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태생의 '키코 코스타디노브'를 짧게 알아보자.
“언제나 속박되지 않은 상황에 있으면서 자신의 머리로 자유롭게 사색하는 것, 그게 네가 바라는 거지?”
"바로 그거예요.”
"그러나 자신의 머리로 자유롭게 사색한다는 건 내 생각에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것 같은데.”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중에서
주변을 돌아보면 대개가 언젠가는 단독하는, 자기만족적이며 충만한 삶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경제적 자유일 수도 있겠고, 정신적 자유일 수도 있겠다. 직장에 다니든 자기 사업을 하든 결국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매여서 끌려가듯 살기 때문일 것이다.
서른을 훌쩍 넘으니까 보다 더 ‘매력적인’ 인간이 되어 세상에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하루하루 짙어진다. 그래서 흔히 '성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이들의 면면을 들춰보며 크고 작은 힌트를 얻는다. 관심 분야를 공부하고 덕질하는 인생, 증말 즐겁군!
그래서 오늘은 형으로 정했다.
로고를 갖다 박지 않아도 실루엣과 비율, 컷팅만으로 브랜드 고유의 도장을 찍어 버리는 열혈 존재감의 패션 디자이너 ‘키코 코스타디노브’, 그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선 곳을 본능적으로 거부하고 사람들과 떨어져 홀로 걸으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저항형 인간에 가깝다. Say No!
석사 출신답게 ‘취미가 리서치’라는 그는 일본, 덴마크, 스웨덴의 최신 워크웨어 카탈로그를 분석하며 감동 요소를 적재한 후 섞는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가치를 창출한다.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50년도 더 된 프랑스 군복과 60년이 훌쩍 넘은 워크웨어로부터 영감을 얻는 방식이 지겨우며 감흥 없다고 말한다. Say No!
하지만 흥미로운 건 그가 디자이너 브랜드의 지난 아카이브와 해묵은 밀리터리, 워크웨어를 수집한다는 점인데, 그 이유가 다름 아니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카이브 피스와 역사적인 복식을 비껴가는(충돌하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제작하기 위해서라고. Say No!
이렇듯 각국의 현대 작업복으로부터 커다란 영감을 얻는 그이지만, 그것들로부터 딱 외모적 아이디어만을 취하여 ‘Fashion First’를 지향하는 그의 디자인은 그래서 더 예측 불가능한 것 같다.
반전의 반전, ‘아방 가르드한데 실용적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가능하게 하는 저것이 키코 패션의 비밀인가 보다.
‘스캇 덩크’도 아니고 ‘GD 신발’도 아닌데 이상한 모양의 바지(독특한 스냅과 스트랩 디테일 혹은 매이거나 조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넓게 퍼지는 모양을 한)와 재킷을 공개와 동시에 완판시키는 그는 패션의 ‘스탠다드’를 거부한다. 하지만 그 반골 기질에 공감하는 실험적인 패션 팬덤을 모으는 마력이 있다(키코 코스타디노브의 팬들은 하나같이 '입는 재미'를 강조한다). Say No!
그가 존경하는 패션 디자이너는 ‘릭 오웬스’와 ‘요지 야마모토’다.
특히 ‘요지’의 극성팬이다.
대학 시절에도 구멍 난 ‘요지 야마모토’의 세컨핸드 워크웨어를 입고 다녔다는 그는 ‘저 인간이 부자인지 아닌지, 화려하고 현란한 스웨그를 지향하는 사람인지 혹은 추레하고 후줄근한 그런지 바이브를 지향하는 사람인지’ 알아차릴 수 없게 불분명한 힌트를 흘리는 옷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호기심을 부르는 불투명함과 과거의 점을 연결하는 매력적인 방법, 체크 완료!
한 인터뷰를 통해 키코 코스타디노브가 밝힌 친구의 전언이 기억에 남는다.
떠벌리며 얘기할 줄 모르면, 그런(떠벌리는)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말, 그래서 떠들 줄 모르면 자기가 한 일로 자기를 대변하게 해야 한다는 한편으로 슬프지만 정직해서 더 아름다운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그냥 일하기보단
자기가 한 일에 대해 너무 많이 떠들어요.
친목질도 삼가고 하루에 12시간을 스튜디오에서 일한다는 그의 성공 비결은 결국 '허슬'에 있었구나.
Hustle, 이 한 단어면 끝날 것을 지나치게 말이 길었나?
[그냥 함께 듣고 싶은 노래]
[이런 브런치북도 만들었네요]
https://brunch.co.kr/brunchbook/hip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