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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Sep 28. 2022

아메바처럼 산다는 것

매일 패션 브랜드 디깅 그리고 마침내 'BrentMore'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항상 숨어 있을까? 이렇게나 재밌고 귀여운 콘텐츠가 이토록 많은데  팔로워가 적을까? 회사 인턴 동생 말마따나 '홍대병'이라도 걸린 걸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끊지 못하고 계속 디깅하고 또 디깅한다. 일상의 심심함을 달래는 특효약인데, 동시에 고치기 힘든 불치병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한데 모아서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역량을 탑재한 크리에이터를 추앙하는 유튜브의 시대에서 딱히 환영받지 못하는 취미이지만, 내가 즐거우면 됐으니 그걸로 됐다,라고 결론지었다.



BrentMore의 Brain Eating Amoeba 크로셰 버킷햇, 미국에서는 뇌 먹는 아메바가 또 기승이라지.




좀 색다르고 재밌는 패션 브랜드가 어디 없을까, 찾아보다가 BrentMore라는 패션 브랜드를 알게 되었다. 바로 어제였다. 현재 BrentMore는 모자와 티셔츠, 후드 스웨트셔츠 등을 팔고 있는데, 아크릴 페인트, 패브릭 페인트와 자신의 퍼스널 아카이브(사진, 그래픽 디자인)를 활용해 주문 제작 맞춤형의 아이템을 그때그때 만들어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brent-more.com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파운더의 브랜드 설명이었다. 요는 많은 사람들이 일반의 평범한 기준에 속박되어 고립된 사고를 하느라 유연한 즉흥성을 잃고 있으며, 우리의 멘탈에 족쇄를 채우는 일엔 사실 가족과 친구라고도 예외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는 구조와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아메바’의 특성에 꽂혀 그것을 예술의 지침이자 브랜드의 출발점으로 삼기로 했다는 다짐이었다.


자기 의심이나 능력 탓 없이 말이다.








사람들이 때로 즐겨 말하는 근거 없는 부정이 없다면 우리는 많은 일들을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단지 주위 사람들이 우리에게 “저 애는 이 일을 해내지 못할 거야.”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것을 듣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 싶은 이런저런 일을 해내지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 앙드레 지드 <전원교향악> 중에서



그리고 브랜드 파운더는 자기를 풀타임 자영업 아티스트라고 설명했다. 줄줄이 줄줄이 줄줄이 생각 많은 서른셋의 머리를 때리는 메시지였다. 그래서 먼 곳에서나마 응원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짜치는 조건을 하나 내걸고.





환율이 조금만 내려가면
후드 스웨트셔츠를 하나 살게요.

-애잔한 스눕피-




Anyway 나도 풀타임 자영업 아티스트가 될 수 있을까? 브랜드를 소개하려고 글을 쓰다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더 생산적인 일이 뭐가 있을까? 누군가는 우리가 생산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소비에만 골몰하는 이유는 생산이 곧바로 돈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나는 고민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서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운동하는 ‘아메바’에 진짜 답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율아 좀 내려라.

하지만 오름세가 너무 가파른 걸.




[찰떡같은 추천곡] ALL MY SHIT IS STUPID by ILOVEMAKONNEN with NBA Young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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