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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Oct 10. 2023

빈티지로 세상 읽기

자아 성찰 패션 에세이 <사미 미로 빈티지>



셀프 의미 부여(셀미부)


대체로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왜 그러고 사느냐 묻지 않으므로 내가 나에게 계속 물어주며 살아야 무슨 일을 해도 당당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크고 작은 일에 의미 부여하지 않을 때에 느껴지는 그 무감각함이 나는 정말 별로다.





다독이는 주문


또 지금 말하려는 것은 의미 부여보다는 꼭 그러길 바라는 일종 다짐에 가까운데, 내게 닥쳐온 이 상황이 그때 내 최선의 선택이 부른 자연스러운 결과일 뿐, 그것이 내 존재 가치를 깎아 먹을 정도의 괴롭고 대수로운 일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꾸 다독이려 하는 편이다(몇 번 괴로워 봐서 다신 그러기 싫다).


그리고 방금 말한 이야기는 보통 내가 작아지려 할 때마다 마음 다잡고 외우는 주문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우리 엄마, 아빠가 자책이나 하면서 우울하게 살라고 이 황홀하고 감사한 세상에 나를 낳고 키워 주신 건 아닐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의식적으로 상기해 보는 것이다.





끝없는 배움


근데 의미 부여라는 것도 관련 생각의 풀이 빈곤하면 잘 안 돼서 내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용하면서 내 머릿속 뻔한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준점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는 지경인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사미 아니고 새미 미로 빈티지



Sami Miro Vintage


<사미 미로 빈티지 Sami Miro Vintage>를 설립한 여성 패션 디자이너 Sami Miro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녀는 샌 프란시스코의 테크 회사에서 평범하게 일하던 직장인이었는데, 패션과는 거리가 먼 동료들 사이에서 빈티지 패션 스타일링에 집착하며 홍일점 같은 인생을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LA에서 스타일링 업무를 맡게 되고, 그로부터 자기 안에 잠재된 크리에이티브 열망을 발견해 그것을 패션 비즈니스 창업으로 연결한 케이스이다.



Sami Miro 새미 미로 (이미지 출처: fashionista.com)



이보다 더 독특한 그녀의 인생 이력은 사실 그녀가 나를 위시로 한 전 세계 스키니맨들이 환장했던 패션 브랜드 누디 진(Nudie Jeans) 열풍을 주도한 디즈니 하이틴 스타 ‘잭 에프론’의 전 여자친구이기도 하다는 점이지만, 이것은 오늘의 주제를 벗어난 TMI이므로 빠르게 스킵하도록 하겠다.





생존형 빈티지


사미 미로는 학창 시절, 없는 형편에 늘 크고 넉넉하던 아빠의 옷을 최대한 어색하지 않고 멋스럽게 입기 위해 애를 쓰던, 또한 자구책으로 자주 찾던 스리프트 스토어에서 발견한 중고 옷을 매력적으로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던 인물이었는데(유색 인종이 거의 없던 부자 학교를 다니며 기죽지 않기 위해),




14살 때부터
남성용 셔츠를
드레스처럼
입고 다녔어요.

- teenVOGUE 인터뷰 중에서





너덜너덜해진 중고 옷을 입음으로써 남들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빈티지 패션 스타일링의 차별적 매력은 물론, 색이 바래고 구멍이 뚫린 옷은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라는 기정사실에 대한 인정과 함께 자기를 새롭게 포지셔닝했다고 전한다.



내가 입은 폴로가 진짜!
실은 나머지가 전부 짭!
 
 - 사미 미로식 정신 승리법




아무튼 없는 형편에 중고 옷을 사 입던 그녀의 상황은 같았고, 달라진 건 시각과 태도였을 뿐이다.





제로 웨이스트


데드-스톡, 세컨-핸드, 빈티지 패션 아이템을 업-사이클링하는 그녀의 패션 브랜드 ‘사미 미로 빈티지’는 모든 것은 다 자기만의 자리가 있다는 ‘제로 웨이스트 Zero Waste’의 친환경 원칙과 함께 지구 건강을 악화시키는 세계 최악의 산업 중 하나인 패션 씬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사미 미로가 직접 LA에서 소싱한 빈티지 레더 모토 재킷의 밑단을 V 컷팅하고, 빈티지 데님 패치와 시그니처 세이프티 핀을 첨가해 만든 세상에 단 하나 뿐인 SMV의 가죽 아이템



그린 워싱 브랜드와 기업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을 당부하는 창립자 '사미 미로'의 따뜻한 참견과 함께 말이다.



빈티지 청바지 조각 100%로 구현한 발코넷 브라탑과 코르셋 그리고 브이 라인 스커트. 이름하여 제로 웨이스트 데님!



이런저런 의미


특히 단지 브랜드 로고만으로 한 사람의 외적 개성을 구축할 순 없다는 점,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은 생활 속에서 연습하는 개념이라는 것,


뭐 하나(빈티지 패션 아이템)에 꽂히면 어떻게 해서든(싹 다 뒤져서) 그것을 찾아내고 말겠다는 열정을 지니는 덕질의 가치처럼





세컨-핸드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제법 익숙하지만 그렇기에 자주 그 진짜 의미를 까먹곤 하는 어떤 패션 정신의 일부를 그녀의 말을 통해 되새겨볼 수도 있는 것이다.





OPEN 영업 중


패션업계와는 거리가 먼 세상에서 살았기에 오히려 훅 한 번 들이닥친 호기심의 기회(하퍼스 바자 빈티지 스타일링 심부름)가 빈티지 디자인 탐구를 향한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말하는 '사미 미로'는 윤리, 친환경, 지역 생산, 교육 등에 관한 고유의 강력한 시각을 토대로 성공적인 브랜드 운영을 지속해오고 있으며,





첫 번째 패션쇼


지난 9월에는 뉴욕 패션위크에서 CFDA 보그 패션 펀드 최종 후보로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라는 타이틀의 첫 번째 런웨이 컬렉션을 선보였다.


패션쇼가 진행되는 가운데, 무대 위의 보이스오버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이렇게 전했다.



A less waste is more future,
that is zero waste.



Sami Miro Vintage RTW Spring 2024




대지를 지켜라


2016년, Sami Miro Vintage의 창업 이유를 밝히면서 '새미 미로'는 지구와 환경을 신경 쓰는 개인으로서의 이유와 세상의 모든 기업이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 모두의 가치로서의 이유 두 가지를 강조했는데, 이 두 가지 이유를 군말 없이 정당화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브랜드 운영 전반에 걸쳐 또 이렇게 주장해오고 있다.


우리의 어머니 대지를 지키자.

그녀가 없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중고 패션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보다 더 강력한 이유가 또 어디 있을까?


제길슨!(요즘 미는 중)



[그냥 함께 듣고 싶은 노래]

"비평 말고 감탄하자. 우리의 래퍼 드레이크를 지키자. 그가 없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함께 읽으면 무지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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