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 Soul 쿠킨 소울의 반칙과도 같은 믹스테이프.
오늘 스눕피의 힙합 음악 추천(구 20년 차 힙찔이의 힙합 음악 추천)은 스페인 발렌시아를 기반으로 고전 재즈와 블루스, 소울 뮤직의 샘플을 활용해 클래식한 정통 힙합 비트를 맛깔나게 찍어내는 프로듀싱 듀오 ‘Cookin’ Soul’의 믹스테이프 <Ready FOR XMAS>입니다. 오늘의 포스트는 자체적으로 기획한 크리스마스 특집인데요, 스눕피 매거진은 그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이 제 마음대로 기획하여 마구 써재끼면 그만이니 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앨범 <Ready FOR XMAS>는 두 말하면 잔소리요, 세 말하면 입이 아픈 전설의 뉴욕 랩스타 ‘Notorious B.I.G. aka Biggie Smalls aka Biggie aka Big Poppa’의 폭주하는 랩핑 아래 크리스마스의 간지가 철철 흐르는 다양한 소스들을 활용한 흥미로운 힙합 비트와 멜로디라는 철로를 튼튼하게 깔아서 여러분의 귓속과 혈액 안으로 90년대 뉴욕 정통 힙합의 소울을 조금의 속임수도 없이 들이붓는 프로듀싱 듀오 쿠킨 소울의 기가 막힌 리믹스 믹스테이프입니다. 뭐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크리스마스를 10일 앞둔 오늘, 시기적으로도 아주 기가 막히는 앨범이죠. 참고로 해당 앨범은 2012년 12월에 공개한 그들의 동명 믹스테이프를 재가공하여 며칠 전에 새롭게 발매한 것입니다. 좋은 건 사골처럼 우려먹어야죠. 좋은 건 그래도 됩니다.
힙합 음악도 듣고 싶고, 크리스마스 음악도 듣고 싶고, 소울 음악도 듣고 싶고, 재즈 음악도 듣고 싶고. 인간의 욕심은 원래 끝이 없죠. 여러분의 미친 욕심을 싸잡아 단번에 만족시킬 미친 앨범이 여기 있습니다. 여러분께 정말 강력히 추천합니다. 저는 비기의 Juicy와 도니 해서웨이의 'This christmas'를 엮은 트랙 'Juicy Xmas'가 무엇보다 좋네요!
‘Cookin’ Soul’은 Big Size와 Zock, 이렇게 두 남성으로 구성된 스페인 힙합 프로듀싱 듀오인데요, 주로 7080 소울, 재즈 뮤직을 샘플링하여 정통 힙합 비트 위에 매력적으로 녹여냅니다. 레코드 명반을 사모으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두 사람 모두 일찍부터 음악에 눈을 떴다고 하고, 10대 중반부터 열심히 레코드 디깅을 하며 힙합 비트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그룹 결성 초기에는 Milton이라는 멤버까지 총 3명이서 함께 비트를 만들고 디제잉을 했다고 하는데, 이후 해당 멤버가 탈퇴하고 Big Size와 Zock, 이렇게 둘만 남게 되었답니다. 3-1은 2입니다. 커리어 초창기에 그들은 전 멤버 Milton의 집에서 주로 비트를 만들었는데, 음악 스튜디오가 집 주방 바로 옆에 위치해서 그룹 이름을 ‘Cookin’ Soul’로 지었답니다. 한국식으로는 부엌의 영혼, 주방의 쏘울 정도 되겠네요.
프로듀싱 듀오인 그들은 지척에 살면서도 서로 직접 만나서 함께 비트를 만들기보다는 온라인으로 음악 파일을 서로 주고받으며 “이 부분에 베이스라인 좀 넣어줄래?”, “이 곡 어때? 좀 더 괜찮은 아이디어 없어?” 하는 식으로 곡 하나를 완성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러한 일상의 규칙을 큰 틀에서의 업에도 적용하는 모양인데,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트위터) 전 세계의 래퍼들과 컨택하며 곡을 주고받는 식으로 작업을 이어간다고 합니다(프로그램은 주로 FL Studio를 사용한다고 해요).
그렇다고 그렇게 얼굴도 안 보고 온라인으로 함께하게 된 아티스트들의 수준이 짜치느냐 하면 또 그렇지가 않아서 정말 놀랍습니다. 니키 미나즈, 맥 밀러, 더 게임, 와이지, 커렌시 등 꽤나 짱짱한 미국의 아티스트들과도 함께했습니다. 미국 래퍼 와이지와 함께한 앨범 <California Livin'>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아끼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스페인 발렌시아의 작업실로부터 힙합 본토 미국까지,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최대한 많은 믹스테이프를 만들어 공개해왔다는 쿠킨 소울, 그들의 비트가 결국 유명 미국 래퍼들의 귀에까지 들어 그들이 세계적인 프로듀서로서 자리매김하게 된 성공 사례는 얼마 전에 우연히 읽은 책의 한 구절 '온라인은 철저한 능력 중심 사회이기 때문에 콘텐츠만 좋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그들이 존경하는 미국의 래퍼 제이지도 이 듀오를 잘 알고 좋아한대요.
편집할 재료가 많아야 새로운 이론 구성이 가능하고, 실력이 많다는 것은 편집할 수 있는 재료가 많다는 것이라고 제가 좋아하는 김정운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두고두고 곱씹는 책 <에디톨로지>에서였습니다. 더불어 강조하시길, 인간의 가장 창조적인 작업인 예술의 목적은 일상의 반복과 익숙함을 낯설게 해 새로운 느낌을 들게 하는 데 있다고 하셨죠. 다종다양한 소스를 기반으로 하는 Cookin’ Soul 선생님들의 훌륭한 샘플링 기법은 김정운 선생님의 위 말씀을 멋지게 증명해주는 듯합니다.
더욱이 달콤하고 바삭한 페이스트리를 한 겹 한 겹 층층이 총 384겹을 쌓아 올린 그 여세를 몰아 맛있는 파이로 탈바꿈한 롯데제과의 엄마손파이처럼 다양한 악기를 층층이 쌓아 올려 사람의 사기를 북돋우거나 규정하기 어려운 감정을 매만지는 그들의 감정 컨트롤 솜씨에는 혀를 내두르게 돼요. 제 혀가 그리 유연하진 않지만요. 아무튼 그저 비유가 먹는 거야.
그동안 스눕피의 힙합 매거진 포스팅이 많이 밀리기도 했고, 앨범 하나로는 뭔가 아쉽기 때문에 보너스의 개념으로다가 앨범 하나를 더 추천하고 갈게요.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앨범을 하나 추천했으니 이번에는 작열하는 태양과 함께 여름철 드라이브를 하며 즐기기 좋은 앨범입니다. 이것도 Cookin' Soul 듀오의 앨범인데, 앞서 잠깐 언급하기도 했어요.
엄마 손처럼 기분 좋은 멜로디와 명차의 반짝이는 크롬 도금 엠블럼처럼 뽀드득한 비트, 진또배기 샘플링으로 균형감 있게 채워진 보물 같은 앨범, <California Livin'>입니다. 웨스트 코스트를 대표하는 현세대 최고의 래퍼 중 한 명인 YG가 캘리포니아 Bay Area(샌프란시스코) 출신 래퍼 Blanco, DB tha General과 함께한 앨범인데, Cookin’ Soul이 멋지게 프로듀싱을 맡았습니다. G-Funk의 눅진한 소울과 하늘을 찌를듯한 세련미, 캘리포니아에서 작열하는 태양의 향기와 해변의 비릿함이 대한민국까지 느껴지네요.
스눕독의 정규 1집 앨범 <Doggystyle>의 커버를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Joe Cool’ 풍의 앨범 커버가 매우 인상적인데, 당장이고 방에 걸어두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티스트 '조 쿨'이 그린 거 맞는 것 같아요. 아니면 말고!(찾느라고 수고 많았다. 생각이 바뀌었다!)
내년 여름에는 부디 코로나를 물리치고, 이 앨범과 함께 써머 드라이브와 써머 파티를 즐길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물론 저는 여름을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