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지속 가능성(Feat. 벨라 하디드, 타임리스 웨어)
한때의 개성도 양적으로 지나치면 다시 몰개성이 된다. 요새 인스타를 장악한 Y2K 패션 감성이 그렇다. 희뿌연 필터와 팔 하나를 하늘 위로 쭉 뻗어 카메라 렌즈를 떨구듯이 내리꽂는 조감도 같은 착샷은 Y2K 패션 갱의 입단 의식 같고, 그들을 감싼 베이비 티셔츠와 감성 타투 그리고 디지털카메라는 마치 Y2K 패션 갱의 입단 신고 물품 같다. 벨라 하디드를 위시로 한 글로벌 탑 셀럽 군단은 한반도의 K-Y2K 갱의 출범을 부른 최초의 발단과 전개를 맡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벨라 하디드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마크 칼만의 가히 집착적인 Y2K 패션 스타일링만은 질리지가 않는다. 오리지널이라 그런가? 아무튼 그들의 새로운 짤이 뜨면 일단 소중히 저장하고 본다. <선댓후감>마냥 <선세후감>(섹 아님) 하는 것이다.
‘Timeless Wear’는 벨라 하디드의 Y2K 패션 아이템을 보급하는 영국 브라이턴 기반의 디팝(Depop) 셀러 겸 글로벌 세컨 핸드 빈티지 샵 브랜드다.
‘타임리스 웨어’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관련 학회와 패션쇼를 열던 진지하고 열정적인 (당시) 대학생 ‘앰버 라몬’이 2018년 설립했는데, 전 세계 빈티지 샵에서 공수한 옷과 업사이클 아이템을 판매하는 브랜드의 캐치프레이즈가 참 단순하니 인상 깊다.
“Fuck Fast Fashion,
Shop Second-Hand”
며칠 전에 코스트코에 갔다가 새 옷 무더기를 보고 경악했다. 저것들을 다 어찌할까. 오프라인 쇼핑으로 그저 동묘나 돌아다니던 근 1년의 관성 때문인 듯했다. 직구할 땐 부티크나 편집샵의 물류 창고가 내 눈에 당장 안 보이니까 모델 착샷이나 구경하면서 정신을 마비시켜 그저 감탄하느라 잉여의 문제를 외면할 수 있었는데, 대형 마트의 넓은 공간을 장악한 옷 무덤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나니까 마음이 되게 불편했다. 새 옷이 과연 또 저만큼이나 필요한 걸까? 해외 직구한 디자이너 브랜드 신상품의 국내 입고를 기다리며 도착 예정일을 1:1 문의 게시판에 물어보던 불과 그저께의 나(그저 모순덩어리)의 깝치는 오지랖일까? 응.
대표 MZ 호소인으로서 Y2K 패션 트렌드의 도래가 반가운 건 ‘한정된 예산’과 과장된 패션에 대한 ‘보여주기식 열망’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MZ세대의 생존 향 세컨 핸드 쇼핑 행위가, 따로 의식하지 못해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스마트한 패션 운동의 일환이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멋도 챙기고 개념도 챙기는 일타쌍피의 전략으로다가 말이다.
'말'만 많은 어떤 '사상’ 주의자들의 과격함에 때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유를 나는 실천적 행동 하나 없이 이상적 결과의 출현을 바라는 그들의 못된 심보(전략 실패)에서 찾곤 하는데, 거창한 명분을 말하며 오랜 세월을 통해 자정 된 사회 질서와 정리된 규율을 애꿎게 무너뜨리려는 그들과 비교해 볼 때, 어쨌거나 매일 좋은 일을 실천하며 자기를 멋지게 꾸밀 줄도 아는(주변의 눈도 즐겁게 하는) Y2K 패션 피플 미만 잡이라고 본다. 아무튼 수고!
"학교들은 저마다 회보에서 “정신적, 도덕적, 신체적인 훈련을 통해 기독교적 신사를 양성하여 그의 생애에서 부닥치게 될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키우고 예술과 과학의 탄탄한 기초를 세우는 것"이라고 막연하기 짝이 없는 설립 목표를 내세웠다."
- 스콧 피츠제럴드 <낙원의 이편> 중에서
긴 혓바닥보다는 실천과 행동으로 세상을 납득시키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미처 사전 인지하지 못하였어도 세상을 예쁘게 하고 이롭게 하는 Y2K 패션 운동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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