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PROTOtypes 프로토타입스'
와이프의 신체를 캔버스처럼 활용하며 개취(개인 취향)를 대중 전시하고, 많은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공로와 함께(올드 칸예로의 원복을 더욱 애타게 염원하도록 만든다) 다소 막돼먹은 대리 패션 기행을 보여주고 있는 올뉴 칸예,
그의 요청 한 방이면 단 하루 만에 비앙카 웨스트를 위한 파격적인 호저리(Hosiery, 타이즈, 스타킹, 양말 등) 디자인을 뚝딱 완성해 세상 공개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버린다는, 이른바 칸예발 풀필먼트 디자인 서비스를 전담하는 히든 패션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스위스 취리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로라 베함'이다.
그녀는 현재 디자인 동료 '칼럼 피죤'과 함께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PROTOtypes 프로토타입스>를 운영 중인데,
둘은 마틴 로즈, 베트멍에서의 디자인 커리어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전위적 크리에이티브를 폼 좋게 선보이고 있다.
스위스 디자인 어워드의 '패션 & 텍스타일 디자인' 부문을 수상하기도 한 그들은 빈티지 풋볼 스카프로 만든 반팔 티셔츠, 빈티지 침대 시트로 제작한 드레스, 데드스톡 저지로 만든 후디, 데드스톡 스웨트팬츠와 플리스를 활용한 조끼 등 무엇이든 업사이클링해 멋진 결과물을 뽑아낸다.
물론 디자인 주재료에는 칸예의 이지(yeezy) 제작 잉여물도 포함된다.
<프로토타입스>의 업사이클링 브랜딩의 매력 요소 중 하나는 그들이 오픈 소스처럼 공개한 DIY 프로토 프린트(PROTO PRINTS) 그리고 프로토 팩(PROTO PACK) 키트(바느질 패턴 포함)인데,
두 사람이 지닌 친환경 의식을, 심각하고 진지한 방식으로 공표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 없고 즐거운 고객 참여형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따봉!
개인적 관심사와 깊이 결부되어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데드스톡과 빈티지 카테고리에 대한 헌신적 탐구와 깊이 있는 실험 정신은 이제 패션 씬에서의 진보적이며 선도적인 창의의 결과를 향한 무릇 필수적인 조건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건초 더미는
점점 많아질 것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바늘을 찾아 줄 사람이
필요해질 거예요.
<큐레이션: 정보 과잉
시대의 돌파구> 중에서
왜냐하면 빈티지/데드스톡 아이템에 내재된 서사 그리고 과잉과 파괴에 맞서는 완전무결한 대안성은 무언가를 더하거나 덜지 않아도 그 자체로 강렬한 마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칸예 형이 요즘 많이 이상하지만, 이 형의 창의적 선택에는 늘 그것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뚜껑 열릴 때마다 울컥 쏟아내지 말고, 천천히 소상하게 과정을 설명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참 많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적어도 내겐, 칸예 형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이 감각이 커다란 행운의 마법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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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0to1hunnit/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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