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 아메리카 컵 스니커즈에 얽힌 이야기
America's Cup
아메리카 컵은 올림픽, 월드컵, F1과 함께 세계 4대 스포츠 경기로까지 손꼽히는(주장되는) 요트 경기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클럽 대항 경기라서 한 팀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 있습니다. 아메리카 컵은 올림픽보다도 오래되었습니다. 170년이 넘었죠. 그래서 사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스포츠 트로피는 아메리카 컵의 트로피(올드 머그)입니다.
요새 한창인 피파 월드컵이 돈의 냄새를 강하게 풍기듯이 아메리카 컵 또한 요트 설계와 퍼포먼스를 위한 최첨단의 국가 기술과 혁신적인 디자인의 집합 아래 막대한 ‘자본’이 동원됩니다. 그래서 관련 ‘경제’나 ‘산업’처럼 크고 무거운 말들이 붙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승 상금의 개념이 없이 명성의 트로피 하나를 위해 싸운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우아한 스포츠맨십이 느껴지는 경기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아한 건 못 참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아메리카 컵의 메인 스폰서입니다. 아메리카 컵은 전 대회 우승팀의 방어전 형식으로 치러지는데, 그것의 예선전 이름이 ‘루이뷔통 컵’이기도 하죠. 그런데 사실 이건 배경 설명에 해당하는데 젠장 너무 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1997년, 미우치아 프라다의 남편이자 프라다 그룹의 공동 대표 ‘파트리치오 베르텔리’는 아르헨티나의 요트 설계사 ‘Germán Frers’와 만나 30번째 아메리카 컵에 출전하기로 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요트 항해사를 결집해 강력한 팀을 구성하는데, 그것이 바로 루나 로사(Luna Rossa) 팀이었습니다.
그리고 루나 로사 팀의 요트 디자인 일부는 1998년 탄생한 럭셔리 패션 브랜드 ‘프라다’의 ‘프라다 스포츠’와 ‘리네아 로사(이탈리아어로 Red Stripes)’ 라인의 모티브가 됩니다. 이때 프라다 스포츠 라인의 디자인 키를 잡고 있던 인물은 영국 출신의 미니멀리즘 패션 디자이너 ‘닐 바렛’이었는데, 그는 95년에 기용된 신예 디자이너로서 프라다의 맨즈 웨어 라인을 신설하고, 스포츠웨어 패브릭과 함께 변혁적인 테일러링을 완성해 프라다 스포츠를 이끌었습니다.
다가올 2000년도를 세련되게 맞이하려던 세기말 패션 천재의 ‘밀레니엄 버그(!)’는 요즘 물고 빠는 ‘에슬레저 룩’이나 ‘고프코어 룩’ 스타일 갈래의 멋쟁이 삼촌과 같은 존재로서 여전히 빛납니다.
2018 A/W 시즌을 통해 프라다는 '리네아 로사' 라인을 새로이 론칭했습니다. 그리고 그즈음 에이셉 라키나 카니예 웨스트, 미고스 등의 미국의 랩 스타들이 그것들을 입고 여러 무대에 출격하였습니다. 이와 함께 패션에 관심 많은 힙찔이들은(나는) '프라다'에 대해 새롭게 수군거리기 시작했으며, 이듬해 4월에는 한국의 랩 스타 '빈지노'가 제대 후 처음으로 발표한 싱글 'OKGO'를 통해 '프라다'를 샤라웃했습니다.
프라다 사 입네.
too much hype man!
- 군필 빈지노
참 의미 없고 한심한 증언식 연대기이지만, 패션 신에서의 세기말과 Y2K 열풍이 날이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죠. 대체 이유가 뭘까요? 이것에는 실로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존재하겠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현시점에서 '새 옷'에 돈을 과감하게 지출하며 소위 말해 '옷질'을 즐기며 주접을 떨 수 있는 (그나마)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나이가 세기말 인근에는 10대 초반(나)부터 20대 중후반에 걸쳐 있었을 텐데, 그들이 당시 동경하던 형누나들(형나들)과 TV 속 스타들의 패션 스타일 그리고 대단히 갈망했으나 돈이 없어 사지 못했던(살 수 없었던) 패션 아이템이 20년이 훌쩍 넘은 현재 하나의 '패션 클래식'이자 꿈같은 '빈티지'이자 어떤 복수의 대상(내가 꼭 너의 뉴 브랜드 태그를 가위로 싹둑 잘라주마)이 되어 뒤늦게 정도를 모르고 무조건적인 사랑에 취하여 대뜸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며칠 전에 래퍼 에이셉 라키가 '프라다'의 '아메리카 컵' 슈즈를 신고 나왔거든요? 사실 그 사진을 보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책상 앞에 앉아 이 글을 써재끼게 되었답니다. 참 한가한 사람이지요!
날이 많이 추운데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그리고 오늘의 추천 힙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