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요뜨를 좋아하는 서른셋, 장기하 그리고 아베 치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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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1분기는 '비요뜨'와 함께한 날이 그러지 못한 날보다 더 많았다. 씨유나 지에스, 세븐일레븐에서는 대개 비요뜨 2개를 사면 1개를 더 줘서 좋았다. 그렇게 되면 하나만 사면 1,500원을 내야 할 비요뜨의 개당 가격이 1,000원으로 뚝 내려가서 참 좋았다. 2+1 행사를 하지 않으면 다음에 또 오겠다고 하나 마나 한 말을 알바 선생님께 조용히 전하고 급히 해당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그런 날엔 바깥으로 빠져나오며 밀어젖히는 편의점 문에서 나는 작은 종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곤 하였다. 그런데 나는 집 주변의 편의점에 들르는 일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다음에 정말 또 갔다. 아무튼 그것의 종류로 이야기하자면 '초코링'이나 '링크', '크런치볼'이나 '쿠키앤크림'보다는 '초코 크리스피'가 내 입맛에 가장 잘 맞았다(링크도 나쁘진 않다). 무엇보다 '초코 크리스피'는 적당히 달고 식감이 재밌어서 가장 즐겨 먹었다. '비요뜨 후루트링'처럼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꾸러기 같은 맛을 예상케 하는 버전은 구태여 그것을 까먹지 않고도 거를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것이 입맛이라고들 하는데, 아주 어린 시절에도 나는 '후루트링' 시리얼을 즐겨 먹지 않았다. 관련하여 베스킨라빈스의 '레인보우샤베트' 맛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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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이사를 오고 나서는 건대입구역, 어린이대공원역, 성수역, 뚝섬역, 서울숲역 인근의 골목골목과 대로변을 자주 걸었다. 약속 장소로도 자주 들렀지만, 뼛속까지 내향형인지라 에어팟을 끼고 무엇이든 상상하며 혼자 걸을 때가 아무래도 더 좋았다.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걸으면 2시간이고 3시간이고 그야말로 순삭이었다. 뭘 자꾸 하려고 해서 그렇지 사실 쉬는 날에는 길거리를 걸으면서 사람들의 패션이나 새로 생긴 멋진 카페의 내외관을 구경하기만 해도 마음이 유쾌해진다. 어제는 인천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장기하의 <공중부양>이라는 EP를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가만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라는 노래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정말 팔자 좋은 멋진 스웨그라고 생각하였다. 나도 정말 가만히 누워있고 싶다. 하지만 뭐든 해야 현재 상황이나마 유지하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으니까 또 눈에 불을 켜고 팔을 이리저리 휘두른다. 앨범의 타이틀로 보이는 '부럽지가 않어'라는 곡은 저번 주 토요일 새벽에 뒤늦게 챙겨본 <레볼루셔너리 로드>라는 영화를 떠오르게 하였다. 장기하, 이 사람 진짜 천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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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의 시선이나 관점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내가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좋아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참고로 '외부인'이라는 개념은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나는 '익숙함'의 정도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패션과 나이키 협업으로 잘 알려진 패션 브랜드 사카이의 창업자 '아베 치토세'는 대학을 졸업하고 패션 대기업에 취업한다. 이후 그녀는 점심시간마다 마주치는 '꼼 데 가르송' 직원들을 부러워하며 바라보다가는 1년을 일하고 대기업을 퇴사한다. 그리고 진짜 '꼼 데 가르송'으로 간다. 이후 독보적인 커리어를 풀어나가다가 결국 바깥으로 나와 나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발산하기 위해 내 일을 시작한다. 무언가를 혹은 어딘가를 바깥에서 동경하며 바라보는 상상 속이 실제 현실과 일치할 가능성은 사실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사회생활이란 역시 바깥에서 시작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안으로 들어가면 또 기를 쓰고 바깥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스틴 비버의 명곡 'E.T.A.'의 뮤직 비디오는 '외부인'의 감정 없는 시선과 '내부인'의 애타는 마음이 카메라 워킹과 춤으로 예술처럼 얽힌 진짜 예술 같은 영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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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하철 역은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출입문 닫습니다'라는 경고 멘트가 반복하여 흘러나온다. 그런데 이건 진짜 좀 아닌 것 같다. 양심이 있으니까 '건대입구역'이라고 대놓고 말하지는 않겠다. 왜 바로 닫으려고 하세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