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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y 14. 2022

카니예 웨스트와 빈티지 패션

Ye의 건설근로자 인부 패션과 뉴 럭셔리 그리고 빈티지 스토어 프로셀 




래퍼 카니예 웨스트는 왜 건설근로자 인부처럼 옷을 입는가?라는 제목의 영문 기사를 기억한다. 정말 빼앗고 싶고 당장 베끼고 싶은 타이틀이었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힙합 얘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거기에 힌트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다.



"저요? 저는 시간 당 50만 달러입니다."




나는 힙합 문화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더욱이 미국의 90년대 힙합과 2000년대 초중반 힙합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내 블로그의 구독자 선생님이라면 이미 지겹게 느껴질 레퍼토리라 죄송하다.


크레이트 디깅(Crate Digg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과거의 힙합 프로듀서들이 샘플링을 위해 클래식 바이닐 레코드가 겹겹이 쌓인 나무 상자(Crate)를 헤집던 레코드 쇼핑 행위를 뜻한다. 하지만 이건 사실 극도로 좁은 의미의 해석이고, 사실 크레이트 디깅은 영원불멸할 자기의 크리에이티브 증명을 도와줄 영원불멸한 역사적 레퍼런스를 찾아 헤매는 성스러운 행위에 가깝다.




프로듀서 뉴비 시절, 칸예의 집에 놀러 가면 레코드 판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단다. 도둑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일단 성실해야 한다.




나는 카니예 웨스트, 아니, ye를 정말이지 존경한다. 그는 그의 과도한 망상을, 지나친 집착의 결과를 현실의 크리에이티브로 만들어 새로운 길을 터 왔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늘 '옛것'이 있었다. 나는 그를 정말 멋지게 성공한 도둑놈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천재적인 클래식 뮤직 샘플링 그리고 빈티지 패션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는 발군의 컬렉션 컬러감과 오브제에 가까운 예술 같은 실루엣은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카니예 웨스트의 전설이 시작된 데뷔 정규 앨범 'The College Dropout',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이어진 필자의 고등학교 야자 시간을 버티게 해 준 앨범이다.


"여기서 잠깐!"

위 앨범은 Ye의 전설이 시작된 데뷔 정규 앨범 'The College Dropout'입니다. 만연한 이야기이지만 배경 설명을 위해 조금만 떠들어보겠습니다.

칸예는 제이지, 나스부터 비니 시겔, 멤피스 블릭 그리고 알리샤 키스에 이르기까지 프로듀싱으로는 이름을 무척 날렸는데, 정작 본인은 래퍼가 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던 사람입니다.

기를 모으고 모아 솔로로 출격하려고 했는데, 거절을 많이 당했습니다. 음반사 입장에서는 스트리트 갱스터 감성도 제로에다가(흉내는 좀 냈지만) 랩도 어딘가 좀 모자란 것 같고(실제로 좀 모자랍니다) 아무튼 '너 방금 랩한 그 곡 있잖냐, 비트는 참 죽여주던데, 우리 애들한테 그 곡 넘겨주고 넌 그냥 프로듀서나 하면 안 되겠냐?"라는 식의 멘트와 함께 적잖은 굴욕도 맛본 형입니다. 물론 제가 직접 보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갱스터 힙합과는 거리를 둔 현실적인 주제와 가사, 까리한 샘플링, 랄프로렌 티셔츠에 백팩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힙합 스타일링 등과 함께 여러모로 큰 충격과 공포를 준 앨범입니다. 이 앨범이 없었다면 드레이크, 제이콜, 켄드릭 라마도 없었을 겁니다. 이건 정말 농담이 아닙니다. 지금 날고 긴다는 미국 래퍼들 모두 칸예가 펼친 2004년의 우산 아래에 들어앉아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형이 짱!

무엇보다 이 앨범을 시작으로 칸예가 명곡을 편집해서 새로운 곡으로 탈바꿈하는 일관된 시도와 그 개성을 보고 배운 사람이 '버질 아블로'를 위시로 한 칸예의 친구들이고, 이 앨범은 특히 버질 아블로의 생전 영리한 도둑질의 원천이 된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과장을 많이 섞었는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Yeezy를 설립하기 훨씬 전에 카니예 웨스트는 'Pastelle'이라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려고 했었다(결론적으로는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Pastelle'이라는 브랜드 명은 'Past Tells Everything'이라는 표현으로부터 따온 것이었다. 그는 역시 과거 신봉자였던 것이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카니예 웨스트는 브랜드 아이템 기획을 위해 빈티지 아키비스트를 고용했다. 그들은 스리프트 샵과 플리 마켓을 뒤지며 레어 빈티지 아이템을 찾아 ye에게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이때부터 축적된 그의 오리지널 패션 레퍼런스 심미안이 지금의 Yeezy를 빛나게 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그의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넝마주이 패션(가끔), 무엇인가 잔뜩 묻은 채 색까지 바랜 듯한 건설근로자 인부 스타일의 워크웨어 패션(자주)은 그가 그의 크리에이티브 숙제를 열심히 풀어나가는 모습 같아서 나는 무척 보기가 좋고 한없이 멋지게 느껴진다. 아무튼 답은 과거에 있나 보다.




(이미지 출처: Complex)



현대 패션에 국한하자면 나는 이제 빈티지 패션 아이템이 럭셔리 그 이상의 지위를 점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안이 없고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빈티지의 유일무이한 존재감이 럭셔리가 아니면 무엇일까. 허구한 날 지속 가능한 패션을 부르짖는 풍요와 잉여의 시대에 군말의 틈도 안 주는 빈티지의 확정적인 대안성과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가치를 현재의 관점에서 차등화해 무려 큐레이팅할 수 있는 빈티지의 가능성이 럭셔리가 아니면 또 무엇일까.




Brian Procell, 화가를 꿈꾸던 어프렌티스는 어쩌다가 뉴욕 빈티지의 킹이 된다.



2012년에 설립된 뉴욕의 대표 빈티지 큐레이션 스토어 'Procell 프로셀'은 정교하고도 세심하게 큐레이팅된 80/90년대의 빈티지 패션 아이템과 굿즈를 판매한다. 어렵사리 공수한 빈티지 아이템을 소셜미디어(특히 인스타그램)를 통해 감각적으로 소개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빈티지 쇼핑 문화를 개척한 장본인이 바로 프로셀의 창립자 'Brian Procell 브라이언 프로셀'이기도 하다(이젠 한국 계정에서도 꽤나 많이 보인다).


브라이언 프로셀은 빈티지 패션의 매력을 두고 '복권 당첨'에 빗대며 운과 기회의 관점에서 그것을 말한다. 프로셀 스토어에는 최고의 패션 브랜드에서 파견된(놀러 온) 컨셉 디자이너들과 리한나, 프랭크 오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등의 탑 스타들이 자주 방문한다. 앞으로 뭐가 쿨할지 또 뭐가 흥할지 확인하기 위해 과거 쇼핑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럴 때 보면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란 교과서적인 말이 정말 맞는 말이구나 싶다.


뭐 사실 돈만 많으면 럭셔리 명품 브랜드 아이템, 다 살 수 있다. 하지만 빈티지 패션 아이템은 돈만 많다고 다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운이 따라줘야 하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역시 답은 중고로운 삶 속에 있는 것인가!


Ye의 빈티지 패션 스타일을 논하려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그의 비주얼 오피니언에 힙합과 관련한 무수한 점이 연결되어 있는 듯하여 당연하면서도 놀라웠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아니 시간을 꼭 내어서라도 그의 스타일과 영향력 그리고 힙합 문화의 관계성 등을 한 번 제대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일단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카니예 웨스트의 정규 1집 앨범이나 한 바퀴 돌려야겠다. 에휴! 못 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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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0to1hunnit/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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