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눕피 생각: H. 로렌조, 데이비드 코마 그리고 연말 다짐
1984년부터 대단히 실험적이고 급진적인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를 미국 사회에 발 빠르게 소개해 온 LA의 패션 부티크 ‘H.LORENZO’를 설립한 ‘Lorenzo Hadar 로렌조 하다르’,
그는 원래 이스라엘의 군인이었는데, 군에서 만난 그의 와이프와 함께 미국 이민을 결정한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미국의 건설 현장에서 잡역부로 일하면서 자본금을 모아 1982년에 ‘La Mirage’라는 패션 리테일 상점을 오픈하지만 곧 접는다.
그리고 마침내 1984년, 그는 프라다와 구찌 같은 뻔한 패션 브랜드가 아닌, 보다 새롭고 놀라운 신흥 패션 브랜드를 미국 사회에 소개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LA의 선셋대로에 H.LORENZO 부티크를 연다.
<요지 야마모토>, <메종 마르지엘라>, <라프 시몬스>와 같은 브랜드를 미국 시장에 정식으로 소개한 업적(?)으로 유명한 ‘로렌조 하다르’는 한 인터뷰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면서
'나는 절대 디자이너가 될 순 없었지만, 패션이란 결국 스타일과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며, 이는 곧 한 사람의 기호와 취향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4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H.LORENZO’는 소름 돋도록 폼 좋은 큐레이션 역량으로 전 세계 패션 피플에게 미치도록 폼 좋은 디자이너 브랜드 학습(선택)의 귀감이 되어주고 있으며,
감도 높은 신진 패션 브랜드(디자이너)를 위한 폼 좋은 데뷔 무대가 되어주고 있다.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든다.
개인의 의지와 열정이 빚어낸 아이디어는 또 하나의 생명과도 같아서 진심과 함께 잉태된 생각이 바깥세상에 어떻게든 자리 잡으면 나름의 수정과 발전을 거듭하면서 정작 당사자도 잘 모르는 체계를 구축하며 자생하는 것 같다고.
이스라엘 군인 ‘출신’이자 미국 건설 현장의 잡역부 ‘출신’인 로렌조 하다르의 감각적이고 세밀한 개인 취향 그리고 신생 브랜드 소개의 의지와 열정이 만들어 낸 유니크한 패션 부티크 H.LORENZO,
출신과 개인의 취향,
출신과 개인의 의지,
출신과 개인의 열정,
엄청 순진한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나는 후자를 이길 전자는 없다(고 믿는다).
조지아 출신의 런던 베이스 패션 디자이너 '데이비드 코마 David Koma'의 인터뷰를 긁어 보다가 인상적인(감동적인) 멘트가 하나 있어서 소개해볼까 한다.
12살인가 13살에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티에리 뮈글러 Thierry Mugler'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홀딱 반한 소년 '데이비드 코마'는 그것을 녹화해 반복해 보고 또 봤다고 한다.
뮈글러의 다큐를 반복 시청하며 여성의 몸, 비주얼, 소재, 컬러 등에 심취한 그는 이를 계기로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를 꿈꾸기도 했다는 것인데,
이후 패션 커리어 내내 매거진 인터뷰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존경하는 디자이너로 '티에리 뮈글러'를 꼽아 왔다.
그러던 2013년 12월,
데이비드 코마는 드디어 꿈을 이룬다.
What?
뮈글러의 아티스틱 디렉터로 그가 임명된 것이다!
(축하)
그런데 소감을 묻는 인터뷰어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한 생각이지만, 본인은 언젠가 뮈글러의 디렉터직 제안 전화를 받을 것이란 생각을 늘 해왔고,
잡 인터뷰 내내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되었으며,
모든 것이 매우 자연스러웠고,
신념을 갖고 있던 자신에게 그 제안은 완벽한 적시였다고 말이다.
나아가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트 스쿨에서 해부학 수업을 들었던 개인적 경험을 여성의 바디 라인과 옷의 수용성을 집착적으로 연구한 패션 디자이너 '티에리 뮈글러'에 대한 본인의 존경심과 연결해 어필하기도 했다(왜 잡스의 연설이 떠오를까).
온통 하나의 생각뿐인 사람들을 만나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뭐가 돼도 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옆에서 무슨 말을 걸어도 그들은 그쪽으로 대답을 이어가며, 혼자만 아는 내면의 기쁨과 함께 실실거리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그 사람의 미래에 대한 괜한 기대감을 품게 된다.
대한민국 대표 덕후이자 미친놈으로서 자주 떠드는 이야기이지만, 한 사람이 무언가에 미친 듯이 몰입해 그것을 즐길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고, 안팎에 속임수만 없다면 (크든 작든) 그(녀)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그러니 그(녀)가 꾸는 꿈을 무시하지 말지어다!
1. 좋은 걸 보면 좋다고 얘기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사람이 되자.
아름다운 것에서 추한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타락한 사람이다.
이건 잘못이다.
아름다운 것에서 아름다운 의미를 찾아내는 사람은 교양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있다.
그들은 선택받은 사람들로 그들에게 아름다운 것들은 오롯이 아름다움만을 의미한다.
- 오스카 와일드
2. 말 좀 예쁘게 하자.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요즘이다. 내 말 좀 덜하고, 더 많이 듣고, 자주 공감하자. 자꾸 딴생각하고 말만 많아지는 요즘이다.
내가 여기서 뭐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오장춘이 말했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널 잘 알아. 넌 현장에 강해. 여기 토익 성적 좋은 애들도 많은데 걔들은 다들 현장을 무서워해. 너처럼 필드를 직접 느끼는 감수성이 필요해.
오토바이 배송은 좋은 경험이 될 거야.
- 김훈 <공터에서> 중에서
3. 도의를 지키며 살자.
[그리고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