 태우고 제시간에 학원에 데려다주시던 기사 아저씨의 숭고했던 노동이 없었다면,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버스를 여러 번씩 갈아타야만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매일 같이 툴툴거려야 했을 것이다. 어머님, 염병할, 학원이 너무 멀어요! 라면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유난히 관찰하길 즐기던 내 눈에 어김없이 걸려 들어온 기사 아저씨의 카세트테이프, Usher의 <8701>. 그것은 내가 학원을 그만둘 때까지 한 자리에 있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놓여있던 검정 플라스틱 바구니, 큼큼하면 먼지 냄새가 훅 밀려들던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그곳에 놓인 바구니 안에 늘 똑바로 누워있던 테이프.



Usher의 노래 'U Remind Me'를 듣다가 그때가 생각나버렸다. 그리고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겨본다. 그나저나 선생님들, 스눕피의 인스타그램, 어서 팔로우하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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