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정신을 다시 함양하며
미국의 전설적인 랩 그룹 '우탱 클랜'의 랩 지니어스 ‘GZA 즈자’는 언젠가 <음악에 빠져들었고, 마침 마약을 팔고 있었다.>라는 힙합 씬의 천편일률적 스토리텔링으로는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떻게든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백과사전 속에 들어있던 동요의 라임을 따라 읽으며 그는 힙합 세계로의 소명적 초대에 본능적으로 응답했다.
단 두 문장을 건지기 위해 무려 이틀을 투자하던 그에게 힙합이란 진득하게 앉아서 언어를 조립하는 건설 행위이자 청자의 눈앞에 MC의 세상과 통하는 창을 설치하는 일이기에, 결국 그가 강조하는 멋진 랩이란 문장이라는 아이디어가 비트와 만나 생생한 비주얼로 구현되는 마법과도 같다.
역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지만, 표현 방식은 영원히 새로울 수 있다는 그 믿음 하나로 그는 메타포 워드플레이의 마술사이자 마이크로폰으로 살인하는, 죽여주는 검객이 되었다.
불멸의 걸작, 그의 정규 2집 앨범 <Liquid Swords>(1995)의 성공 비결에 관해 즈자는 1) 그냥 때가 되어 앨범 작업을 하며 2) 내가 바라는 대로 했더니 3)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열광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힙합이란 나만의 언어로 구축한 나의 세계에 리스너들을 초대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는 내가 어떤 말을 하는지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믿었다.
체스 게임을 사랑하는 그는 언제나 다음 말의 가능성을 찾을 뿐인 것이다.
즈자는 어떤 것으로부터든 영감, 좋은 구석,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스토리텔링의 시작점이며, 자기는 소재가 무엇이 됐든 전부 메타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사람들이 비록 액면으로나 자신의 말을 이해할 뿐이라도 항시 복잡하게 속을 채운 은유적 언어로 랩을 했다고 말했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그리고 이러한 철학적 태도는 그를 역사상 최고의 힙합 MC로 만든 기초가 되었다.
정리하자면 그를 힙합 씬의 최고 자리에 있게 한 근간은 1) 다름에 대한 열망, 2) 가능성에 대한 믿음 그리고 3) 자기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었던 것이다.
몰염치하게 마지막으로 내 이야기.
블로그의 오랜 구독자 선생님들이라면 언제부터인가 내가 쓰는 포스트의 제목이 상당히 간결하게 변화했다는 걸 느끼셨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계기가 있었다.
<제목이란 영혼으로 통하는 창문>이라는 메시지를 우연히 읽게 된 것이다.
내 영혼이 비치는 창문 위에 지저분한 말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잘 지켜졌을까?
정확히 일주일 전, 2023년의 마지막 포스트를 작성하고, 2024년에는 어떤 글을 어떻게 써볼까?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1월 1일까지 집에 틀어박혀 실로 다양한 메시지 속으로 나를 담갔다가 뺐다.
그렇게 궁상을 떨다가 나를 자극하는 문장 하나를 간신히 건졌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호하는데
자신이 가진 1퍼센트의 에너지를,
다만 빼앗고 싶은 작품을 만드는데
99퍼센트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즈자 삼촌이 주야장천 강조하던 어딘가 새롭고, 신선하고, 들어본 적 없는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직업란에 당당하게 '블로거'를 적어 넣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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