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루이즈 그레이 그리고 구글 검색 센터
마음속으로 저는
지나친 도덕주의자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을
일깨우고 싶어요.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요.
그저 즐겁게 하는 일은 말구요.
- 스콧 피츠제럴드
<판단을 유보하면 고백한 사람은 희망을 갖게 된다>라는 말의 의미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말이 왠지 기분 좋게 느껴지던 그 몹쓸 감각을 조심했어야 했는데.
중학교 땐가 이모부 책장에서 우연히 꺼내 읽은 소설 한 권이 내 인생 책이 될 줄은 몰랐지.
2004년인가 2005년의 어느 주말, 인천 신동아 아파트의 그 작은 서재로 만약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조금 더 신중하게 책 한 권을 고를 것이다.
하지만 제길슨!
나는 또 같은 책을 고르겠지.
그리고 십 수년이 지나 인간이 어디 그리 쉽게 변하냐면서 또 어설픈 변명이나 늘어놓고 있겠지.
그날 이후로 해마다 피츠제럴드가 수놓은 은은한 마법 같은 문장을 졸졸 따라다녔더니 쉽게 이해되지 않던 주인공 '닉 캐러웨이'의 시선과 행동 옆에 가득하던 물음표가 하나씩 사라지는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 이른바 스눕피 성장 중.
나는야 반복에 지치지 않는 인간 메트로놈 aka 미친놈! 그렇게 소설 하나를 집착적으로 읽어대던 내가 셀프 고안한 '정신 나이 측정 방법'이 있다.
약 20년 전, 제임스 개츠 우주의 대폭발로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깨달음의 순간을 누적한다.
단, 전년에는 몰랐는데 올해 들어 깨달은 문장만을 카운팅한다. 전년비 성장률 같은 것이다. 글쿤.
열심히 떠드시는 동안 삐빅.
측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스눕피 님의 정신 나이는 마흔 넷입니다.
홀리 씥! 제길슨, 왜 열 살을 더 먹이누?
젊은이여, 이건 꼭 기억하세요.
외롭고 또 외로워 본 사람이
당신만은 아니란 것을요.
- 스콧 피츠제럴드
죄송합니다.
그래도 마지막 공식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스눕피 님에게 닉 캐러웨이란?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 눈치 살살 보는 사람, 뭘 하려다 마는 사람, 남한테 관심 가지는 사람, 따뜻하게 마음 쓰는 사람, 결단하는 사람, 할 땐 하는 사람 그리고 본인 피셜 '정직한' 사람 그래서 닮고 싶은 사람.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인 덕목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는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나의 경우 그것은 정직이다.
- 닉 캐러웨이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만능 예술인 'Louise Gray 루이즈 그레이'의 인터뷰 한 대목을 읽다가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요는 크리에이티브한 삶에 있어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을 듣는 일이란 사실 거의 없고,
사람들이 너를 찾는 이유는 이전에 네가 이룩한 결과물과 너의 명성 때문이라는 것.
그렇기에 네가 누구이며 또 어떤 사람인지를 학생 때부터 확실히 발견해야 한다는 일종의 잔소리였다.
나는 무얼 잘하는 사람일까?
다 식은 도시락 반찬처럼
심심하고 변변찮은 소재들.
이걸 이제 와 고민하는
내 인생이 참 레전드로구나.
하지만 나보다 미래 걱정이 100배는 더 많을 학생들의 건투를 빌며 고민 하나 없는 어른인 척 쿨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몰래 숨어서 운다.
베개가 젖는다.
또르르ㅜㅜ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전 시행착오 따위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막다른 골목에도 들어가 봐야 제 목표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자네 목표는 뭔가?"
그는 잠시 망설였다.
"바로 그게 문젭니다.
아직 목표를 모르겠어요."
- 서머싯 몸 <면도날> 중에서
여러분은 혹시 Google 검색 센터를 아시는지?
알고 계신다면 자주 방문하시는지?
그냥 엄청 재밌고 유용해서요.
구글의 검색 작동 방식, SEO 기본 가이드, 검색 순위와 노출에 관한 이야기, 사용자 중심 콘텐츠를 제작하기 전 자문자답해보면 좋은 관련 질문 리스트, 아무튼 하지 말아야 할 짓, 최대한 하면 좋은 일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것저것 주워 읽어보면 언뜻 당연한 소리의 나열 같기도 하지만, 당연한 말을 이렇게 당연하지 않게 정리하는 일의 지난함을 대충 알고 있어서 존중하는 마음이 강하게 인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들어가서 논리 공부도 할 겸 문장 하나하나 곱씹어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
과연 <스눕피의 브런치>는 검색 최고 존엄의 말씀을 정작 잘 새겨듣고 있는 건지 떨리는 마음으로 확인한다.
A few minutes later,
최종 확인 결과
귀하의 블로그는 평가가 불가능한, 고장이 나도 아주 단단히 고장 난 머저리 같은 사이트입니다.
(오열ㅜㅜ)
아무튼 센터 주소(developers.google.com)만 봐도 개발자들을 위해 개설된 사이트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또 다수의 콘텐츠가 관련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고 있으면 재미있다.
근데 고백하자면 사실 내 블로그의 오랜 지향점 중 하나가 그거다. 아무 생각 없이 읽고 싶은 글이 많은 곳, 근데 뭔가 이상하게 재미있어서 또 오고 싶은 곳 말이다.
아무튼 온라인 기반의 글쓰기를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보시길 자신 있게 추천한다.
예를 들면, 담백한 유머 감각도 겸비한 구글의 이런 조언은 정말 매력적이다.
Google에서
선호하는 단어 수가
있다는 말을 듣거나
읽었기 때문에
특정 단어 수 이하로
콘텐츠를 작성하고 있나요?
Google은
특별히 선호하는
단어 수가 없습니다.
근데 웃기려고 한 거 맞겠지?
난 웃기던데. 쩝.
[어쩌면 함께 들어야 건강에 좋은 노래]
[속는 셈 치고 함께 읽으면 좋은 브런치북]
https://brunch.co.kr/magazine/thegreatgats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