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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an 11. 2023

모순적인 패션

솔직한 게 탈인 '제이슨 딜'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퍼킹 어썸'



넘나 모순적인


패션 브랜드를 탐구하다 보면 남과 다른 찬란한 스토리텔링의 마법을 휘두르는 창립자가 모순적이지 않은 경우란 극히 드물다는 사실과 자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돈을 좇아야 하는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숙명이나 그럴듯한 비전과 적나라한 현실 간의 아이러니와 끝없는 대립 때문인 거 같다.


그런데 브랜드 운영자나 브랜드 소비자나  모순을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냥  속에 피곤한 일이 하나 더해질 뿐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의미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고, 지향점이 어떻다면 어떤 것이며, 스타일이 맞는다면 일단  입고 보는 것이다.


한때 ‘가치 소비’란 말이 유행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사회적이거나 환경적인 운동에 동참하는 격에서의 가치 소비는 언제나 예기치 않은 반전의 통수를 대비해야 하기에 (브랜드의 선택에 있어서) 지금의 내 마음이 편한 길을 택하면 그걸로 족하다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아주 단순한 의미로의) 가치 소비라는 말이 내겐 조금 더 와닿았다.






퍼킹 어썸!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온 내게 괴짜 같거나 시끄러운 삶을 산 누군가의 존재는 놀랍고 신기한 시선이 가닿는 오랜 지점이다. 가령 종잡을 수 없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Fucking Awesome 퍼킹 어썸’의 창립자 ‘Jason Dill 제이슨 딜’의 이색적인 삶처럼 말이다.


<Thrasher> 매거진의 커버를 두 번이나 장식한 유명 프로 스케이트보더 '제이슨 딜', 마약 소지 및 유통 혐의로 감옥에 들어간 아버지를 둔 그의 불우한 가정환경 그리고 그 여파로 정처 없이 떠돌아야 했던 청소년 시기에 그는 내친김에 바닥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다 스케이트 보드를 집어 들고 스냅백과 버튼 업 셔츠, 카키 팬츠라는 유니폼과 함께 본격 프로 씬에 입문한다. 그러나 계속해 자신을 괴롭히는 내면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택한 ‘약물’은 그의 인생 전체를 집어삼킨다. 하지만 같은 길을 걷던 주변인의 급작스러운 죽음과 개인의 신체적 고통을 통해 과오를 깨닫고 각성한다.







밑바탕


어린 시절의 상처(혼돈과 광기의 매일)로 인한 조숙과 그것이 마련해 준 남다른 관점, 끝없는 인문적 성찰(문학 대가의 소설을 수십 권씩 읽어대고 다채로운 음악과 영화에 깊이 심취하는 삶)이 빚어낸 창의적 태도는 ‘돈’이 될 거라는 동료의 간단한 권유로 시작한 브랜드 ‘퍼킹 어썸’에 그럴듯한 이야기를 이식했다.


하지만 대중에게 먹히는 대중성을 두려워하고 돈 버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진부한 일이라고 감히 평가하는 그는 때로 자기 브랜드에 사람들이 값을 지불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어딘가 좀 나사가 풀린듯한(미쳐 돌아버린)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그 기반에는 ‘인정’이란 것이 두둑해서 세상 앞에 겸손하고,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삶이 그려내는 대체적인 그림에 감사하며, 인생 자체를 기적이라 생각하는 반복적인 태도에서는 어렴풋이 왜 그가 저런 이상한 말을 해대는 것인지 아주 조금 알 것도 같았다.




야너두? 야나두!




쉽게 가자


패션 판에는 가짜 친환경주의자들이 차고 넘친다면서 그럴듯한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는 제이슨 딜의 어떤 정직한(?) 발언도 어찌 보면 ‘남과 다른 척’하며 결국 돈을 벌기 위한 또 다른 수작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라고 또 한 번 꼬아 생각하니 골치가 아파졌다. 그래서 그냥 내가 읽고 본의 아니게 기억한 그의 이런저런 발언들은 모두 지우고 그가 남긴 좋은 메시지 두어 개만 가져가기로 했다.


먼저 첫 번째는 GQ닷컴 인터뷰의 일부, 다 떠나서 그냥 마음에 와서 콕 박히더라고요.




"녹슬고 싶지 않았어요."

"녹슬지 않기 위해서는요?"

"계속 움직여야지."
그래서 나는 떠나야 했다.





두 번째 메시지, 제이슨 딜은 자신의 브랜드 '퍼킹 어썸'을 '아이디어 회사'라고 표현하는데, 이와 관련해 이런저런 좋은 아이디어를 내며 살아가는 축복받은 삶(그는 인생 자체를 기적으로 생각하는 듯하다)에 있어서의 가장 핵심적인 태도를 강조하며 그가 꺼낸 다음과 같은 메시지.





네가 존중하는 친구들을 제외한
다른 인간들이 너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지 하등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오늘의 추천곡]

"Once upon a time 나의 어리석은 방황, Drop a nickle bag of dime 얘기의 배경은 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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