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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Mar 14. 2023

칸예가 좀 짱인 이유

다소 지겹고 안 신선한 케케묵은 이야기



Dropout Bear


카니예 웨스트(이하 칸예) 데뷔작 <The College Dropout> 앨범 커버에는 실제 대학 중퇴자였던 자기의 삶을 대변하는 마스코트로서 ‘중퇴한 곰돌이(dropout bear)’ 등장했다. 수행평가, 동창회, 운동회 그리고 졸업식에 이르기까지  어떤 순간에도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섞이지 못하던  곰돌이는 2 앨범 <Late Registration>에서 ‘루이뷔통백팩을 메고   대학의 강의실과 도서관을 홀로 돌아다녔다. 이후 3 앨범 <Graduation>에서  곰돌이는 반짝이는 황금 목걸이를 두르고 뻔해 빠진  세상을 졸업하고 하늘 위로(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뻔하지 않게 흘러가는 인생의 개척자, 칸예!





Hiphop? Nope!


커리어 초창기의 칸예는 컬러풀한 폴로 랄프로렌의 럭비 셔츠를 입었다. 그리고 곰돌이 탈을 쓴 자기 분신과 공식석상을 돌아다녔다. 칸예의 옆에 선 중퇴한 곰돌이는 금 목걸이를 두르고 베이프의 카모 후드 집업을 걸쳤다.


계산의 왕, 칸예!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미국 힙합의 인습적 비주얼은 아니었다.





Gameboy? Yes!


청년 칸예는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 그는 갱스터 래퍼의 여정을 밟지 않고 자기 갈 길을 가며 청년이 할 말을 했다. 그것은 총과 마약 얘기보다는 위화감 덜한 공감을 불렀다. 심지어 당시의 칸예는 비디오 게임 매거진에서 크리에이티브 영감을 얻는다고도 말했는데, 비디오 게임 매거진을 탐독하는 힙합 보이의 그림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절친 키드 커디의 집에서 소닉 게임을 즐기는 졸라 귀여운 칸예(졸귀칸), 우리 형이 가장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란다.




Bape Kanye


칸예 덕질의 역사를 돌이켜보니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스냅샷이 하나 떠오른다. 그건 바로 베이프를 입은 칸예였다. 프루티한 색감의 알록달록한 베이프의 컬렉션을 두른 칸예의 모습은 솔직히 말해 정말 별로였다. 심지어 그의 단짝 ‘푸샤 티’가 귀염뽀짝한 베이프를 입고 쓴 장면은 죄송하지만 정말 최악이었다. SNL의 권혁수 식으로다가 나가주세요.


하지만 외형적인 모습이 별로일 뿐 그것은 또 하나의 힙합 크리에이티브 월드를 개막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칸예와 모스 데프, 니고와 퍼렐 윌리엄스 그리고 샘 오취리 aka 푸샤 티



갑분퍼렐


힙합 패션 역수출의 아이콘과도 같은 일본의 베이프를 미국의 칸예와 연결해 준 건 브랜드의 창립자 ‘니고’의 절친이자 그와 함께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 클로딩 라인과 ‘아이스크림’ 슈즈 라인을 만든 ‘퍼렐 윌리엄스’였다(퍼렐은 언젠가 니고의 작업실에 처음 놀러 갔던 때를 회상하면서 자기가 꿈에 그리며 원하던 이상향이 거기 다 있어서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말했다).


힙합 프로듀서라면, 래퍼라면 으레 할 법한 짓, 응당 해야만 옳은 행보를 보란 듯이 비껴가던 그들이 지금 어떤 위치에서 얼마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새삼 놀랍다.



곤니치와, 칸예 상, 찾으시는 사이즈 있으면 말씀 쿠다사이!



돌아보면 칸예와 퍼렐이 당시 유치찬란한 컬러 패션 놀이를 즐기며 몸소 보여준 건 미국적인(!) 스트리트웨어를 하라주쿠식으로(?) 흉내 내는 당돌한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포용이자 예상 가능성을 뒤엎는 대반전의 매력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믹스와 융합 그리고 편집의 예술인 '힙합'의 근본 정신과도 같았다(힙합의 뿌리를 온전히 이해하고서 그것을 참신하게 비틀 줄도 아는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싶다).



2008년에 퍼렐은 루이비통과 협업해 'Blason'이라는 주얼리 컬렉션을 공개한 바 있다. 칸예는 2010년까지 운영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것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Kans-lighting


힙합이 끼치는 작금의 사회문화적인 영향력을 생각해 보면, 칸예라는 한 개인이 20년이 훌쩍 넘는 긴 시간 동안 씬의 정점에 우뚝 서서(가끔 고꾸라지고 다시 올라가길 반복하지만) 음악적 측면에서나 패션 디자인의 관점에서나 하나의 크리에이티브 씨앗을 뿌리고 나서, 그것들이 분명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모습이었음에도 비평가들의 모욕과 비판을 듬뿍 먹고 뻔뻔하게 발아한 이후엔, 다시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도록 전 세계를 상대로 칸스라이팅(!)하는 모습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을 지경인 것이다.


급작스럽게 글이 마무리되지만서도 내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그렇다.


아무튼 칸예가 좀 짱이라고!



[그리고 오늘의 추천곡]

프로듀서 칸예가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곡 '비니 시겔'의 The Truth, 제이지가 칭찬 스티커를 붙여주었다는 후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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