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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Sep 29. 2022

드레이크 없는 드레이크 노래

힙합의 열린 해석, 샘파의 <4422>


More Life




삶은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계속되지만, 누군가는 상처를 입으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선례도 생겨난다.


- 스콧 피츠제럴드



2017년에 발매한 드레이크의 믹스테이프 속 숨은 명곡 <4422>, 하지만 드레이크의 목소리는 온 데 간데없다. 일종의 무드 메이킹 트랙이다. 대신 영국 가수 ‘Sampha’가 등장한다. ‘The Motion’, ‘Too Much’ 등의 트랙에서도 드레이크와 함께한 아티스트다.




Sampha aka 샘파 aka 삼파




바로 다음 트랙 ‘Gyalchester’와 귀신 같이 연결되는 포인트 때문에 2곡을 세트로 자꾸 돌려 듣게 된다(하지만 그렇게나 부드럽게 트랙이 연결돼 바뀌는 앨범의 매력과는 달리 'Gyalchester'의 비트 위에 곧장 올라타 플렉스를 때려 버리는 드레이크 형의 태세 전환이 재밌는 흐름이다. 두 테마 간의 상반성이 좀 웃긴다).




드레이크 짤을 쓰고 싶어 이 글을 썼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노래 '4422(Forty Four, Twenty Two)'는 변화를 약속한 상대 그러나 변함없는 상대, 나아짐에 대한 가능성(Trust)과 나쁜 일이 일어날 가능성(Fear) 그리고 있는 그대로 상황을 인정하려 하지만 그럼에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마음 시달림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한 나약한 남자(사실 인간)의 이야기다.




액터 드레이크




숫자 44와 22가 대체 뭔 내용을 담고 있나 싶어 가사를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되게 흥미로운데, 44는 영국의 국제 전화번호 코드이고, 22는 시에라 리온(232)의 수도 프리타운의 지역 코드(22)다. 영국 태생의 Sampha의 부모님은 모두 시에라 리온 출신이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관계가 엮여 있는 것이다. 짐작컨대 누군가(믿음을 저버린 프리타운의 연인)와의 전화 통화를 망설이고 있는 상황(make the call) 속에서 어떤 결정(재회 혹은 작별)을 내려야 하는 지경(make the call)에 다다른 것 같다. 대체 무슨 일인 걸까. 나야 모르지?




스눕피는 사실 고도의 드레이크 안티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




내가 너의 죄를, 짙은 구름을 거두듯 없애 버렸으며, 너의 죄를 안개처럼 사라지게 하였으니, 나에게로 돌아오너라. 내가 너를 구원하였다.


- 이사야서 44장 22절



성경의 <이사야서> 44장 22절과 곡을 연결시키는 해설도 존재한다. 정말 재밌다. 그리고 그것의 메인 키워드는 ‘용서’이다. 아, 이제 노랫말의 링크들이 멋지게 연결이 되는 듯하다. 그럴 싸하다. 조금 분명해진다. 하지만 성경 문외한이니 여기선 입을 다물기로 한다.


그리곤 생각을 조금 더 뻗어본다.




시에라 리온에 급히 전화를 거는 OVO 드레이크




시에라리온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광물 ‘다이아몬드’, 그것은 곧 영원함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 광고 카피의 교본과도 같다. A diamond is forever. 영속에 대한 갈구, 인간 욕망의 결정체 그러나 인간에게 딱 반만을 떼어주는 신, 44를 원해도 돌아오는 건 22.




다이아몬드 치아 뽀레버




그리고 무려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랩 송을 기록한 카니예 웨스트의 2집 정규 앨범 수록곡 <Diamonds From Sierra Leone>의 기막힌 클래식 샘플링이 곧장 내 머릿속의 링크로 연결된다. 이토록 감정을 건드리며 툭툭 튀어나오다니! 꼬리를 물고 돌고 도는 힙합,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건 우리 안의 소리?



오늘 밤엔 칸예 2집이나 들어야겠다.




그냥 보는 것과 뜯어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메시지 앞에서 일단은 겸손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과 종종 진지한 얘기를 나누며 깨닫고 늘 실감하는 것이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단순할 리 없고 세상이 그렇게 무식한 곳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무튼 오늘도 내일도 조금 조심하면서 살아야겠다.


그런데 사실 내 생일도 4월 4일이다.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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