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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n 22. 2022

올만에 미국 힙합 음악 추천

힙합의 열정을 잃은 스눕피, 라지 프로페서로 재기할까?



개인의 인생을 어떤 구간으로 나눌 수 있다면 확실히 폼이 나고 또 폼이 좋은 시기가 있는 것도 같다.


관련하여 군 시절에 진중문고로 배급받아 읽은 공전의 히트 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난도 선생님은 사람은 저마다 꽃피는 시절이 다르니 기죽지 말고 파이팅하라는 메시지를 툭 던지고 나중에 진탕 욕먹은 걸로도 기억하는데, 뭐 사실 그것이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게 틀린 말이 되어버리면 아직 풀리지 못한 내 인생의 남은 시공간에 무언가를 기대할 구석이란 것이 전혀 남아있지 않게 되어서 거절하고 싶은 편이라는 태도가 더 자연스럽지만 말이다.




라지 프로페서의 정규 데뷔 앨범 "아 돈 워너 일, 아 저씉 워너 칠"



내가 미국의 힙합 음악에 정식으로 입문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던 중학 시절, 당시 나의 마음을 때린 최초의 프로듀서는 힙합 그룹 우탱 클랜의 ‘르자’와 메인 소스의 ‘라지 프로페서’였다. 특히 ‘라지 프로페서’는 그 이름을 알고 심지어 그것을 발음하며 잘난 체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우쭐하여 좋았는데, 사실상 나의 보여주기 식 인생의 정점을 찍었던 시절이 그때이니 오죽했었나 싶다.


‘너넨 버즈 듣냐? 나는 나스 듣는다!’


Nas를 세계 최정상의 래퍼로 우뚝 서게 한 전설의 앨범이자 힙알못도 한 번쯤 이름은 들어본 앨범인 <ILLMATIC>(1994)의 몇 개의 트랙 중에서도 중학교 1학년생의 심금을 울린 반복 재생 곡은 ‘Halftime’과 ‘One Time 4 Your Mind’ 그리고 ‘It Ain’t Hard To Tell’이었다. 시간이 지나 자세히 확인해보니 그것들은 모두 프로듀서 ‘라지 프로페서’의 작품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정말 놀랍다. 난생처음 일매틱 앨범을 접하고 그것을 감상했던 중학교 1학년 때의 나는 음악에 몰입해 흥분하는 것만으로 맥이 빠져서 각 곡의 프로듀서를 살필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억지로 놀라움을 강요하는 나도 참 애잔하다.


뉴욕 할렘에서 태어나 퀸즈에서 성장한 프로듀서 라지 프로페서는 전설의 에릭 비 앤 라킴이나 맙 딥, 버스타 라임즈, 아키넬리 등과 함께하며 90년대 초중반의 미국 힙합 씬을 수놓은 대표 스타 프로듀서 중 하나다. 앞서 말한 폼이 좋은 시기에 주체할 수 없는 간지로 흠뻑 젖은 크리에이터였달까. 그의 비트와 멜로디를 딱 들으면 헉 하고 개인의 어떤 고유한 오리지낼러티가 충분히 느껴지는 멋진 기운이 전달된다. 더불어 그의 음악은 기분 좋은 예측 가능성까지 겸비하고 있다. 예컨대 그의 정규 2집 앨범 <1st Class>(2002)의 ‘Stay Chisel’ 같은 곡은 도입부의 멜로디와 비트를 듣는 순간 다른 사람 말고 제발 Nas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길, 그리고 기왕이면 Nasty Nas의 그 예측 가능한 플로우로 나를 좀 반쯤 죽여주길 간절히 원하게 만드는데, 딱히 속임수를 쓰지 않고 그렇게 만들어줘 이내 속이 뻥 뚫린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앨범입니다.



나스의 일매틱 앨범을 세계 최고로 만든 일등공신인 그는 <Illmatic>을 릴리컬 앨범으로 평가 내리며 그 앨범은 그저 나스의 가사가 다한 것이라며 자기의 비트는 별것 아니라고 겸손하게 평가절하한다.


하지만 그는 나와 같은 외국의 힙찔이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나스의 예술 같은 영문 가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어떻게 또 왜 <ILLMATIC>에 그리도 열광하고 또 열광하는지 부디 이해해줘야 한다. 당신의 귀여운 변명은 속이는 사람만 있고 속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도 물론 기억해야 한다.


설령 순간적으로 폭발하듯이 개인의 폼이 터지고 사그라들어도 그것의 결과물이 계속 되풀이되고 소환되며 꾸준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세상이 참 다행스러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한 점이 또 위대한 꼰대를 낳기도 하니 조심해 자위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유튜브 뮤직 앱으로 짧은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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