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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Nov 09. 2022

위로의 글

가을 타는 남자의 주책이랄까.



대문호 피츠제럴드의 신인 시절, 그는 송고한 원고를 퇴짜 맞을 때마다 출판사의 거절 쪽지를 방 안의 종이 띠에 모두 끼워놓았다고 한다. 다소 기이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뒤끝 있는 너절한 나로서는 십분 이해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이자 편집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커다란 성공을 거둔 겸손한 사람들의 공통적 성향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때를 상정했다.



"삶의 중대한 시점에 누군가로부터 뭔가를 하기에는 너무 모자라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또 래퍼 카니예 웨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시카고 남부에 와 보시면요, ‘넌 못해’라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을 수 있어요. 패션 일도 그래요. 다들 이랬어요. “넌 옷은 못 만들어.” 그게 더 힘을 주더라고요."



내 삶이 아쉽지 않기 위해서 내 인생을 남한테 내보이거나 내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남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현실 때문에 가끔씩 인생이 징그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기분 좋은 퇴근길 혹은 하굣길에 이렇게 안 좋은 기억이 먼저 머리를 때려눕히면 남은 하루가 한없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머릿속에 가상의 적을 하나 세워두고 쉐도우 복싱을 한다. 거절 쪽지를 하나하나 끼워 모으던 피츠제럴드의 권토중래 간지로다가, ‘넌 못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들로부터 도리어 힘을 얻은 카니예 웨스트의 와신상담 무드로다가 철저히 무장하여 마음껏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다. 나의 처연한 우울 극복 방법이다.



"그는 좀 피곤했다. 존재 자체가 그에게 안겨주는 특이한 부담감이 혹이나 짐처럼 그를 억눌렀다. 조용한 순간, 약간의 피로감으로 생존 경쟁에서 싸우기 버거워졌을 때, 그는 존재의 불가사의한 무게를 쉽게 느꼈다. 이런 이름 없는 것들을 모두 모아서 짊어지는 것이 그의 인생살이였다. 분명 이런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일 것이다."


솔 벨로 <오늘을 잡아라> 중에서



무탈하고 부드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또 연말은 기분 좋은 일로 가득할 것이다. 그런데 문득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평생 몇 줄의 문장으로 위로받고 버티는 힘을 길렀기에 단 몇 줄이나마 이렇게 함께 나누며 위로하고 싶었다. 누굴?


시건방진 오지랖보다는 가을 타는 남자의 갑작스러운 주책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확신에도 불구하고 '성공'하겠다는 집념, 이미 확정된 과거와 미래라는 높은 목표, 그 사이의 균형점 말이다."


피츠제럴드



그리고 마무리는 언제나 힙합!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전기에서 읽은 어떤 구절이 생각나서 검색해보았다. '음악이 없다면 인생은 하나의 오류이다' 팩트 확인 결과, 굴드가 읽은 니체의 말씀이란다. 아무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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