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갭의 전 디렉터가 이끄는 '모와롤라 Mowalola'
2020년 6월 셋째 주의 일요일,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을 맞이한 킴 카다시안은 와이오밍 주의 농장 들판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하나 찍어 올렸다.
커스텀 가죽 재킷을 걸친 카니예 웨스트와 킴 카다시안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머리 위 하늘 가운데에는 태그도 하나 걸렸다.
MOWALOLA
한편 2020년 6월 넷째 주 금요일에는 칸예의 이지(Yeezy)와 글로벌 패션 리테일러 갭(GAP)과의 10년 장기 협업 계약이 공식 발표됐고, 갭의 주가는 42%까지 급등했다.
그리고 칸예는 이지와 갭 간 협업 컬렉션의 디자인 디렉터를 발표했다.
그녀의 이름은 '모와롤라 오군레시'였다.
MOWALOLA
과연 모와롤라의 지인은 갭의 주식을 선취했을까?
슈퍼 셀럽이 흘리는 힌트를 주워 먹으며 점과 점을 연결하는 노력이 가상한 자, 떨어지는 콩고물의 제왕이 되리라!
나이지리아의 디자이너 가정에서 태어나 청소년기에 모국에서 영국으로 건너간 ‘모와롤라 오군레시’는 가톨릭 여자 기숙학교에서 공부하고 센트럴 세인트 마틴 디자인 스쿨에서 텍스타일을 전공했다.
그녀는 우리의 위대한 '마틴 로즈'와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처럼 <패션 이스트> 출신이자,
카니예 웨스트, 트래비스 스캇, 드레이크, 영 떡, 스켑타, 스티브 레이시 등의 팝 스타들이 간택한,
현 시점 가장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라이징 패션 디자이너다.
그녀는 학부 시절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와 함께 약 3년간 일하기도 했다는데, 그녀로부터 선택적 자기 어필의 방식을 배웠다고 한다.
내 작업물의 주인은 나이기에, 아무 데나 아무 때나 얼굴을 밝히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때에 좋은 기회로 나가서 나와 내 패션을 판다는 것인데, 참으로 귀감이 되는 멘트였다.
목적이 분명한 작업물을 만들기를 선호한다는 그녀는 ‘나오미 캠벨’이 입은 <총 맞은 것처럼> 화이트 드레스 패션으로 무엇보다 먼저 이목을 끌었다.
모왈로라 왈,
아무리 차려입어도 표적이 되는, 흑인으로서의 삶, 그것에 대한 감정적 메시지를 담았다는 것인데,
몇 해 전에 소개한 인종 패션, 정치 패션의 대표 디자이너 ‘피어 모스(Pyer Moss)’의 '커비 진 레이먼드'가 문득 겹쳐 보였다.
나인 인치 네일스, 프로디지, 릴 킴, 안드레 3000 등의 뮤지션을 애정하고, 런던의 나이트 라이프에 열정적이던 ‘모와롤라’의 패션은 그녀와 함께 음악을 듣고 즐기며 놀던 이들이 옷을 입는 상황을 염두에 두었기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펑크’할 수밖에 없다.
디제이 칼리드처럼
저만의 믹스테이프를
만들고 싶었어요.
음악은
저의 모든 것이에요.
정말 큰 영감을 줘요.
제가 만드는
모든 컬렉션은
그 당시 제가 듣고 있던
음악에 기반을 둬요.
또한 신체 노출이 성적 관념과 얽히지 않는 고향의 영향 때문인지 디자인이 과감하고 거침이 없다.
그녀는 2023 가을 컬렉션을 통해 소니 워크맨, 맥도널드, 뉴욕 현대미술관, 양키스 등 아이코닉 브랜드의 로고를 대놓고 비틀더니 연속된 전시 중간에 <SUE ME>라는 텍스트가 박힌 탱크톱과 함께 끝내 도발했다.
사회 파멸의 상상 속 패션, 거대 기업이 지닌 막강한 권력이라는 화두를 키치하고 트렌디하게 던져보는 일, 진지하고 심각한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에도 그 하중을 세련되게 떨구는 것이 단순한 ‘하입’ 이상의 매력을 확보하는 프로 디자이너들의 준비된(타고난) 센스가 아닐까 싶다.
고소 취하 완료 ㄷㄷ
음악도 만들고, 전시도 하며, 옷도 만드는 진짜 '예술'하는 예술가, 변화를 위해서는 일단 깨부수고 바닥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직업윤리 그리고 성적으로(Sexually) 오픈된 자기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누구나 진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인간 철학을 지닌 본태 예술인, 모와롤라 오군레시.
힙합의 문화 대점거와 함께 소란스럽다면 소란스럽게, 은근하다면 은근하게 글로벌 패션 트렌드의 새로운 변화를 촉진하고 있는 아프리칸의 미학,
직속 선배 디자이너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나 유사 계열의 취향 다른 디자이너 ‘비앙카 선더스’ 등과 함께 그녀가 불러올 비관습적이며 전복적인 블랙 묻은 패션 혁명의 앞길이 정말이지 기대가 된다.
오늘도 일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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