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 과잉 INFJ 스눕피의 잠시 쉬어가는 글 같은 것
한 사람의 일생에는
적은 수의 큰 감정들과
많은 수의 자질구레한
감정들이 있는 법이다.
1) 어쩌다 보니 회사에서 별 일을 다 하고 산다. 명함 속의 나는 에디터인데 이 정도면 홍보 담당자나 서비스 운영자로 직무를 변경해도 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나는 편집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기에 아직은 에디터로 나를 설명하는 게 더 좋다. 하지만 여러 일을 동시에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갸우뚱하고 한숨을 쉬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러나 나는 대책 없이 희망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언젠가 이 모든 수고로움도 괜찮은 쓰임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비뚜로 나가려던 삶의 초점을 도로 맞춘다. 소설 속 미문을 노트에 옮겨 적으며 달달 외던 대학 시절의 어떤 따분한 순간들은 한데 모여 분명 ‘글’을 가지고 노는 지금의 나를 완성해주었으니까. 경험이 주는 교훈이란 끔찍하게도 정확하다. 흠, 아무튼 다 도움이 되더라.
한 사람의 일생에서
단 한 가지 점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는 데
2년은 너무 긴 시간이 아니다.
2) 나는 블로그에서 회사 얘기를 잘 하지 않고, 회사에서 블로그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끄럽고 쑥스러워서다. 눈치를 보는 사람이 생기고 나면 내가 블로그 글을 쓰는 재미와 이유가 사라져 버릴 테니까. 얼마 전에 같은 팀의 인턴사원이 이런저런 패션 브랜드를 검색하다가 내 블로그를 탐방하고 있는 걸 우연히 봤다. 나도 그 블로그 아는데 거기 정말 끝내준다면서 곧장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말하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쳇, 이런 게 부캐의 삶인가? 그 블로그 주인장 별명이 스눕좌라면서?
사람들은 항상
개인적인 삶의 중요성을
과장하여 생각한다.
3) 친누나가 유튜브를 시작해보라고 성화다. 네가 사는 옷을 직접 리뷰하고 브이로그도 찍어보란다. 블로그도 숨어서 하는 내가 얼굴을 드러내고 옷을 자랑하는 영상을 찍는다고? 패션 회사에 다니는 친누나의 지인들 몇 명이 내 블로그의 구독자인 걸로 안다. 오늘 나는 내가 은근히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걸 고백하겠다. 나도 어떤 의미에서는 패션 회사에 다닌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 사실 패션이라는 게 그렇다. 밑천이 드러나면 끝장인 것이다. 한참 철이 지난 트렌드나 브랜드를 요즘 최신 유행인 것처럼 소개하면서 ‘패션 유튜버’라고 자신을 당당히 소개하는 이를 보고 있으면 내가 다 부끄럽긴 하더라. 아무튼 유튜브는 조금 더 고민해보는 걸로!
많은 사람들보다
우월해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우월한 인간인 것은 아님을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4) 아무도 물어보지 않기에 먼저 밝히자면 스눕피는 스누피와 스눕독의 합성어가 맞습니다.
그는 정직함 속에서 편안하다.
지극히 드문 일.
* 일기 중간의 모든 인용구는 '책세상'에서 펴낸 '알베르 카뮈'의 <작가 수첩 I>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