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지의 더 블루프린트 그리고 헬무트 랭 단상
힙합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담은, 뉴욕 힙합의 왕좌를 탐하던 제이지에게 최고 래퍼의 왕관을 수여한 최고의 앨범이자 공교롭게도 9·11 테러 당일에 발매된 바람에 반박 불가로다가 의미심장해져 버린 앨범 그리고 무엇보다 신인 프로듀서 칸예와 저스트 블레이즈의 존재를 대중에 널리 각인한 앨범, 특히 지하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던 칸예를 무려 밀리어네어로 만들어 준 수동 로또 같은 작품, 제이지의 <The Blueprint>(2001).
우탱 클랜의 고스트페이스 킬라, DMX, 비니 시겔 등 특정 아티스트를 염두에 두고 줄지어 차려진 칸예의 비트 밥상을 받아 쥔 제이지는 “네가 만든 그 비트, 그 비트가 내 비트여야만 해!”라며 제이와이피마냥 땡깡을 부렸고, 그 생떼에 속아 준 칸예는 몇 개의 도프 비트를 그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총 4개의 칸예 비트가 앨범에 실린다.
일찍이 힙합 태동기부터 선배님들께서 이미 그 기틀을 닦은 ‘소울 샘플링’ 베이스의 힙합 비트를 다시 게임 안으로 맛깔나게 들고 들어온 신참 칸예의 헤벌쭉 그리고 아티스트 이전에 언제나 경영자로서의 신인 발굴에 목말라하던 제이지의 운명 같은 만남,
제이지는 프레시맨 칸예의 프레시한 비트를 추동력 삼아 앨범의 전체적인 사운드 테마를 정립하게 되는데,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해당 앨범의 스타일과 분위기는 세상에 전가되어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키고, 곧 당대의 힙합 트렌드가 된다.
진짜 멋진 사업가는 신인에게 새로운 기회를 선물하고, 보다 더 큰 최고의 기회를 선물 받는다.
칸예는 비트(재능)를 줬고,
제이지는 기회를 줬으며,
칸예가 준 비트(기회) 위에,
제이지는 다시 그의 재능을 줬다.
전에 없던 세상을 만드는 풍요의 정체는 역시 선물이 아닐까?
쩝.
오스트리아 태생의 디자이너, 이른바 미니멀 패션왕 '헬무트 랭(Helmut Lang)'에 관한 옛날 기사들을 찾아보는데 너무 재밌다. 쩝.
90년대에 가장 많은 디자인 카피를 낳았다는 디자이너 헬무트 랭은 56년생으로 일단 내 아버지와 동갑이다.
심플 모던 패션 디자인의 상징과도 같은 그는 80년대 말, 브로케이드와 다채로운 선염색사가 지배하던 파리의 런웨이에 간소한 소재와 제한적인 컬러 팔레트로 구성된 베이직 디자인을 공개하며 아웃사이더 디자이너로서의 시크함을 보여주었다.
단순한 외양을 뚫고 나오는 고유의 스타일과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의 것을 선보이는 순도 높은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극찬과 보기엔 좋으나 획기적이진 않다거나 크리에이티브에 깊이가 없다며 까내리는 비판의 결투 aka 황금 크로스, 구구절절 분석적인 옛 전문가들의 저런 시각을 빌려 옛 컬렉션을 감상하는 맛은 그래서 분명 더 즐겁긴 했다.
헬무트 랭은 미니멀 클로딩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며,
당신이 뭘 입고 있는지 사람들이 알아채는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면서,
<단순함과 미묘함이라는 창을 통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는데,
시대를 앞선 예지자의 이러한 통찰에 순풍 정배마냥 이마를 탁 쳤다.
맙소사!
그 어느 때보다 90년대 패션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인지라 당대의 글로벌 남성 패션의 무드를 설정한 진정한 인플루언서 '헬무트 랭'에 관해 알아보는 이 시간이 참 즐겁다!
한편 패션 개코 트민남 에이셉 라키 형은 요새 80년대 남성 패션의 트렌드를 세팅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옷을 자주 입고 돌아다니는 것 같다.
이제 80년대가 오는 걸까?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