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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Dec 22. 2020

버락 오바마도 즐겨 들었다는 힙합 음악

래퍼 거나의 <WUNNA> 그리고 래퍼 베이비 킴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스눕피입니다.

구) 20년 차 힙찔이의 미국 힙합 음악 추천, 현) 스눕피의 미국 힙합 음악 추천, 올 한 해 빡세게 포스팅하지 못했습니다. 변명은 집어치우고 늦었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폭주해봅니다.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십시오. 감사합니다.



올해 주야장천 즐겨 들은 힙합 앨범을 자체 결산해보니 래퍼 GUNNA의 정규 2집 앨범 <WUNNA>가 단연 눈에 띈다. 정말이지 귀가 얼얼해지도록 들었다. 나는 이 아저씨가 중국산 마늘 혹은 청양 고추인 줄 알았다.


형이 마늘이야? 나보다 어려도 얼얼하면 일단 형이야.


그의 앨범 <WUNNA>는 패션 힙합, 스타일 힙합, 스웨그 힙합, 간지 힙합, 트렌디 힙합, 캐릭터 힙합, 허세 힙합의 극치와도 같다. 대한민국 도로명주소 식으로 표현하자면 ‘간지최대로 2020’ 혹은 ‘최신유행으로 2020’ 정도가 될 것이다.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언젠가 소설가 피츠제럴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던데,



“오늘날 누가
그런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까?

잘 쓰거나
스타일이 깔끔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건 일종의
은은한 마법이에요.”



GUNNA의 음악도 마찬가지다. 요즘 어떤 래퍼가 그런 매력을 지니고 있을까 싶다. 없어. 그의 음악은 은은한 마법과도 같다. 맞아.


누군가는 분명 그의 멍청한 가사를 욕할 텐데, 그의 가사는 그저 거드는 게 임무다. 그의 가사는 매력적인 비트와 멜로디에 달콤한 색채를 부여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머리로 듣는 음악이 있고 몸으로 느끼는 음악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힙합은 역시나 후자다. 그래서 버락 오바마 선생님도 2020년 가장 즐겨 들은 노래 중 하나로 GUNNA의 'SUN CAME OUT'을 뽑은 것이 아닐까? 몸을 잔뜩 흔들면서.



뭐야, 마이크도 샤넬이야? 그럼 일단 형이야.



무의미한 추천곡의 나열이지만, 앨범 <WUNNA>를 한 바퀴 돌리려니 시간이 너무나 아까우신 선생님들을 위해 몇 곡만 어렵게 추려보았습니다. 기왕이면 앨범 하나를 통으로 몇 바퀴 돌려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출근길이, 퇴근길이, 등굣길이, 하굣길이, 운동 시간이, 공부 시간이 잔뜩 트렌디해질 것입니다.


스눕피의 GUNNA <WUNNA> 추천곡

1. ARGENTINA
2. SUN CAME OUT *오바마 센세 추천
3. SKYBOX
4. MET GALA
5. NASTY GIRL / ON CAMERA
6. DO BETTER




내가 월드컵 특수 족집게 문어 ‘파울’은 아니지만, 20년 힙찔이 생활의 경험칙이란 게 있어서 대충 크게 뜰법한 미국 래퍼를 감별하는 ‘제3의 눈’ 같은 건 있다. 이런 거라도 없으면 남들보다 뭐 하나 특출난 게 없어서 참 서글플 테니까. 주식 판으로 비유하자면 ‘저평가 가치주’의 냄새를 기막히게 맡는달까. 그래 봤자 미국 유명 잡지 기자들의 발품 언저리를 (그나마도) 온라인 위에서 졸졸 따라다니는 수준이지만.


아무튼 ‘Baby Keem’이라는 래퍼, 주목을 요구한다. 그는 ‘일확천금’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출신의 래퍼인데, 백종원을 필두로 한 현 미국 힙합 씬의 ‘3대 천왕’ 중 하나인 래퍼 켄드릭 라마의 사촌 동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는 2000년 10월생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로 대단한 외모를 자랑하는데, 그 험상궂음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올해 초에 래퍼 켄드릭 라마 다국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선보이겠다며 ‘pgLang’이라는 커뮤니티 겸 레이블을 하나 만들었는데, ‘Baby Keem’‘pgLang’과 협업한 첫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코랑 수염 뭐야? 형이야. 오늘부터 내 형 해. 10살 어리지만. (Complex)


더욱이 ‘Baby Keem’은 <Black Panther: The Album>의 10번 트랙 ‘Redemption Interlude’에 켄드릭 라마와 함께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이를 통해 형, 누나, 언니, 오빠를 잘 두는 것도 인생의 큰 복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곱씹게 되었다.


그의 노래 가사는 Z세대 패션 래퍼 특유의 애처로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그 특유의 한심함도 하나의 장르가 되어 버린 요즘이니 그러려니 한다. 전문 힙합 평론가 선생님들의 경우, 끄적일 말이 없어도 또 끄적이고 싶지 않아도 이젠 그들에 대해 뭐라도 끄적이며 눈물을 머금고 시대를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나 싶다. 그의 인터뷰 몇 개를 뜯어보니 외국 기자들도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듯하다. 자신에게 황홀하게 빠진 어린 친구를 타이르고 또 타이르며 뭐라도 한 줄을 챙겨야 한다는 직업의식이 느껴져서 가슴이 뭉클해진달까.


형, 소재 좋아 보여! (V Magazine)


아무튼 ‘Orange Soda’라는 노래가 꽤 히트를 했기에, 지칠 줄 모르고 미국의 힙합 음악 씬을 탐험하는 선생님들께서는 이미 그의 이름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는데, 오늘 스눕피는 그의 노래 ‘Opinions’를 추천해볼까 한다. 물론 가사는 형편없다. 언제나 죄송한 마음이다.


I woke up and hit the lotto (Lotto), whip swerve

일어나서 로또에 맞아 부렀지, 로또! 내 차 쩔어~


Twenty bad ones like a brothel (Brothel), whip swerve

스무 명의 나쁜 계집들, 사창가여? 사창가! 내 차 쩔어~


And my new crib is colossal ('Lossal), whip swerve

내 새집은 개크지, 개커!, 내 차 쩔어~


And my new bitch is colossal ('Lossal), whip swerve

내 새 여친은 개쩔지, 개쩔! 내 차 쩔어~


Your opinions, they don't make me rich (Bitch, ayy)

네 생각이 날 부자로 만들어 주지 않아, (미친, 에이~)


Fuck what y'all thought, I'm that nigga (I'm that)

젓 까! 느그들 생각, 난 나란 말이여~ (나여~)


요즘 시대의 패션 랩(내가 만든 말이다)에 특화된 독특한 발성이 인상적이고, 크리에이티브를 대하는 나름의 태도도 훌륭하다. 자기는 종류에 관계없이 이 세상의 모든 창작물을 양껏 흡수하며 부지런히 내뱉을 뿐이라나? 인풋과 아웃풋의 정직한 관계를 신뢰하며 허슬하는 창작자에게 일개 ‘듣는 이’가 무얼 더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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