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영화 얘기 하나, 한심한 음악 얘기 하나.

스눕피의 단상단상(7)

by 스눕피

1.

영화 <킹스 스피치>의 조지 6세를 보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참석해 어물대고 버벅대던 기업인 하나를 떠올렸다. 만약 청문회 도중에 그의 귀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아주고 시원한 90년대 웨스트 코스트 힙합 음악을 하나 들려주며 그의 목소리를 스스로 알아들을 수 없게 만들었거나 그의 집무실 금고에 소중히 보관되어 있던 보물 1호를 훔쳐 와 그의 눈 앞에서 이리저리 흔들며 그를 노엽게 만들었다면, 그는 쏟아지는 질의에 속사포처럼 대답할 수 있었을까. 무려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를 보고 느낀 점치고는 좀 한심한가?

가끔 TV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이나 남성 잡지 속에서 영화 평론가들의 심도 있는 영화 비평이나 새롭고 남다른 영화 해석을 듣거나 읽으면 속이 울렁거린다. 원체 비위가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천 편, 수만 편의 영화를 씹어먹으며 쌓은 그들의 견문을 감히 상상하면 나의 정신은 아찔해질 뿐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엉뚱하고 간단한 감상평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나도 그들 못지않게 자신 있다. 예컨대 픽사의 애니메이션 <업>의 주인공 칼 할아버지를 끝까지 괴롭히던 모험가 찰스 먼츠는 사실 신비의 새 '케빈'을 찾기 위함이 아닌 칼 할아버지의 두툼한 코를 원했다는 것. 그의 코를 통째로 잘라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으면 정형돈의 배꼽을 닮은 막창만큼이나 고소하고, 혹은 뜨거운 찜통에 넣고 푹 쪄 먹으면 샤니의 호빵 팡찌니만큼이나 달콤하기에.(기껏 든 비유가 무한도전 정형돈의 배꼽을 닮은 막창과 샤니의 호빵 팡찌니라니. 흠, 정말 더는 20대가 아닌가 보다.)




2.

음, 2001년부터 힙합 음악을 들었으니까 힙합 음악에 빠져 허우적댄지도 벌써 18년이 다 되어 간다.

곰곰 생각해보니 정말로 수많은 래퍼들의 수많은 앨범이 나의 귀를 관통했지만, 여성 래퍼들의 음악은 그다지 즐겨 듣지를 않았다. 물론 내가 작정하고 배제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여성 래퍼들의 앨범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려 나의 플레이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내가 좋아하는 여성 래퍼의 노래가 없을 리는 만무하다. Warren G의 1집 앨범에 수록된 Super Soul Sis라는 노래 속 Jah Skillz의 래핑은 언제 들어도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아, 누나! 랩 한번 찰지군요. 여러분도 한 번씩 들어보세요!

래퍼 Cardi B와 Nicki Minaj가 두 달 전 뉴욕에서 만나 치고받고 열심히 싸우더니만 아직도 화해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이 가엾은 두 여성 래퍼에게 Warren G의 Super Soul Sis를 권한다. 그대들이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슈퍼 소울 시스가 아닙니까. 싸우지들 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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