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ire Studios 인타이어 스튜디오
카니예 웨스트의 눈에 들어 한 따까리 한 이력이 패션 씬을 휘저어도 된다는 크리에이티브의 징표나 자격증 같은 것으로 간주되던 시기도 안타까이 지난 듯하지만, 그럼에도 칸예의 점지력은 여전히 유효하며 나름의 대를 이어 내려오는 듯하다.
패션 크리에이티브와 관련한 감각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긁어모으며 텀블러에 전시하던 뉴질랜드 태생의 두 소년이 볼장 다 보고 넘어간 파이널 스테이지는 빈티지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웨어와 기능복 카테고리였다. 그러한 관심사에 기반해 빈티지와 세컨 핸드 아이템을 활용한 컨셉 디자인을 강행하던 그들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푹 빠진 빈티지 워크웨어 처돌이 칸예는 그들에게 곧장 연락을 취했다.
칸예의 부름에 한달음에(내가 직접 본 건 아님) 뉴질랜드에서 LA로 날아간 그들은 2015년 11월부터(YEEZY 시즌 3가 시작되기 직전) 이지의 컨셉 디자이너 겸 스타일리스트로 활약했다. 옷의 실루엣과 색감, 소재를 두고 생사가 달린 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집착적이었던 그들은 씬의 중심부와 쉽사리 연결될 리 만무했던 고향(뉴질랜드)의 지역 조건(물리적인 거리)이 자신들의 크리에이티브 비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스(주어진 혹은 스스로 만든 경계) 밖에서 사고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후 이 청년 듀오는 YEEZY의 ‘고스트 크리에이티브’ 내지는 ‘언더커버 스타일리스트’라는 간지 대폭발의 타이틀(이력)과 함께 독립 패션 레이블을 출범하고 홍보했다.
이름하여 ENTIRE STUDIOS 인타이어 스튜디오.
2020년 10월, 자체 브랜드를 공표하며 그들이 처음으로 공개한 단 하나의 아이템은 팔은 길고 몸통은 짧은 오버사이즈의 푸퍼 재킷이었고, 그것은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롱 패딩' 김밥 군단을 단숨에 물리치고 21년도와 22년도를 장악한 ‘숏 패딩’ 전사단을 향해 미리 못박은 비주얼 트렌드 세팅의 발 빠른 메시지였다.
레이블 운영 이전의 그들은 자신들의 활동 영역(컨셉 디자인, 스타일링 등)을 설명하며 ‘큐레이터’적인 관점을 언급하였다. 그러면서 ‘앞'을 내다보고 싶으면 '뒤’에 뭐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리 말해 앞길을 개척하고 싶은 클라이언트를 위해 그들은 먼저 뒷조사를 끝냈고, 이전의 훌륭한 것들을 레퍼런스 삼아 상황과 맥락에 맞게 조금씩 비틀어 변형하고 변용하며 새로운 개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쓸데없이 옷값이 너무 비쌀 필요는 없으며, 도리어 가격 접근성이 좋을 때 더 많은 옷을 팔 수 있을 것이라는 인타이어 스튜디오의 자신감은 비슷한 결(칸예 양념+빈티지 베이스)을 가지고 탄생했으나 그 허름한 모양새에 비해 값이 너무 비싸 뒷골이 당기는 패션 브랜드 'NOTSONORMAL 낫 쏘 노멀'과 대비되어 패션 브랜드의 프라이싱 정책과 신생 브랜드의 성장력에 대해 고민하게 하였다.
패션 브랜드를 탐구하면서 나는 외람되게도 삶의 지혜를 찾는다. 처음 몇 번의 배움은 그저 우연이나 장난인 줄 알았는데, 설령 그들이(패션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그럴듯한 속임수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어도 나는 그들의 플레이를 분별해 낼 수 있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경험칙과 (비윤리적 혹은 범법 행위가 아니라면) 마냥 순진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란 그저 시간을 허비하거나 골치 아픈 상황으로 내달려가는 첩경이라는 인생의 교훈을 얻는다.
아무튼 내일은 또 무얼 공부해 볼까?
[그래서 오늘의 추천 곡은]
[그리고 또 다른 따까리를 다룬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