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ray 모레이의 데뷔 믹스테이프 <Street Sermons>
얼마 전에 <스눕피의 힙합 이야기> 포스트를 통해 연을 맺은 한 힙합 매거진의 에디터님이 제주도의 '스누피 가든' 옆을 지나가다가 '스눕피'가 떠올랐다는 감동 실화를 전해주셨어요.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힙합'을 업으로 삼고 계신 선생님의 일상 한 편으로 '스눕피'라는 실체 없는 작자가 눈치도 없이 교묘히 침투한 것이 자랑스러워서요. 아무쪼록 이 글을 빌어 JB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제겐 너무나 소중한 <스눕피의 브런치> 구독자 선생님들께서도 '스누피' 캐릭터와 우연히 만날 때면 이따금씩 '스눕피'를 한 번씩 떠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연 700원 상당의 구독료는 그걸로 갈음할게요. 혜자쥬?
아, 참 지난 주말의 새벽에는 '힙합'에 관해 감히 몇 자 끄적여보았습니다. 그리고 "1년째 폐간 위기"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저의 개인 인스타그램 매거진 <스눕피 매거진(@snpymagazine)>에 관련 글을 업로드했어요. 테라를 한 캔 따서 꿀꺽꿀꺽 마시며 오래간만에 '드렁큰 타이거'의 옛 노래를 들으니 뭔가에 심각히 취했던 모양이에요. (맥주를 꿀꺽! 하니 무언가가 왈칵!) 아무튼 거기에 제가 그런 표현을 썼습니다. 힙합은 솔직하기에 위대한 자기 고백이며, 인생을 몇 번 사는 간접 체험의 기술이라고요. 물론 전자는 플레이어의 입장, 후자는 리스너의 입장이겠죠.
나이를 먹을수록 삶이 지루해지는 건 더 이상 모방하고 배우고 싶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늘 익숙한 일상에 새로운 재미를 더하고 인생의 향상심을 자극하는 데 '사람'만큼 짱인 건 없으니까요. 그런데 제겐 미국의 래퍼들이 그런 존재가 아닌가 싶어요. 조금만 방심해도 축 늘어지며 퍼지기 쉬운 지루한 일상을 팽팽하게 당겨 생기를 불어넣는 고마운 존재, 조금 더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인생의 센빠이들. 저는 저 멀리 미국에 사는 그들에게 펜레터 한 장 보내본 일이 없는데, 그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멋진 비트 위에서 인생을 고백하여 뮤직 플랫폼 위에 쉴 틈 없이 뿌려줍니다. 정말 고마울 따름이죠. 감사!
자, 이제 본론입니다. 오늘은 사실 'Morray 모레이'라는 미국 래퍼의 데뷔 믹스테이프를 선생님들께 추천드리고 싶어서 오래간만에 <스눕피의 힙합 이야기> 포스트를 준비했던 거였는데, 앞말이 또 길어졌네요.
'모레이'는 스눕피 브런치에 단골로 등장하는 래퍼 J. Cole 제이콜과 어그로 한가득 래퍼에서 이제는 명실공히 미국 힙합 씬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가 된 래퍼 Dababy 다베이비가 랩 실력을 인정한 노스캐롤라이나 고향 친구이고요, 1992년 생으로 스눕피보다는 2살이 어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3d8kX05fAI
'모레이'는 목사를 꿈꾸던 어린 시절부터 교회의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음악 실력을 갈고닦던 선생님인데, 사춘기 시절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펜실베이니아로 전학을 가게 되면서 예기치 않은 '불행'이 찾아온 케이스입니다. 새로운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고 애들을 줘 패고 다니다가 1년 만에 퇴학을 당하고 방황도 하게 되죠. 이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명대사처럼 "십알, 다 족구하라 그래!"라는 삶의 태도로 비행 청소년의 삶을 살던 중 다시 고향 노스캐롤라이나로 돌아가 그의 나이 열여덟이 되던 해에 덜컥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끌어올려 '개과천선'하는 그런 플롯을 지닌 럭비공 같은 매력의 예술 같은 래퍼입니다. 미국 힙합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Quicksand'라는 곡을 통해 '모레이'라는 래퍼의 목소리를 이미 충분히 접하셨겠죠.
모두 각자만의 아픔이 있지.
또 자기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살아.
문제는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 이거야.
Trenches 중에서
노랩의 제왕 드레이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그의 독특한 노랩을 듣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로드 웨이브, 로디 리치 등의 동료 래퍼들이 연상되더라구요. 무엇보다 R&B 감성이 매우 충만하고 일단 노래를 잘해서 계속 듣기에 거북하지가 않아요. 또 이야기 구성을 즐겨서 극본을 직접 쓰기도 하고 실제 연기 경험도 있다던데, 그래서인지 노래를 되게 극적이고 맛있게 잘 부르더라고요. 랩이 맛있네?
I got love for the ghetto,
love for the hood!
지난 4월 28일 발매된 데뷔 믹스테이프 <Street Sermons>(2021)를 통해 그는 힘들었던 지난 시절의 고난을 이야기하고, 예술 같은 가난을 말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의 중요성에 대해 조금은 뻔한 말들로 여러 차례 강조하고, 리스너를 위한 응원의 말씀도 던집니다.
'나는 이렇게 저렇게 힘들게 살아왔는데 이제야 좀 빛을 보는군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거칠고 험한 세상이지만 우리 함께 파이팅하자고요!'
투박하지만 풋풋한 필치로 써내려 간 수필 한 권을 뚝딱 해치운 느낌이었어요. 앨범이 맛있네?
짧은 공간 속에서 폭발하는
극적으로 각색된 몇 분(分) 형의 진실
제가 지난 주말에 끄적인 '힙합'에 관한 생각 정리의 일부인데요, '모레이'의 이번 앨범을 무척 잘 설명해줄 수 있을 듯해서 눈치를 살살 보며 뻔뻔하게 소개해봅니다.
간만에 '장난기'가 덜 묻어나며 진지하고 투박하기에 되려 마음 깊이 와닿는 자기 성찰형 힙합 신보를 하나 만나서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즐겨보시죠!
언제나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LHbzchUKG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