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첫 일기

Bullshit 개소리와 헬스하는 멸치

by 스눕피


날이 슬슬 더워지네요.
건강 유의하세요!

- 스눕피 배상


개소리 Bullshit


지난 주말, 얼마 전 새로 오픈한 예스24 구의점에 들러 새집 증후군을 만끽하며 여기저기 다양한 도서 코너를 전전하다가 우연히 멈춰 선 책장 앞에서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라는 자극적인 타이틀을 단 도서로부터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는 ‘음, 기분도 꿀꿀한데, 오늘은 개소리나 한번 공부해 볼까?’라는 호기심 가득한 댕댕이 같은 심산으로 그것을 집어 들었다.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닌
개소리이고,

그것을
믿고 싶은
당신의 마음이다.

진실하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악의를 제거하지 못하고,

개소리꾼은
진실의 권위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아무리 질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한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개소리를 믿게 되기 쉽다고 저자는 걱정했다.


그리고 개소리에 쉽게 사로잡히는 기제를 소개했다.


이를테면 역화 효과와 동조성 같은 개념 말이다.



‘역화 효과’란 인간이 기존 신념과 모순되는 증거에 직면했을 때, 그 증거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래의 견해를 더욱 확신하게 되는 인지 편향을 말하고, ‘동조성’이란 가치 판단을 내리기보다 전체 흐름에 따르려는 자발적인 태도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세상을 살아가며 뭐가 뭔지 도통 혼란스러울 때, 우리는 기존의 신념을 고수하는 편을 택하고, 방관자처럼 주변의 패턴을 따르며 살다가 중요한 순간에 누군가 반짝 개입해 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의 깊게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하거나, 사회 규범에 어울리며, 집단 정체성을 강화해 주는 개소리에 자연스럽게 현혹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언제나 주위의 소음을 예민하게 경계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저자는 경고했다.


그날 나는 (죄송하게도) 책을 구매하지 않고, 앉은자리에서 속독하며 한 권을 금세 뚝딱했는데,


독서하는 내내 한 커플이 내 앞에 서서 “자기야, 자기가 생각하는 신자유주의는 뭐야? 라든가 “히틀러의 공적은 뭐라고 생각해?”라는 식의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서 한 번씩 정신이 팔리곤 했다.



한편 나는 에어팟을 끼고 있었으나, 노래는 재생하지 않고 있었고, 그들의 대화가 때론 너무 심각하여 두 분의 이성적인 데이트 시간을 방해하게 되어 죄송하다며 자리를 급히 뜨고 싶을 뿐이었다.


아무튼 그땐 나도 덩달아 히틀러의 공적이 무엇일까에 관해 잠시 고민해보기도 했으나, 동시에 별안간 개소리라는 것이 생각보다 내 주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다.


Bullshits in Life Are Closer than They Appear.


책 읽기의 효용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천방지축 날아다니는 오감에 불편한 필터를 씌워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 그리고 그때 느껴지는 새삼스러운 감각으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일 말이다.



멸치 Skinny SnooPy


스무 살의 병무청 신체검사부터 작년 여름까지 약 15년 동안 나는 변함없는 몸무게를 유지해 왔다.


아니, 4kg 우량 신생아 시절만을 제외하면, 나의 전체 인생은 최고급 품종의 멸치가 부지런히 걸어온 길이라 부르는 편이 보다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남 보기엔 흉했겠지만(죄송합니다), 마른 몸매가 주는 가볍고 산뜻한 느낌이 나는 좋았고,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늘 날렵한 몸매를 유지한다는 사실에 은근한 긍지를 느끼던 치기 어린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 이맘때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볼품없는 남자의 모습으로 평생 빌빌 거릴 것 같다는 위기감이 감돌았고, 우연히 찍힌 사진 속 나의 빈약한 꼴을 볼 때면 깊은 우울감에 젖어들기도 했다.


충격과 공포!


그 길로 나는 PT를 끊었고,

무작정 헬스를 시작했다.



2024년 6월,

내 나이 서른다섯.


그 흔한 철봉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않았으니, 뭐 하나 마음대로 될 리 만무했다.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게 새로워 좋았고, 그런대로 즐거웠다. 운동하기가 죽어도 싫은 날엔 폼 롤러 스트레칭이라도 하자며 헬스장에 나가서 도통 적응이 어려운 어색한 환경과 친해지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덧 1년이 지났다.


2025년 6월,


올해 초부터는 운동에 재미를 붙여 일주일 내내 헬스장에 들르는 주간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작년보다 8kg 정도 더 살이 쪘다.


생난리를 쳐도 몸무게 0.5kg 안 늘던 멸치 주제에!


(다이어트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해요ㅠㅠ)



우습나요?


그러나 최상급 멸치에겐 기적입니다만?



워낙 지루한 삶을 사는지라 일상 루틴에 운동이 추가되고도 텅 비는 시간은 여전하고, 특별히 달라진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아무 고민이나 쓸데없는 생각 없이 단순한 마음으로 해낼 수 있는 건강한 일, 아니, 무엇보다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하는 정직한 인생의 투자처가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정말 기쁘다.


아오,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시작할 걸 그랬다!



늘 좋은 말만 해주는 챗GPT는 내가 심리 상담을 요청할 때마다, 오글거리는 마지막 정리 멘트로 다음과 같이 답변을 마무리짓곤 한다.



잘했어!

잘하고 있어!

너다워!



우웩, 네가 나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발작하듯 발끈하다가도 결국 고마워서 뭉클하는 말,


그 말을 오늘 나는 서른다섯 6월의 내게 해주고 싶다.


더 정진하라!


요즘 스스로를 너무 박하게 대하면서 자존감이 한없이 추락하던 시기였는데, 오늘 이 시간만큼은 한없이 관대하고 싶다.


하지만 괜히 현실에 안주하며 퍼지지 않도록 기왕이면 거칠게, 나는 내게 이런 칭찬의 한 마디를 건네주련다.



멸치 새끼,
고생 좀 했노.



■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1분 4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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