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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Nov 02. 2023

에세이 걸신들린 스눕피

데이지를 만나기 전 개츠비의 시선이 머무른 곳



개츠비의 시선


약 5년 만에 데이지와 재회하게 된 개츠비, 그녀를 기다리며 멍한 눈으로 책 한 권을 집어 든다.


길게 염원하던 꿈이 이뤄지려는 이때, 영 머니 개츠비가 곧 터져버릴 듯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애꿎게 시선 의탁한 곳은 하필이면 헨리 클레이의 <경제학원론>.


어쩌면 비위생적인 돈으로 흐트러진 세상의 빈틈을 노려, 잃어버린 시간을 복구하겠다는 생각을 검증받겠다는 무의식의 발현이었을지도.





아무리 고마워도


기분이닷!


오늘의 만남을 성사해 준 ‘닉’에게 쉽게 돈 벌 수 있는 확실한 기회도 쓱 한 번 제안해 보지만, 그는 자기 인생의 타이밍에만 푹 골몰한 바 순진한 발상을 틔워버린 바람에, 맥락을 상실한 일방적 제안을 납득할 만하게 풀어내는 인간적인 원칙을 놓쳐버린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대화가 다른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면 내 인생을 좌우하는 중대한 갈림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돕겠다는 제의가 분명했고, 게다가 방법이 너무 서툴렀기 때문에, 나로서는 그 제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 <위대한 개츠비> 제5장 중에서



삐걱대는 개츠비 형(줄여서 삐개형),


오래 바라고 크게 꿈꾼, 준비된 남자 맞아?


왜 저래?





부끄럽지만


상상이 현실이 된 몇 없는 순간, 그래서 현실과 비현실이 구분되지 않던 지경, 내게도 있었다.


물론 그 스케일이 빈약해 밝히기 부끄러워 따로 증명은 못하겠지만 말이다.





꼭 실수함


그런데 작지만 소중한 꿈이 실현되고 나면 긴장된 마음도 함께 풀어지는 모양인지 꼭 후회할 짓을 골라 했다. 심지어 그 후회란 놈이 그땐 잘 모르고 늘 나중에 알게 되는 종류에 속해서 사람을 더 약 올렸다.


그렇다고 흥분하지 말고 자중하라는 우주의 메시지로 그 실수를 받아들이는 것은 성인군자나 가능한 일이었고, 난 그럴 때마다 셀프 욕을 박으며 이불 킥했다.


현재도 크게 변한 건 없다.


어찌할꼬!





힙합의 가르침


꿈과 상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 찾아오면, 미국의 힙합 음악을 빼놓으면 절대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이 내게 슬그머니 다가온다.


힙합 음악을 오래 즐겨 듣고 어떤 래퍼들의 성장 과정을 멀리서 지켜보며 의심의 여지없이 학습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역시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 이뤄진다는 마음 혹은 정신이 아닐까.





피상적인 박력이 그것의 뼛속 본질을 무엇보다 잘 담아내는 문화가 더러 있다.


돈이 짱이야!


성공할 거야!


부자 될 거야!


내가 더 잘해!


힙합은 개중 최고고, 여전히 나는 그 껍데기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린다.


대체로 너무 멋있으니까.





잘 될 거란 믿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자주 순진한 척, 괜찮은 척, 겸손한 척 주접떨지만, 속으론 항상 기분 좋은 성공만을 상상하는 나다.


이중인격의 위선자!


하지만 힙합 문화를 좋아한다면 괜히 쿨내 풀풀 풍기며 일단 나는 잘 될 거라 믿고 일단 go 하는 거, 그거 국룰이잖나.


ㅇㅈ?





진짜 이유


근데 사실을 말하자면 우연히라도 진짜 덜컥 나의 꿈이 실현돼 버리면 아주 드물게 스스로를 칭찬하고 격려할 수 있는 내면의 근거, 그것의 박제가 되어줄 것이란 아직도 철없는 믿음 때문에 내가 더 저렇게 억지 긍정하면서 발악하고 산다.


(내가 나한테)


거 봐, 상상하니까 이뤄지잖아.


내가 뭐랬어?


앞으로도 그렇게 쭉 나아가는 거야.


쩝.


시절 래퍼의 진또배기 트윗



저 형들처럼


500명의 팔로워에 감사하던 2009년의 제이 콜,


스튜디오에서 죽치며 곡 작업만 하던 같은 해의 드레이크,


언젠가 그래미를 탈 거라며 호언하던 2010년의 타일러,


내뱉고 증명하는 진짜 남자의 삶,


짱 재밌고 짱 멋있다.


그래서 그들의 현재 위치는?


쩝.



형, 좋아? 좋으냐구? 그렇게 웃으니까 좋아? 나 없이 못 산다며!



하지만 저런 위인 되는 건 바라지도 않지.


조금 더디 가도 괜찮으니


좋은 방향으로 멀리멀리


오래오래 잘 가고 싶다.


하지만


아직도 용기와 실행이 많이 부족한가 봐.


흑흑.



[그래서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

"간만에 들으니 돋는다." 근데 <돋는다> 이거 완전 옛날 표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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