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눕피 Jul 25. 2021

독서와 음악 감상은 100% 감정적 체험이다.

POLO G 폴로 지의 'Painting Pictures'가 너무 좋다!





첫 만남부터 무턱대고 좋은 인상을 주는 건 별로라고 말한 작가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실망'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의 첫인상을 계산하여 보여준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인 데다 처음부터 부러 나쁜 인상을 심어주고 이후 자신의 매력 껍질을 한 꺼풀씩 벗겨가며 괜찮은 면을 하나하나 공개하겠다고 별난 다짐을 하더라도 1분 1초가 아까운 이 시대에는 그 잘난 숨은 매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국민 '밥맛'이 되어 외톨이가 되기 딱 좋을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소설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첫 문장, 첫 번째 트랙의 호흡이 나의 현재 마음 상태와 잘 맞아떨어져 그야말로 '술술' 읽히거나 '착착' 감기면 대개 그것은 나의 생활 동반자, 나아가 인생 동반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의 마음 상태다.


독서나 음악 감상은 100% 감정적 체험인데, '책'이나 '음반'을 어떤 절대적인 기준에 맞춰 가치 평가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의 인생 책, 인생 음반이 책정되는 기준은 평론가들이 별점의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명징하게 직조해 낸 한 줄 평이나 세간의 수군거림 때문이 아니라 부모님의 당시 건강 상태나 긴박한 공무원 최종 면접 결과 발표를 기다리던 당시의 나의 마음 졸임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프로듀스 101 'PICK ME' 들을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인생 곡이   있는 것이며, 그들에게 노래의 비트가 어떻고 가사어떻다는 식의 세련된 평이 조금도 와닿지 않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노파심에 이야기하자면 프로듀스 101 노래가  인생 곡이란 말은 아니다. 그때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2021년의 상반기, 콸콸콸 쏟아져 나온 미국 힙합 음악 중에서 내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들었던 노래는 시카고 출신의 1999년생 래퍼 'Polo G 폴로 지'가 3집 정규 앨범의 1번 트랙으로 공개한 'Painting Pictures'였다. 19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힙합의 '멋'이 다 담겨있어 2분 동안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어 그에게 너무나 감사한 기분이 들었다. 고마워, 형!


뻔한 기승전결을 담은 중2병스러운 가사는 그저 그랬지만, 에어팟 속에서 쏟아지는 쨍한 트랩 비트와 몽둥이로 궁둥이를 쉼 없이 내리치듯 휘몰아치는 그의 플로우가 나의 감정을 못살게 굴었다(사람을 들들 볶았다). 고마워, 형(9살 어린 형)! 근데 형, 내가 멸치야? 무지하게 볶네.




이 형도 참 말 안 듣게 생겼어.




Tryna choose your thoughts
over your feelings,
that's the hardest fight.

Had to prove 'em wrong,
they said my dreams was out of sight

Now it's 50K up in my jeans
on chartered flights
And we rock the hardest ice.





[Painting Pictures by Polo G 뮤직비디오 링크]





P.S)
조만간 시간을 내어 'Polo G'의 짧은 인생과 뮤직 커리어를 한번 훑어볼까 합니다. 그나저나 그제 공개하겠다던 래퍼 카니예 웨스트의 새 앨범 <DONDA>는 언제쯤 공개될까요? 이 형도 참 첫인상을 더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그래도 다행이지요. 팬들과의 약속을 멋지게 어기면서 더럽게 실망시켰으니 더는 크게 실망시킬 게 없잖아요. 형도 참 형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진지하고 투박한 미국 힙합 믹스테이프! 랩이 맛있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