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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Dec 17. 2023

너무너무 춥지만 쓰는 글

디자이너 '빅터 바라간', 영화 <리빙> 그리고 연말 다짐(2)



바라간: 멕시칸 게이


가톨릭 교세가 상당한 국가 '멕시코'의 매우 보수적인 환경에 부적응하며 사느라 고생한, 화 많던 게이 소년 Victor Barragán 빅터 바라간,



빅터 바라간 on Apartamento



고등학교 시절, 티셔츠에 흥미로운 그래픽 프린트를 찍고 놀던 그의 작업물이 인스타그램과 텀블러에서 주목받기 시작하고, 이를 통해 자립의 조건을 완성한다.



그의 작업물은 패션 디자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 제약적인 모국 멕시코에서의 성난 자아로부터 자신을 분리하기 위해 미국 뉴욕으로 도피한 그의 엉덩이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타투가 새겨져 있다.





이제 지저스 크라스이스트를 깔고 뭉개는 삶을 사는 그의 성씨를 딴 동명의 브랜드 Barragan 바라간을 설립해 운영하는 빅터 바라간이 중점을 두는 지고의 가치는 <재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의 패션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한들 결국 옷은 옷일 뿐이라는 것이다.



쓰레기로 가득한 뉴욕의 길바닥 그리고 Meth, Homophobe and Canceled Twice



바라간의 화끈한 디자인 속에는 onlyfans나 meth(마약: 메트암페타민), homophobe 같은 자극적인 키워드가 매달려있다.


그래서 그의 옷 입기를 거부하는 모델도 있다는 것인데, 그의 정직한 변명의 말씀은 그것들이 '아이디어'일뿐이라는 설득에 그칠 수밖에 없다.



Barragán's Spring Summer 2024 / VOGUE MEXICO



나이를 한 살 한 살 까먹고 주변 사람의 인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체감하는 현실은 <한 번 찌그러진 깡통은 다시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라는 것이다.



facebook.com/barraganshop



권위로 칠갑한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를 옥죄고 죄악감을 물들이는 일은 때로 저항의 예술을 낳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실은 결과론적인 이야기 같아서 서글프기만 하다.


아무튼 빅터 바라간은 정말 다양한 생각거리를 안겨준 흥미로운 디자이너였다.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441






리빙: 어떤 인생


영화 <리빙: 어떤 인생>(2022)을 봤다.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질질 짰는데, 이젠 내 눈물 드립이 슬슬 곰팡이가 피기 직전의 쉰 떡밥처럼 느껴지는 바, 이번 리뷰에서는 일단 전략적으로다가 안 운 걸로 하겠고, 대신 다음 이 시간에 오열 스눕피로 화려하게 찾아오겠다!



'빌 나이' 옹은 이 작품과 함께 47년 연기 인생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가 되었다고 하는군요.



아무튼 런던 시청에 근무하며 지루한 일상을 살던 공무원 ‘윌리엄스’ 씨의 시한부 판정 그리고 잠깐의 좌절, 하지만 억지로나마 이 세상을 즐기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온전하고도 충실하게 또 정성스럽게 몰입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의미와 가치를 만들고자 애쓰는 윌리엄스 옹.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각본



죽음을 앞둔 이가 삶의 자세를 고쳐 앉아 새로운 눈을 뜨게 된 계기로 자기 자신은 물론 주변에 남은 이들에게까지 모두 경사를 내려준다는 (솔직히 말해) 그렇고 그렇고 그런 뻔한 스토리.





하지만 멋진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문학 같은 대사 한 줄 한 줄 때문에 허기진 날의 공깃밥처럼 한 톨의 장면도 놓치기가 싫었다. 2002년의 히딩크 감독님마냥 나는 아직 배가 고팠달까? 쩝.


뭣보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와서도 은은히 아른거리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고백하던 윌리엄스 옹이 뱉어내던 어떤 대사.





어린 시절, 밖에서 신나게 놀다가 엄마가 부르면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반면 애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그저 하릴없이 밖에서 멍하니 시간이나 죽이다가 엄마의 부름에 맞춰 돌아가는 애들,


'신사'가 되기를 꿈꿨으나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내듯이 소비하며 여기까지 와버린 자신의 삶이 그렇게 의미 없이 시간을 낭비한 후자의 아이들 모습과 닮아 있는 것 같다며 그가 건넨 비유의 이야기.



<리빙: 어떤 인생>(2022)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이키루>(1952)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숙제처럼 미뤄 온 감사 인사나 마음의 고백이 생각나서(쿨한 척 온갖 핑계 다 대며 질질 끌고 왔던 마음속 이야기들), 더 늦기 전에 그것들을 실행해야겠다는 마음에 왈칵 애가 탔다.


사실 올해는 영화보다는 책, 책보다는 음악, 음악보다는 유튜브 영상과 더 가깝게 지낸 날이 많았는데, 내년에는 이 중요도를 반대의 순서로 가져가서 영화를 더 자주 많이 봐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다.


퍼뜩 깨달아 심장을 조이는 압박을 전하는 콘텐츠 중에 영화만 한 것도 없는 듯하다.


제길슨! 영화 좀 더 자주 봐야겠어요. 쩝.






연말 다짐 Pt.2


1. 착각은 자유이지만, 경솔함은 경계하자.






2. 나의 기분을 의심하지 말고 존중하자.



자신을 기쁘게 하는 것을 따르라.
그러면 벽이 있는 곳에서도
우주는 너를 위해
문을 만들어준다.

- 조지프 캠벨(킹지프 갓벨)




3. 인생은 장기전, 무감각한 일상을 경계하자.



자기 안에 있는 예술가를
포용해야 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안정을 향한
가장 분명한 길이
되었기 때문이다.

- 세스 고딘(갓스 킹딘)




[막무가내 추천 힙합 플레이리스트]

아티스트 조합이 참 맥락 없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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