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my Cooks 듣다가 기절해도 무죄
새로운 장소는 아무리 좋아도 30분이면 끝이고, 그다음에는 자기 나름대로 보고 싶어 해요. 그래서 여행지도 유행을 타는 거예요. 사실 장소 자체는 중요하지 않아요.
스콧 피츠제럴드
실망 말고는 더 줄 게 없는 대체 불가 슈퍼 스타의 삶이란 대체 얼마나 괴롭고 어찌나 외로울까.
지난 6월에 드레이크가 아프로 비트와 하우스 뮤직을 블랜딩한 힙합 음악을 담은 7번째 정규 앨범 <Honestly, Nevermind>(2022)를 발매했을 때, 나는 참을 수 없는 흥분감을 느꼈다.
나는 이 형이 주는 실망까지도 소중히 아끼는 팬인지라 뭐든 주면 감사히 받아먹는다. 형, 나 같은 사람도 있어! 그러니까 항상 힘내!
아무튼 경건하게 의식을 거행하듯이 1번 트랙부터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청취를 이어가다가 몇 번째 트랙이었던가, 잠시 노래를 포즈하고 아무나 붙잡고 감탄해버렸다. 뒤통수도 잘생긴 직장 동료와 서로에게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주는 불알이었다.
그리고 다시 트랙 달리기를 이어갔다.
이 형이 댄스 일렉 가수로 완전히 전향하려고 하나? 쿵딱-쿵딱-쿵딱- 에이, 뭐든 좋다.
그러다가 마지막 트랙에서 나는 그야말로 얼빠졌다. Jimmy Cooks. 아, 이런 게 통수구나. 맞다, 이 형, 레전드 래퍼였지.
이 형 랩핑 진짜 미쳤노;;;
“조옷대로 평가 말어. 난 완전 다른 삶을 사니께.”
“요샌 죄다 뻥카야. 좀 자세히 보라고.”
“이 녀언들아, 날 속이려 들지 마. 나 한 수 위여.”
“맘에 안 들면 함 붙든가!”
그리고 하나의 트랙이 끝나기도 전에 또 한 번의 반전, 뭐야, 갑자기 비트 이렇게 바뀌는 거야? 뭐야?
푸씨~
(참고: 14번 트랙 1분 52초)
새비지 형까지 나오는 거야?
나이프 토크의 전율, 미스터 롸잇 나우의 재림.
투애니원 새비지 형은 또 또 또 총 타령이구나. 중학생 같은 유치한 비유와 중2병 같은 당돌함은 좀 코미디 같다. 그래도 끝 모를 자신감의 매력과 드레이크 보이스와 피치를 맞춰주는 균형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엇보다 영상 인터뷰 몇 개 보고 나면 누구나 그의 팬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가 하는 변변찮은 말과 랩이 그때부턴 다 멋지게 들린다.
오늘의 글문을 열면서 피츠제럴드 소설 속의 문장을 인용했다.
새로운 장소가 아무리 좋아도 30분이면 끝이고, 결국 유행을 타게 된다는 이야기,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는 방식에 집중하는 편이 무언가를 가치 판단하기에 이롭다는 메시지다.
언제나 평가는 쉽다.
변했다. 똑같다. 지겹다. 끝났다. 새롭지 않다. 뻔하다, 댄스 가수냐, 이게 힙합이냐, 이게 노래냐, 야 근데 그거 한우냐? 등
공들인 창작물을 끌어내리는 건 그리 오래 걸리는 일도, 많은 단어 활용을 동반하는 수고스러운 일도 아니다.
예상되는 비판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방어는 역시 선공격이다. 무한도전 클래식 속 박명수의 선만두 드립처럼 버르장머리 없는 선공격 말이다.
드레이크는 하우스 댄스 파티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서 예상되는 비판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선공격을 보여주었다.
듣고 느껴봐. 이게 찐이니까!
결과는 아주 훌륭했다.
Jimmy Cooks는 기습 발매 정규 앨범이라는 특이 조건 속에서 타이틀 곡을 제치고 빌보드 차트 위에 기어올라 1위 자리에 골인해버렸으니까.
힙합 리뷰 작성에 열정을 잃었던 시기여서 지난 몇 개월을 놀았다. 올해 상반기는 그래서 패션 글이나 끄적이고 에세이나 작성했다. 그래도 미국 힙합 신보가 나오면 리스닝은 웬만큼 충실히 이행했다. 때를 놓치고 또 숙제처럼 몰아 듣기 싫어서 말이다.
그래도 남길 만한 이야기들은 좀 미리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한 시절의 음악 감상기, 라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도 귀한 자산이 되는 일인지라!
아무튼 결론: Drake와 21 Savage의 조합은 앞으로 그냥 믿고 가는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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