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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Dec 24. 2022

덕후의 브랜딩

성공한 덕후 '스트레이 랫츠'의 '줄리안 콘수에그라'



들어가며

"12월 24일에 포스팅하는 내 인생이 레전드"



잡지식은 상위 1%


열몇 살 적에 본능적으로 깨달았지만, 수정하지 못했고, 이십 대 후반 들어 기어코 체념한 게 있다. 내가 그간 좋아했고, 현재 좋아하고, 앞으로 좋아할 것들의 실용성이나 값어치라는 것이 바닥을 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말이다. 그리고 그 예감의 불길함 정도는 언제나 그것의 현실화 속도와 정비례했다. 젠장!


‘이 염병할 놈, 그런 것까지 시시콜콜 다 알아서 좋겠다. 그런 잡지식을 대체 어디에 쓰려고?'


그렇다고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어서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즐기지도 못했다. 다만 내가 마음을 다하여 전력으로 몰아붙이고 싶은 단 한 번의 브랜딩 기회가 왔을 때, 나는 그것들을 모조리 쏟아붓고 싶다고 막연히 꿈꿨고, 여전히 꿈꾼다. 그것은 개인 브랜드가 될 수도, 팀 브랜드가 될 수도, 패션 브랜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다만 계속 쌓고 있을 뿐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덕후라면 대체로 공감하겠지만 덕질을 이어오면서 나는 사실 단 한순간도 훗날의 ‘쓰임’을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다만 고집스러운 성격을 못 이기는, 달리 할 줄 아는 것이 없으니 들입다 파기라도 할 뿐인, 이런 삽질 말고 인생의 다른 재미가 또 있었느냐, 라면서 너스레를 떨고 애잔하게 자기를 위로하는 그런 개념의 취미 생활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겐 음악이나 게임이 깊은 덕질의 대상이고



누군가에겐 슬랙이 덕질의 대상이다. 그래도 일 중독은 피하자!






덕후라면 인정할 수밖에


나 같이 생겨 먹은 사람이라면 경외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 하나 있다.


2010년 4월에 탄생한 미국의 스트리트 컬트 브랜드 Stray Rats의 창업자 ‘Julian Consuegra(줄리안 콘수에그라)’다.


하드코어 펑크 음악의 덕후였던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도시인 ‘마이애미’의 지역 락 밴드 앨범 커버 아트와 머천 티셔츠를 디자인하며 성장했다. 이후 펑크 락은 물론이고 힙합 씬부터 스트리트 웨어 씬에 이르기까지 예술 감도가 끝내주는 서브컬처란 서브컬처는 여기저기 다 헤집고 다니면서 그것들의 원천과 아카이브까지도 공부했다. 그에게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특정 티셔츠나 어떤 브랜드 로고 혹은 관련 이미지를 하나 보여주면 백과사전처럼 읊는 수준이 된 것이다. 그가 자신의 브랜드이자 커뮤니티 브랜드 ‘스트레이 랫츠’를 설립하고 난 이후 발매한 상품, 그것에 담긴 의미는 너무나 깊어서 팬들조차 자기가 입고 있는 티셔츠 그래픽 속에 어떤 상징이 담겨 있고, 어떤 역사를 품고 있는지 조금도 감잡지 못한다는 건 정말 흥미롭다.




스트레이 랫츠 X 뉴발란스의 컬러 조합은 정말 끝내준다.




줄리안 콘수에그라는 어떤 작업을 할 때이든 개인의 필터 렌즈를 끼운다. 이를테면 하위문화적 검열 같은 것이다. 과연 ‘스트레이 랫츠’의 커뮤니티원이 이러한 색감의 조합을 담은 스니커즈에 공감할 수 있을까? 이 시국에 이런 이미지를 프린팅하는 건 좀 짜치지 않을까? 변방의 ‘스눕피’라는 작자가 감히 내 이름을 갖고 나불대다니 이런 나의 인생 정말 굴욕적이지 않은가? 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그는 ‘Stray Rats’와 함께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잡지식을 가지고 샘플링하는 삶을 산다. 그래서 그의 인생 무기는 평생 체득하고 학습한 ‘레퍼런스’ 더미다. 그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뭔가를 파고들면서 알고 빠지며 사랑하는 게 너무 좋아서 그다음 타자(덕질의 대상)를 위해 항상 남겨두는 삶을 산다고 말이다.


가끼스로 공통점을 하나 찾았군!





조금 더 깊이 파는 게 좋아요.

그렇게 제 시간을 들여
이게 왜 좋은 걸까 고민하는 거죠.

그리고 다른 것들과 섞어보는 겁니다.
괜찮을런지 보는 거죠.




실제로 펑크와 하드코어 씬은 '쥐' 레퍼런스를 많이 활용한다.





[갑자기 오늘의 싱거운 결론]
너무 지루해서 하품이 절로 나오는 패션에 물려 지긋지긋하거나, 자유분방하고 특별한 ‘척’하는 삶을 살고 싶다거나, ‘테디 산티스’ 식의 뉴발란스 말고 다른 맛의 뉴발란스를 신어보고 싶다거나 한다면(너무 담백한 것만 자꾸 먹다 보면 상큼하거나 달달한 게 당기는 것처럼) 스트레이 랫츠의 창립자 ‘줄리안 콘수에그라’의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보자. 그리고 그의 비주얼 오피니언으로부터 약간의 힌트를 얻어보자.



[그리고 오늘의 T.M.I]
줄리안 콘수에그라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클로딩 라인 ‘골프’의 설립과 브랜딩을 도왔고, ‘드레이크’의 앨범 커버(2017년에 발매한 믹스테이프 ‘More Life’)와 콘서트 투어 머천다이즈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의 추천곡]

줄리안 콘수에그라가 디자인한 앨범 커버, 드레이크 아빠의 젊은 시절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



[앨범 수록곡을 소개한 적이 있어서]

https://brunch.co.kr/@0to1hunnit/359


[줄리안의 인스타그램은 아래]

https://www.instagram.com/k00p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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