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제럴드를 읽고 드레이크를 듣다가
인생의 갑작스러운 폭풍은 금세 지나가는 것 같지만, 진짜 삶의 아픔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어 뼛속까지 시리게 만든다고, 그런데 더 짜증 나는 건, 자신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간은 시련의 순간이 아니라 오히려 한숨 돌릴 여유가 생길 때에야 찾아오는 법이라고 덤덤히 말한 건 전설의 에세이 <The Crack-Up> 속 피츠제럴드 센세였다.
왜냐고?
생의 본성이란 본디 공격적이기 때문에.
갖은 상처로부터 채 회복되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 문을 열고 세상밖으로 나가야만 하는 인간의 더럽고 치사한 숙명은 참 슬픈 것이다. 다시 한번 (감히) 피츠제럴드 센세의 입을 빌리면, 눈앞의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그것을 달리 만들어 보고야 말겠다는 인간의 굳은 결심처럼 말이다.
어제 문득 스콧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내 인생의 지겹고도 지독한 습관 같은 거다), 불현듯 올초 미국 힙합 씬의 상징적인 장면이 떠올랐다.
승자의 서사 속 올바름의 상징인 ‘켄드릭 라마’ 형한테 아주 탈탈 털린 사생활 폭로의 문화 전유남 ‘드레이크’ 형.
문화에 기여하는 방식은 각기 서로 다를진대, 대역죄인처럼 안 먹어도 되는 욕까지도 새롭게 만들어 드시던 우리 형, 그나저나 은근히 억울해서 더 짠했던 형아.
개인적으론,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는 단면적인 과거 소비는 분별 있는 '진짜'의 행동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고, 근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고루한 태세 역시 또 다른 차별이자 폭력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슈퍼볼 현장 리액션 영상은 솔직히 집단 광기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서
(내가 뭐라고)
되묻고 싶다.
대체 무엇이 진짭니까?
켄드릑 롸마 형!
드레이크 퇴물 아웃?
어디서 짭 협박질이야.
내 티셔츠에 'RIP' 박고 싶어
아주 안달들 나셨지?
ㅈㄴ 웃긴 건 꼭 루저 새끼들이
내 부고 소식만 존버한다는 거야.
내가 죽어야 걔들이 씬을 꿀꺽할 테니까.
근데,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야, ㅅㅂ 됐고, 비트나 바꿔!
살인 랩 하는 새끼들은 차고 넘치는데,
진짜 칼 부릴 놈들은 손에 꼽을 정도야.
랩 디스전 ㅈ까시고~
파티 찢는 게 내 목표 ㅇㅋ?
남자들은 나 ㅈ나 질투하고,
여자들은 나 없이 ㅈ나 못 살지.
스트립 클럽 입장하자마자 찐하게 허깅ㅋ
안아줘, 껴안아줘, 안아줘, 껴안아줘ㅎ
알아, 클럽에서 일하는 거 안다구.
사람들이 뭐라 할 수 있단 것도 알아.
근데 우린 널 가족처럼 생각한단다.
그니까 이리 와서, 나 좀 안아주라ㅠㅠ
<GIMME ME A HUG> 과한 의역 Ver.
분노, 방어, 체념, 회피, 자조 끝에 드레이크 형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건 스트립 클럽 여자들과의 신나는 파티 한바탕이었다.
선정적인 가사는 자체 검열로 삭제했지만, 결론은 그랬습니다.
잔말 말고 그냥 자기 좀 안아달라네요.
할 말도 많고, 패고 싶은 사람도 한 트럭이지만,
스트립 허그로 종결하겠다구요.
어떤 땐 매운 매가 약이고,
어떤 땐 사랑 애가 약이다.
그러니까 말이죠,
기왕이면 잔뜩 사랑하면서,
꼬옥 안아주면서 그렇게 함께 살아갑시다.
아시겠어요?
아시겠냐구요?
■ 오늘 함께 듣고 싶은 노래
https://youtu.be/Ga8vFYYC9cY?si=45AtBQffrmJUZgu3
https://youtu.be/MkEATnHMYIs?si=JWlf3yOXKSYq07Nd