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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눕피 Jul 16. 2024

7월의 패션 에세이

Jorts 데님 쇼츠와 랄프 로렌 옹 그리고 소변 자국의 헛됨



Jorts 조ㄹ츠

길고 낭낭하게


뭐라도 떠들고 싶어 안달인 각계각층의 패션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인스타 눈바디만큼 고맙고 정직한 친구가 없다.


그런데 보는 눈도 대개 비슷하고 즐겨 찾는 계정도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소재와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가 토씨만 바뀐 버전으로 새롭게 돌고 돈다.


나 역시 뭐 괜찮은 건수 어디 없나 두리번거리면서 외국 패션 매거진 에디터 분들의 꽁무니나 졸졸 쫓아다니면서 안쓰럽게 산다.


저스틴 뜨또의 대충 플레이버 / vogue.com.au


그리하여 오늘따라 더욱 멋쩍게 꺼내어 보는 말이지만,


요새 수많은 패션 콘텐츠 메이커들의 인스타 눈바디 레이더, 그것의 형형한 안광이 쏠리는 곳 중 하나는 역시 작년부터 그 기세를 세차게 몰아 온 Jorts(죠ㄹ츠냐 조ㄹ츠냐) 패션이 아닐까 싶다.



헤일리 뜨또는 또 못 참지.



Jorts는 Jeans와 Shorts의 혼성어로 데님 쇼츠(청 반바지)를 뜻하는 말인데, 국내에서는 그렇게까지 대중적으로 활용하는 표현은 아닌 것으로 안다(이제부터 같이 많이 활용하기로 하자).


아무튼 수많은 종류의 데님 쇼츠 중에서도 요즘 특히 더 폼 좋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그 길이가 무릎 아래까지 떨어지면서 낭낭한 핏을 연출해 주는 90년대의 스케이트 보더 혹은 힙합 스타 식의 다소 긴 기장의 조ㄹ츠다(발음 주의).



Shimmy Shimmy Ya Jorts by Ol' Dirty Bastard



없던 쿨병도 제조해 낼 것 같은 펀쿨섹 같은 패션 아이템의 결정체,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없는 명백한 어색함 그리고 갖춰 입은 것도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닌 흐리터분한 태도를 갖추었기에 역설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친구, 조ㄹ츠!


아시다시피 데님 쇼츠의 폭과 기장이라는 것은 참으로 미묘한 것이다. 그 약간의 여유 때문에 사람이 간지 터져 보이고, 그 약간의 부족함 때문에 사람이 어딘가 어설퍼 보인다.


한 끗의 예술, 그것은 패션이고, 한 끗의 운명,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쩝.


[덧붙이며]

90년대 및 Y2K 패션의 영향이라는 것이 어디까지 또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아직 재현되지 못한 얼마나 많은 상징적인 이미지가 우리에게 남아 있을 것인가?



[반전] 사실 기장은 중요하지 않고, 인물이 중요하다. YG처럼!



랄프 로렌 翁 탐구 中


세계 최고의 빈티지 마니아로도 잘 알려진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 옹은 세련되고 멋진 옷들과 어울리며 성장한 올드 머니들은 관심도 주지 않던 오래된 옷들(예를 들면, 중고 샵에서 발견한 오래된 사냥꾼들의 옷)로부터 커다란 흥미를 느끼고, 그것들의 뿌리 깊은 역사와 존재 의의, 영원성 같은 것들에 심취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게 자라난 의복의 패션적 요소에 대한 거부감은, 닳고 닳은 가죽 재킷, 해어진 플란넬 셔츠, 찢어진 모자 등 개인의 스타일링에도 자연스레 반영되었고, 그는 그것이 '패션'이 아닌 '인생'을 대변해 준다고 믿었다.





내가 거지 같다고?
지금은 이해 못 할 거야.
나중에 깊은 뜻을 알게 되겠지.



한편 랄프 로렌 옹에게는 '디나 코헨'이라는 그보다 15살 많은 여자 비서가 한 명 있었다.


그녀는 랄프 로렌 스토어에 비치할 골동품을 구매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고 하는데, 벼룩시장을 돌아다니며 멋들어진 실내 장식품과 빈티지 주얼리 등을 사 오는 게 주요 업무였던 그녀에게, 랄프 로렌 옹은 "최고의 것을 사 오시면 됩니다. 힘차게 가봅시다!"라며 든든한 믿음을 주었다고 한다.


의류 매장 속 골동품 코너에 손님들이 관심이나 보일까 그녀는 걱정하였지만, 해당 빈티지 코너는 이내 뉴욕 스토어의 최고 인기 스팟이 되었다고.



랄프 로렌 옹의 집 한 구석 / "로버트는 얼마나 좋았을까?"



랄프 로렌 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영화, 배우, 자동차 그리고 오래되어 아름다운 모든 것)과 함께 컬렉션은 물론 오피스 및 매장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던 선구적 인물이었는데,


말하자면 그는 디자이너 자신의 취향을 전시하는 일과 패션 브랜딩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본 1세대 사업가였고, 그래서 커리어 내내 패션 디자이너보다는 이미지 디렉터에 가까운 업적을 그려왔다.


그래서 그는 ‘폴로 랄프 로렌’을 통해 단지 패션 트렌드 아이템이 아닌 자신이 수집해 온 클래식 디자인 뒤에 놓인 헤리티지를 담은 옷과 그것을 향유하는 진짜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랄프 로렌은 얼마나 좋았을까? 안 그래도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남들은 모으고 싶어도 못 모으는 세계 최고의 골동품을 그냥 모아버렸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나만의 순수한 재미를 따라가는 일의 가치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격려하는 일 그리고 그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세상을 감동시킬 콘텐츠를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는 것(기왕이면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믿음으로), 이들을 통하면 우리는 정말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며칠 전에 문득 랄프 로렌 옹의 업적이 너무 궁금해져서, 그에 관해 제대로 공부해 볼 심산으로 '노션'에 새 페이지를 하나 만들어, 그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괜찮은 인사이트를 하나하나 던져 정리해두고 있다.


관련한 내용은 새로이 조립해 유튜브 대본으로 풀어볼 수도 있겠고, 블로그에 펼쳐 피쳐로 써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찌 활용할 것인지는 조금 더 고민해 보기로 한다.


아무튼 어떤 미디어를 선택하든, 특집으로 재밌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헛되도다


여러분은 혹시 지난 4월 패션 브랜드 JORDANLUCA에서 공개했던, 어질어질한 패션 아이템 '소변 자국 청바지(사실은 스톤 워싱 처리 데님)'를 기억하시는지요?




그 모양 그대로 싸고 지리는 아이템이었습니다만, 가격(610달러)은 결코 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품 공개와 함께 전 사이즈가 품절되면서 이 브랜드, 마케팅 참 지린다 생각했었죠.


여러 매체를 통해 반자본주의, 페티시, 안티 패션 등의 다양한 키워드가 진지하게 논의되었고, 소셜 미디어에서는 쩝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부끄럽지만,


이 청바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느냐면 "이렇게 흉하게 번지니까 제발 좀 조심하세요, 아시겠어요?"라면서 경각심을 주는 미디어 같았고,


또한 남성 구독자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우리가 공중 화장실에서 지겹도록 마주했던 최악의 아포리즘(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의 가장 세련된 예시 같았답니다.


그리고 영국 출신의 배우 '리암 니슨' 옹이 자연스레 생각났어요.



이 할아버지께서 '조단루카'의 청바지 공개보다 훨씬 앞서 우리에게 관련한 비주얼 경고를 확실하게 날린 적이 몇 번 있었거든요.



패션 아이템을 통한 어그로 메시지 전달도 좋지만, 현실 고증은 좀 자제하는 게 어떨까 싶네요. 쩝.


꽤 슬프잖아요.



[얼토당토아니하게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YG는 나랑 동갑, Quavo는 나보다 1살 동생, 야, 형이라 불러라!"



[그리고 함께 읽으면 좋은 포스트]

https://brunch.co.kr/@0to1hunnit/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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