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ll must meet our moment of truth.
지난 주말에 블로그 명예 구독자 한 분과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다. 식사 후 방문한 카페에서 구독자 님이 <고독한 시인>이라는 이름의 우롱차를 내게 추천해 주셔서 고민 없이 냉큼 시켜 먹었는데, 비 오는 날과 잘 어울리는 참 따뜻한 맛이었다. 그건 그렇고 내 이미지가 혹시 고독한 시인처럼 보이는 걸까?
이거 큰일이군. 쩝.
지지난 주말에는 서른 넘어 직장 동료로 만나 단 3개월을 함께 일했을 뿐인데, 어쩌자고 되게 친해져 버린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었다.
정처 없이 떠돌던 말들, 노트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런저런 소재로 혓바닥을 놀리다가 종국에는 둘이 같이 뭘 해보자며 진지하게 모의하게 되었다.
여 P와 남 P의 예술 같은 만남 그리고 급발진 기획 - 잘 될까?
현재 스코어: 나름 시간 맞춰 구글 미트로 온라인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쩝.
스눕피의 인생을 바꾼 힙합 (입문) 앨범 <2001 대한민국>(2001), 오랜만에 앨범의 이 곡 저 곡을 골라 듣다가 Sean2slow 삼촌의 <Moment of Truth>라는 곡에 푹 빠져 버렸다.
가사를 이해하려 애쓰던 12살의 나와 새롭게 마주한 35살의 나, 이제는 직청직해가 되는 경지라니! 왠지 뭉클하군?
그건 그렇고 말이야.
그때의 한국 힙합, 제법 진지했구나. 쩝.
그리고 이쯤에서 코스 요리처럼 다음 노래가 준비돼야 한다.
20년 차 힙찔이라면 동명의 띵곡이 떠올라야 정상이지 않겠어?
미국의 전설적인 힙합 듀오 Gangstarr의 띵곡 <Moment of Truth> 말이다.
긴급 투입된 래퍼 구루 Guru는 내뱉는다.
We all must meet
our moment of truth.
1923년, 24살의 청년 헤밍웨이는 스페인에서 난생처음 투우를 구경하고, 평생 투우에 매료된다.
낚시, 사냥, 권투를 즐기던 그에게 원시적이고 잔혹한, 하지만 남성적 에너지가 터져 나오고, 흙냄새 물씬 풍기는 투우는 소설적 영감의 원천이 됐다.
(투우는) 확실히 잔인한 구석이 많고, 스스로 구하는 것이건 예측하지 않은 것이건 간에 언제나 위험이 있으며 항상 죽음이 따르기 마련이다.
- 헤밍웨이 <오후의 죽음> 중에서
하루종일 암흑의 방 안에 갇혀 있던 황소는 쏟아지는 햇살 속으로 튀어 나가고, 붉은 천의 우롱에 흥분해 인간에게 대든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그런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작살과 창 그리고 검, 보다 분명히 말하자면 죽음뿐이다.
인간을 피해 도망가는 황소는 생명을 건지고, 인간에게 돌격하는 성난 황소는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아이러니, 24시간 만에 찾아온 환상 같던 밝은 빛은 그저 비극적 운명의 끌어당김이었음을.
사람과 황소 둘 중 하나는 생명을 잃게 될 것이며, 죽음의 대상은 곧 가려질 것이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
진실의 순간, Moment of Truth.
언제라도 마주해야 했지만 기어코 외면하던 것들이 하나둘 빳빳이 고개를 쳐드는 요새, 미루지 말고 축소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가야겠다.
제길슨!
<삶에 의의를 주는 것은 죽음에도 뜻을 부여한다>라는 말은 시작과 끝을 나누어 생각하며 자꾸 괴로워하는 나 같은 어리석은 인간들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처방 문구가 아닐까 싶다.
지금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그걸로 된 거지. 지금 이대로가 좋으니 끝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주변 사람들이 더없이 고맙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쩝.
[그래서 오늘의 당연한 추천 노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