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나, 말없는 소녀, 픽사-위대한 도약, 쿠로미 모나카, 빈티지 샵
영화 자체를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닌지라 오랜만에 한 두 편 보고 나면 입이 근질거려서 짧게나마 그 인상을 남겨 놓으려고 한다. 전형적인 하수랄까.
어제는 영화 <말없는 소녀 The Quiet Girl>를 봤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에 대한민국 대표 감성(F) 보이(만 33세)로서 나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했다던 듣기 거북한 체험기도 함께 전해 본다.
방종한 아빠와 무감각한 엄마를 둔 불안정한 소녀, 성장기 속 부모의 방임은 무엇이든 시도하는 자유가 아니라 숨통을 조여 오는 부자유를 선물할 뿐이다.
여름 방학 동안 먼 친척에게 맡겨진 소녀 '코오트'는 노부부의 따뜻한 환대와 당연한 교육으로 눈치보지 않는 법을 배우고, 침묵하는 법을 배우며, 자기 존재만으로 사랑받는 일이 그리 대수로운 것은 아니라는 제 나이에 걸맞은 순수한 삶의 태도를 배운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영원하지 못하다. 여름 방학은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끝엔 특유의 안타까움이 배어 있어 사람을 먹먹하게 한다. 사람이든 계절이든 갑자기 싸늘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건 정말로 괴로운 일이다. 그건 내 마음대로 어찌할 수가 없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딱한 소녀야, 너의 딱함은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그러니 제발 자책하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자라렴!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소년, 소녀들이 다만 ‘인생은 자기의 절실한 선택’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는 그 지점까지만이라도, 생활의 지혜를 곱게 나눠 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을 한 번쯤 꼭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경험하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것들이 있다.
23년도 상반기를 돌아보며 내가 경험한 최고의 순간을 꼽아보자면 픽사의 전 CFO '로렌스 레비'의 경영 회고록 <픽사, 위대한 도약>을 읽었을 때와 주식회사 '서주'의 실수 <쿠로미 다크초코리치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맛보았을 때가 아닐까 싶다.
나는 직장 생활 초기에 내가 쥔 패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나의 멘토가 가르쳐 준 비즈니스와 인생의 교훈들은 오랫동안 내게 지침이 되어 주었다. 그는 고수가 체스판을 내려다보듯 비즈니스를 바라보았다.
“이미 말이 놓여 있는 위치는 자네도 어쩔 수 없어. 중요한 건 다음 말을 어디에 놓느냐지.”
<픽사, 위대한 도약> 중에서
완벽한 기승전결과 더도 말고 덜도 만 담백한 맛, 자꾸 (곱)씹게 하는 알맹(갱)이까지. 끝을 보기가 아쉬운 책은 정말 오랜만이었고, 닳고 닳도록 깨물어 먹으며 바닥을 보는 게 아쉬운 아이스크림도 진짜 오랜만이었다.
특히 <픽사, 위대한 도약>은 자신이 지닌 욕망 경계선의 정도와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공을 열망하며 자기 삶을 개척해 나가는 분이라면, 직업과 직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큰 울림의 메시지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더욱 자신 있게 추천해 본다.
“축하드려요, 스티브. 이제 억만장자가 되셨네요.”
<픽사, 위대한 도약> 중에서
내가 느낀 감동을 남도 느끼길 바라는 대한민국 대표 감동(강요) 보이(34세)로서, 이럴 때면 몇십, 몇 백만 명의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의 삶이 부럽기만 하다. 품절 대란을 만드는 부러운 그들!
안녕하세요. 스눕피입니다.
혹시 호구이신가요?
그렇다면 눈 한 번 딱 감고 제 추천에 속아주세요.
우리가 기능, 축적, 성과에만 너무 집중할 경우, 진정으로 인생을 산 것인지 자괴감이 들고 말 것이다. 반대로, 자유롭게 생활하고 감정을 충족시키는 데에만 집중할 경우, 동력이나 현실 기반의 부족으로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픽사, 위대한 도약> 중에서
세스 고딘의 <린치핀>은 세상 모든 창작자들의 바이블이 되어야 마땅하다.
세상 사람 누구에게나 '볼 때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창작물이 몇 개씩은 있지 않나 싶은데, 내 경우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가 그렇고, 세스 고딘의 <린치핀>이 그렇다.
특히 고딘 형의 어떤 저작들과 만난 이후로 나는 매일 누군가에게 어떤 선물을 줄 수 있을지 궁리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걱정하는 사람은 필패하고, 궁리하는 사람은 필승한다던 어떤 작가의 말을 금쪽같이 신봉하면서 말이다.
예술가는 선물을 만들고 변화를 만들고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지만, 보상을 바라고 그런 일을 하지는 않는다.
시장도 이러한 희귀한 사람들이 장기적인 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시간을 갖고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살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그렇게 할 것이다.
<린치핀> 중에서
한편 나란 사람이 얼마나 미친놈인지 알고 싶다면 바로 아래 링크로 걸어 둔 ‘스콧 피츠제럴드’와 관련한 브런치 매거진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참 괘씸하다).
한 번 들입다 파보면 뭔가 나올 것 같은데,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때가 있죠? 그럴 땐 역시 미친놈처럼 대신 파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눈치채지 못하셨겠지만 그게 접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thegreatgatsby
눈에 걸리는 국내 빈티지 스토어 인스타그램 계정은 무지성으로 팔로우한다. 언제, 뭐가, 어떻게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으니 일단 팔로잉하며 현금을 충전하고 마냥 기다린다.
개중에서도 큐레이션 방침이 뚜렷하고 고유의 색깔이 분명한 빈티지 스토어를 만나면 기분이 좋다. 쇼핑하며 학습하는 기분을 느낄 수가 있으니까. 나는 이 세상의 모든 덕후를 존경한다.
아무튼 '내돈내산'의 아이콘으로서 내돈내산한 빈티지 샵 3곳을 소개한다.
1)
https://www.instagram.com/sober_worn/
2)
https://www.instagram.com/archivin.kr/
3)
https://www.instagram.com/scape_raw/
[그리고 마무리는 언제나 노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