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패션 브랜드 '콜 북스톤' 그리고 빵빵한 인사이트
인스타그램 친구로 만나 의기투합한 두 영국 청년이 설립한 무지 고집스러운 패션 브랜드 ‘COLE BUXTON 콜 북스톤’
퍼포먼스 스포츠웨어 디자인을 전공한 콜 북스톤과 포토그래퍼 출신의 조니 윌슨은 그 목적에 충실한 스포츠웨어의 핵심 구성 요소를 제자리에 심어 두고 옷의 실루엣, 패브릭, 구조, 워싱 양상에 집착하며 그들의 말마따나 ‘에센셜 워드로브’를 제작한다.
최신식 스포츠웨어의 오버 디자인과 과장된 기능성에 물렸다는 것이다.
그들이 꼽는 이상적인 패션 레퍼런스가 있다.
바로 옛 보디빌더의 올드스쿨 스포츠웨어다. 면으로 된 반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컨버스 스니커즈로 간결하게 정리되던 그들의 패션 감성 말이다.
쓸데없는 노이즈를 걷어내고 자기만의 이론으로 쏟아지는 아이디어를 큐레이팅하는 훈련, 그들이 ‘콜 북스톤’의 옷을 만드는 방법과 관련해 내어놓는 의견은 기술보다는 차라리 정신 같다.
의사 결정이었던 적이 없어요.
그냥 우리 취향이 거기 놓여있던 거죠.
- 창립좌
하입이나 트렌드를 따라가는 건 죽어도 못한다는 그들은 고지식하게 제대로 만든 아이템이 안 팔려 재고 부담에 죽을 뻔했으나, 공급망 체질 개선과 한정된 재료의 활용 극대화 전략으로 위기를 벗어나기도 했다. 그들은 바닥 체험을 귀중하게 받아들일 줄도 안다.
한정된 인원만이 참여할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팬들과 소통하며 제품 생산 과정과 디자인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팬들의 피드백을 디자인에 바로 반영하기도 하는 그들은 브랜드 최초의 시작점인 ‘인스타그램 패션 브랜드’로서의 유연함도 잃지 않는다. 재구매 고객의 이름까지 기억하며 브랜드를 키워가는 그야말로 D2C 브랜드인 것이다.
세상의 잡음(특히 패션 시장의 시시콜콜한 버즈 - 누가 어떤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대!)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갈 길 가는 브랜드 ‘콜 북스톤’이 신경 쓰는 브랜드는 오직 ‘Aime Leon Dore 에임 레온 도르’와 ‘Rick Owens 릭 오웬스’ 뿐이다.
아워레가시, 릭 오웬스
스톤 아일랜드 그리고 보테가
섞어 입는 분이면 콜 북스톤도 가야죠.
- 창업좌
‘콜 북스톤’의 의류 브랜딩 요소 속에는 재밌는 점이 참 많다. 운동할 때 레이어드해 웃옷 밖으로 빼 입기 좋은 티셔츠처럼 사람들이 은근히 신경 쓰는 디테일한 하나의 스타일링 상황을 꼬집어 아이템을 스토리텔링하는 점이라든가 우리가 할인은 많이 못 해줘도 일단 우리 옷에 투자해주면 오랜 시간이 지나고 역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걸 증명해주겠다며 존리식의 장기 투자 내러티브를 펼치기도 한다. 정말 재밌군.
엔지니어적인 접근을 취하며 패션 디자인을 완성하는 대단히 진지한 청년 패션 사업가 조니 윌슨과 콜 북스톤, 패션 사업으로 한 탕 해 먹기 좋은 그래픽 놀이는 그들에겐 고려 사항의 최하위다.
허울만 좇는 옷이나 만들다가 나중에 뒤를 돌아보며 자랑할 만한 게 하나도 없으면 어떡하냐고 그들은 말한다. 이 둘이 만드는 옷은 그래도 꽤나 믿을 만하지 않을까. 또 속냐! 스눕피!
과장된 디자인 그리고 '디테일이 녹아든'이라고 표현하기 위한 쓸데없는 디테일이 범람하는 인스타그램 패션 브랜드의 시대 속에서 그들과 결을 달리하며 성장하는 본격 인스타그램 패션 브랜드 '콜 북스톤'의 본태를 뜯어보다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면 그 이외의 것은 어쩌면 전부 그저 방해 요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다만 패션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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