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합리화를 하는 스눕피의 단상
일상생활이 너무 대수로울 게 없고 정말이지 그날이 그날 같습니다. 내면 생활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려운데, 수줍음 같은 것이 느껴져서 굳이 말씀을 드리자면 너무 꾸미게 되기 때문입니다.
- 생텍쥐페리가 엄마에게 쓴 편지 중에서
애초에 기민성이 부족한 걸 알아서 그걸로 인생 게임에서 승부를 볼 생각은 일찌감치 접었다. 그래서 뭐가 좋을까 생각했지만 되게 막연했다. 그나마 떠올린 게 무언가를 깊이 파보는 일이었는데, 세상은 고수로 가득해서 자주 절망했으며, 그것이 사회로부터 당장 괜찮은 값을 지급받는 능력도 아니란 걸 깊이 깨달았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좋아하는 걸 계속 좋아하는 것만큼 기쁘고 행복한 게 없어서 일체의 대안 없이 즐겼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불효하는 기분까지도 들었지만 말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월요일이 되어 만나면 주말에 뭘 했느냐고 물었다. 대개의 경우 어떤 종류의 약속이 있었고 어디서 뭘 하면서 놀았느냐는 요지의 질문이었다. 그런 때에는 오랜만에 카파도나의 앨범 <The Yin and The Yang>(2001)과 그룹 홈의 95년작 <Livin’ Proof>를 듣고, 디자이너 마틴 로즈의 예전 인터뷰가 다시 읽고 싶어 종일 구글링하며 놀았다고 답할 자신도 없고 어쩌면 잘난 체하는 것 같아 보일까 봐 그냥 쉬었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지금도 크게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의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에도 장점은 있다.
첫째는 그렇게 남아도는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집요하게 들여다 볼만한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항상 궁금한 것 투성이어서 흔히 말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을 수 있어서 찌들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스스로 여유를 허락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깊이 좋아할 시간도, 찌들도록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둘 시간도 없다는 것이기에 인생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극적인 합리화도 가능하겠다.
이 블로그에서 나를 냉소하는 컨셉이 재밌어서 장난 식으로 자주 나를 비웃으며 놀았지만(앞으로 바꿀 마음도 없다), 결국 소모적인 일에 흔들리지 않고, 일상의 반복에 부려지는 나를 함부로 불쌍하게 여기지 말아야 하며,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계속해서 스스로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굳게 다짐하곤 한다. 실제로는 생각보다 더 진지한 사람인 것이다. 개싫다;;;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반드시 누군가를 증오하게 된다는 말씀을 되새기면서 나의 참된 자유는 나 스스로 쟁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유 없이 미워하지 않고 또 피해 주지 않고 살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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